통합체육회가 과연 완전 합의를 바탕으로 탄생할 수 있을까?
‘체육단체 통합을 위한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원회)가 11월 16일 제8차 회의부터 완전한 형태로 출범함에 따라 전원 합의를 바탕으로 한 통합체육회가 내년 3월 27일까지 정상적으로 출범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전원합의의 정신은 지난 10월 19일 국회 박주선 교육문화체육관광 위원장,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대한체육회 이기흥 부회장과 양재완 사무총장, 국민생활체육회 조영호 사무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작성된 합의문의 준비위원회 운영에 관한 내용에 포함된 사항이다.

상임감사제 도입이 불씨의 도화선
그동안 간헐적으로 흘러 나왔던 통합체육회 정관이 전체 모습을 드러내면서 상임감사제 도입을 둘러싸고 가장 먼저 논란이 불붙었다. 상임감사제는 대한체육회 추천위원들이 아직 채 확정되지도 않은 제7차 회의에서 처음으로 수면위로 떠올랐다.이때에도 상임감사제는 상당히 논란이 많은 만큼 추후에 논의하자고 미루어 놓았던 안건을 문화체육부가 의결사항으로 언론에 보도 자료를 돌리면서 문제가 확대 재생산됐다.

문제는 상임감사가 통상적인 감사의 업무를 넘어서 특정한 경우에 체육회를 대표하고 심지어 회장의 권한을 넘어 임원들의 자격 심사까지 하는 등 그야말로 통합체육회에 관한 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갖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데 있다. 또 상임감사가 형식상으로는 공모의 형태로 선임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임명을 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관치(官治)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에서 추천 감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차례씩이나 반려를 할 수 있다. 체육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관계(官界)에서 이런 사례는 이미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 추천한 변호사인 한 전문위원은 언론사 기고를 통해 “연간 4000억 원 이상의 정부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으로서 제대로 된 감사를 받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중략) 상임감사제의 운영은 그동안 체육계가 보다 투명하고 깨끗하게 조직을 운영하겠다는 통합체육회의 의지 표명이자 국민에 대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전문위원은 “감사나 사무총장은 NOC의 멤버(위원)도 아니므로 IOC 헌장이 정한 NOC 활동에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한다고도 보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상임감사제를 도입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지금 의심의 눈초리는 상임감사 제도 자체가 아니라 상임감사가 갖는 권한에 쏠려 있다. 감사가 회장 자격을 정지시키고 통합체육회의 업무자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면 이를 과연 통상적인 감사의 업무라고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또한 감사나 사무총장이 NOC 멤버(위원)가 아니라는 이유로 IOC 헌장이 정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발상도 NOC에 대한 개념이나 체육에 기본 상식이 있다면 도저히 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이렇게 상임감사 도입 논란에 묻혀 초점이 흐려졌지만 정부가 마련한 통합체육회 정관 초안에는 곳곳에 관치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아직까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정부의 임명, 사전 동의, 승인 등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조항들이 무려 2.5배나 많아졌다. 즉 현재 대한체육회 정관에는 주무장관의 동의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조항이 10개뿐이었으나 통합체육회 정관에는 주무장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명시가 된 조항이 25개나 된다. 결국 정부가 통합체육회 출범을 계기로 체육계를 완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같은 정관 안은 규제개혁을 주문하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과도 상반돼 앞으로 준비위원회에서 어느 정도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규제를 혁파한 정관이 만들어질 지도 관심거리 가운데 하나다.

통합체육회 명칭은 대한체육회, KOC로 합의해
풀기 쉽지 않은 난제로 떠올랐던 통합체육회의 명칭 문제는 11월 30일 준비위원회 제10차 회의에서 대한체육회와 KOC로 하기로 합의했다. 대한체육회나 KOC(Korean Olympic Committee)의 역사성이나 정통성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는 우리나라 체육을 총괄하는 대명사로 이미 국내외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KOC는 일제의 압제에서 광복이 되고 정부가 수립되기도 전에 IOC에 가입하기 위해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 뒤 70년 가까운 세월동안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되어왔다. 더구나 IOC에는 우리나라가 동‧하계 올림픽에서 획득한 107개의 금메달(1936년 마라톤 손기정 금메달 제외), 99개의 은메달, 90개의 동메달리스트들의 소속이 모두 KOC로 되어 있다. KOC의 명칭 변경은 이를 메달리스트들의 소속을 모두 바꾸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어 큰 논란을 빚어왔다.

대한체육회라는 명칭도 마찬가지다. 1920년에 출범한 조선체육회를 광복이 되고 난 뒤에도 그대로 그 이름을 이어 받아 1948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했으나 런던올림픽 기간 중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 이에 따라 서울을 출발할 때 조선체육회가 귀국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한체육회로 바뀐 것이다. 이처럼 대한체육회와 KOC에는 체육 선각자들의 정신과 얼이 그대로 녹아있다. 역사를 바로 세운다는 명분을 내세워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 박근혜 정부에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대한체육회와 KOC의 명칭 변경을 시도한다면 이것은 우리나라 스포츠 역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그동안 체육계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절대로 대한체육회와 KOC라는 명칭을 그대로 쓸 수 없다’는 말이 한때 나돌기도 하고 심지어 명칭을 국민공모제로 정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등 진통을 겪었던 통합체육회 명칭 문제가 합의됨으로써 준비위원회 활동이 가장 큰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통합체육회장은 별도 기구에서 선출해
통합체육회 회장 선거는 11월 16일 준비위원회 제8차 회의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대한체육회는 1920년 조선체육회가 창립한 이래 38대로 이어오면서 현재 김정행 회장을 포함해 모두 32명이 체육회장을 지냈다. 내년에 새로운 통합체육회가 출범하게 되면 다시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통합체육회장은 이미 리우 올림픽이 끝난 뒤인 2016년 10월에 선출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날 회의에서는 기존의 대의원 총회에서 선출하던 방식을 벗어나 선거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회장 선출을 위한 별도의 비상설 선출기구를 구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이미 통합을 한 외국의 사례(독일, 프랑스 등)를 참고한 것으로 소수의 구성원인 대의원이 선출하는 것은 체육인 전체를 대표하는 대표성이 결여된다는 측면이 있고 혼탁 선거의 우려가 있으며 선거 결과를 둘러싸고 갈등과 반목이 지속돼 회장의 리더십 발휘에도 제약요소로 작용해 체육계의 회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별도의 선출기구를 설치하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별도의 선출기구의 가장 큰 특징은 선거인단의 다양성이다. 종래처럼 소수의 대의원이 아닌 중앙 종목 단체, 지방 경기 단체의 선수와 지도자, 학교체육 및 시.군.구체육회 관계자등 체육 현장에 있는 모든 체육인들을 망라해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모아보고자 하는데 의미를 두었다. 이에 따른 투표권 배분을 어찌할지는 계속 논의가 되어야 하겠지만 대원칙은 IOC헌장(28.4)에 따라 올림픽 종목에 투표권의 과반수를 주어야 한다는 조항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비 올림픽 종목과 아시안게임 종목, 전국 체육 대회와 스포츠 생활 대축전 종목에 대한 투표권 비율을 어떻게 정할지도 논의 대상이다. 이밖에도 엘리트 선수와 동호인수의 비율을 어떻게 나누느냐는 문제도 심도 있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통합회장 선출을 위한 방안들을 준비위원회 산하인 회장선거제도 전문위원회에서 활발하게 토론을 하고 있으며 아울러 과연 어떤 인물이 회장에 입후보 할 수 있는지의 자격 조건에 대해서도 전문위원회에서 다뤄야 할 부분이다. 전문체육인과 생활체육 출신뿐 아니라 각계에 명망있는 분들이 후보에 오르지 않을까 한다. 단 이미 보도된 대로 국회의원은 임원에 임명될 수 없다는 조항에 맞춰야 한다.

앞으로도 통합회장 선출을 하기 위한 논의는 계속 이어질 것이고 이에 따른 세미나와 공청회 등을 통해 다양한 각계의 의견도 수렴할 필요가 있다. 내년 3월 27일까지 단체 통합을 마무리 하는 일정 아래 회장 선출에 따른 각종 제도적 장치도 곧 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 스포츠의 비약적인 발전의 계기가 될 이번 통합체육회의 발족은 스포츠인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도 큰 기대를 갖게 한다. 그리고 통합체육회를 이끌 회장에 오를 인물도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한국 스포츠를 더욱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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