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유진모의 테마토크] 이휘재가 KBS 연예대상의 주인공이 돼 눈물을 보였다. 그러고 보니 연말이다. 각 방송사들이 연예대상 연기대상의 안방잔치를 벌일 터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화제가 될 만한 대대적인 행사일까? 지금은 없어졌지만 20세기엔 각 방송사가 연말에 ‘10대 가수’ ‘가수왕’ 등을 선정, 한 해 동안 가장 활발하게 활동해 그만큼 높은 인기를 누린 가수를 선정해 상을 주는 축제를 연례행사로 가졌다.

당시엔 정확한 음반판매 집계 시스템도 없었고, 공정한 인기순위 기구도 없었으므로 그나마 대중의 신뢰도가 높은 지상파 방송사의 가수상 시상식은 가수의 값어치를 산정하는 바로미터가 될 자격이 있었다. 가수는 음반판매 및 공연으로 수익을 올리는 데 주력했지만 한편으론 밤무대 활동으로 꽤 많은 돈을 벌던 때가 있었다. 그럴 경우 연말의 가수상 수상은 밤무대 개런티의 바로미터였고, 그래서 가수들은 그 수상 여부에 꽤 많은 비중을 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밤무대가 쇠락하고 가수들의 수입원의 패러다임이 바뀐데 더해 시상내역의 투명성과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의식 있는 가수들이 하나, 둘씩 시상식 불참을 선언하면서 자연스레 이 가수상 시상식은 폐지됐다. 그러자 새롭게 부각된 시상식이 연예대상과 연기대상이었다. 취지야 각 방송사가 한 해를 정리하는 가운데 논공행상을 하는 한편 잘한 연예인에게 힘을 더 실어줌으로써 다음해에도 그를 붙잡기 위한 포석에 있었지만 연예인의 위상이 높아지고 사회적 파급효과가 커지면서 이 상이 단순한 안방잔치 수준을 넘어선, 마치 한국 방송가의 아카데미 시상식처럼 의미가 커지게 됐다. 냉정하게 각 방송사의 시상식의 기준을 살펴보면 행사와 시상의 의미가 상당히 침소봉대된 게 맞다.

그건 방송사 내의 국지적인 안방잔치라는 정체성 하나만으로 설명된다. 만약 대한민국의 모든 플랫폼을 통틀어 상을 준다면 달라진다. 하지만 KBS MBC SBS 등이 각각 따로 논다. 즉 자사의 콘텐츠와 출연 연예인이 수상의 대상이다. 지극히 골목잔치에 불과하다. KBS가 대한민국 기간방송이라고 그 방송국의 콘텐츠와 출연 연예인이 대한민국 방송 전체를 대변할 순 없다. 그래서 심사위원도 지극히 지역구 수준이다. 방송사 내에서 자체적으로 선발한 심사위원들이 심사한다.

▲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방송사 입장에서야 자사의 연말 대상 시상식에 보다 더 많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래야 프로그램 자체로 광고수익을 올리는 한편, ‘우리 방송사가 한해 이렇게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으니 내년에도 기대해 달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상자(작)들이 시청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많이 받을수록 지난 한해의 공적이 더욱 빛나고 내년의 시너지로 이어지는 것이다.

남의 잔치에 재를 뿌리고 싶진 않다. 다만 수상자도 시청자도 모두 그 상에 지나치게 큰 의미와 명예를 담는 것의 위험성 만큼은 경고하고 싶다. 가문에서 연년세세 훌륭한 한 명을 골라 상을 준다고 그게 가문의 영광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뛰어난 업적을 이뤘을 때 그게 가문의 영광이다. 인터넷을 통해 누리꾼은 ‘어느 방송사의 연예대상은, 연기대상은 누가 타야 한다’고 저마다의 의견을 내고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 그게 바로 무의미하단 것이다.

그건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매년 이렇게 3사가 소비적인 동네잔치만 벌일 게 아니라 한류콘텐츠의 더 앞서가는 발전과 대외적인 선전을 위해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어차피 해외 관광객과 한류 팬들은 연말의 방송잔치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3사가 합동으로 행사를 통일하고 대규모의 무대를 장소로 하는 것은 어떨까? 협찬은 당연하고 해외 수익이 보장될 것이며, 행사 자체의 의미도 굉장히 커질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는 글로벌한 마인드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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