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식의 세상 읽기] 한·일 양국외교장관이 2015년 12월 28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세밑을 마치 무슨 공 또는 업적이라도 세우는 것처럼 갑자기 서울에서 위안부문제해결을 위한 최종합의를 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날 최종적으로 합의했다는 위안부문제합의에 대해 여론은 대체로 어리둥절한 상태다. 이번 위안부문제 최종합의에 대해 국민여론은 찬성의 긍정적인 입장보다는 비판의 부정적 입장이 더 많아 보인다.

▲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일단 지금까지 양국 사이에 공식적으로 나왔던 그 어떤 협상보다도 가장 진전된 것으로 평가된다는 입장이다. 법적(法的)이라는 표현은 빠졌지만 위안부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책임이 명기되었고 아베신조(安倍晋三)총리가 사죄와 반성의 뜻을 밝혔으며 또 일본정부가 예산을 통한 피해자지원계획도 명문화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물론 우리 외교당국도 이번 협상에서 위안부문제해결의 3대 조건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고 자체적으로 평가하며 자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위안부문제해결을 위한 최종합의를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입장인 국민들은 위안부문제의 최대쟁점이 일본의 국가적, 법적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여야 하며 사과와 함께 합당한 피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이상의 찬반여론을 통해 검토하고 분석하여 평가해 볼 때 한국정부의 이번 위안부문제 최종합의는 절반의 성과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우 미흡한 결과였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정부가 3대 조건인 일본정부의 책임 인정, 사죄 표명, 그에 따른 일본 정부예산을 통한 조치라는 3대 핵심 요소에 있어서도 위안부 피해자들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던 일본의 법적 책임을 실질적으로 인정을 받아내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일본총리의 사과문도 장관이 대독하는 등 사과의 진정성이 여전히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위안부피해자들은 일본정부가 강제동원 등의 사실을 밝히고 이에 대해 정당한 배상을 할 것, 책임자를 처벌할 것, 진심으로 사죄할 것, 역사 교과서에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진실을 알리고 바르게 교육할 것 등을 일본정부에 요구하여 왔다. 하지만 가해 당사자인 일본정부는 지금까지 매우 소극적으로 일본군위안부문제를 끌어왔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일본정부의 태도에 국제여론도 매우 비판적이었다. 1992년부터 국제연합인권위원회에서 위안부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해 1996년에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조사보고서가 나왔다. 국제연합도 일본정부에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해 왔다. 국제노동기구(ILO)도 1996년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일본정부에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였고 1994년에 국제법률가협회에서도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미국 의회에서도 2003년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이 밖에도 수많은 국제기구가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요구하여 왔지만 일본정부는 지금까지 이를 거부하였으며 수세로 몰리면 형식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로 해결에 나서는 하는 척 시늉만 해 왔다.

▲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이번에도 일본정부는 법적 책임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 내각총리의 사과 또한 장관이 대독하였다는 점, 그리고 재단을 만든 정부예산을 배상이 아닌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대책과 관련해서 한국정부가 피해자지원재단을 설립하고 여기에 일본정부가 정부예산으로 10억 엔(약100억 원)규모를 출연하기로 했다는 점 등에서 기존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과거의 일본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올바른 역사교육이나 위안부범죄에 대한 진상규명 등 후속조치의 사항적 내용이 전혀 없다는 점,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향후 국제사회에서 위안부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것 등을 일본정부가 조건으로 요구했다는 점에서 일본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그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

이러한 일본정부가 보이고 있는 태도에도 불구하고 우리정부가 전혀 합당하지 않는 일본의 요구조건을 사실상 전부 수용했다는 사실에서 양식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한민국정부가 행한 위안부문제해결이라는 최종합의를 한 것에 대해 졸속 협상, 외교적 굴욕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위안부문제는 국내법과 국제법을 위반한 중대한 인권침해의 중대한 범죄행위였다는 사실과 그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적인 사죄와 배상을 하라고 위안부피해 할머니들은 요구해왔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일본정부와 행한 이번 합의에는 피해당사자들인 위안부할머니들의 이러한 요구들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그들은 누구를 위한 합의냐며 정부의 행위를 강하게 비판하며 되묻고 있다. 사실 이번 한일 양국정부가 한 합의내용은 그 동안 일본언론에서 흘러나왔던 우려의 내용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사실상 우리정부가 일본정부의 안을 대부분 수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2012년 3월 이명박 정부도 거부했던 일본정부의 제안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할 때 이번 합의를 한국정부가 왜 그리고 무엇 때문에 해줬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일본 정부가 이번 위안부문제 최종합의를 계기로 과거사에 대한 비판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처럼 부끄러운 흔적마저 지우려 하는 의도를 보면서 일본의 태도가 과거에 비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재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합의를 박정희정권의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인하여 과거사 문제가 발목 잡힌 사례와 같다고 할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또는 일본군 성노예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일본군의 성적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강제적이거나 일본군의 기만에 의해 징용 또는 인신매매범, 매춘업자 등에게 납치, 매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일본군을 대상으로 성적인 행위를 강요 받은 여성을 가르킨다. 위안부의 구성원으로는 조선인을 포함한 중국인, 필리핀과 태국,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일본 제국이 점령한 국가출신의 여성들이며 네덜란드의 여성도 일본군에게 징발되어 희생된 여성들이다.

▲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일본정부에 지난 20년 넘게 희생자들이 1932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제국주의 군대가 강요한 성노예행위 인정, 위안부범죄에 관한 전면적 조사, 일본국회의 공식사과, 모든 희생자들에 대한 법적 배상, 범죄 책임자들의 기소, 일본 교과서와 역사책을 통한 교육, 희생자 기념물과 일본군대의 성노예역사보존 박물관 건립 등 7개 사항을 요구해 왔다.

일본은 독일이 그러했던 것처럼 과거의 인권범죄를 완전하게 해결함으로써 지구촌의 신뢰에 응답해야 한다. 이상의 요구는 전쟁범죄와 인권위반에 대한 국제적 규범에 따른 조치들이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이들 요구에 대해 그 어떤 행위도 취한 것이 없다. 이러한 일본정부의 실체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한일 양국간 일본군위안부 문제 협상타결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방향으로 이 사안이 해결돼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강조하였으나 하물며 당사자들인 위안부 피해할머니들 그 누구도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고 정부의 이 같은 발언에도 전혀 동의나 공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어떤 해명도 수용하기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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