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수준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다. 대명사격인 Mnet ‘슈퍼스타K’가 그렇고, MBC ‘위대한 탄생’은 아예 폐지됐다. ‘나는 가수다’ 역시 폐지됐고, 지금 그 자리에 새로운 포맷의 ‘복면가왕’이 자리 잡았다.

여기에 비교하면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 스타 시즌5’(이하 ‘K팝스타5’)는 화수분이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벌써 5번째 시즌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원’이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매 시즌 업그레이드되는 모양새다. 팀워크 대결로 벌어지고 있는 현재 가장 주목을 끄는 이수정-정진우와 유제이-유윤지 조합이 주는 상반된 중간성적이 바로 이 프로그램의 강점이자 교훈이다.

▲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K팝스타’에서 한 번 고배를 마신 적이 있는 정진우는 그야말로 괄목상대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첫 경연에서 향후 활약을 기대케 하는 자작곡으로 심사위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런데 뛰어난 가창력의 이수정과 듀엣을 이루고 기존 곡을 부른 그는 보컬리스트로서의 엄청난 잠재력을 나타내며 괴물신인의 탄생을 알렸다. 이번 시즌의 1, 2위 후보를 다투는 유제이와 유윤지의 조합 역시 눈길을 끌기는 마찬가지. 아델의 ‘Hello’라는 선곡까지 기대감을 잔뜩 부풀렸지만 세 심사위원은 소절이 거듭될수록 점점 인상이 구겨졌다. 심지어 박진영은 혹평을 쏟아내며 열정을 강조했다.

이 프로그램은 세 심사위원의 기획사 혹은 다른 기획사에 들어가 가수로 데뷔해 K팝스타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재목을 뽑는 게 목적이다. 지나치게 상업적이거나 YG JYP 안테나라는 특정 기획사의 사업 시스템에 최적화된 게 아니냐는 비난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게 명확해서 오히려 더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확고하다는 장점이 된다. 그래서 경연자가 주인공이면서도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매조지하는 이는 바로 박진영 유희열 양현석의 세 심사위원이다.

▲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사실 지난 4개의 시즌을 통해 배출된 가수 중 실질적으로 프로무대에 데뷔한 이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고 확실하게 성공했다고 평가하자면 악동뮤지션이 고작이다. 그럼에도 프로그램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근거는 아직 데뷔 전이거나 데뷔 후 화려하게 스타덤에 오르지 않았을지라도 본선에 진출한 거의 모든 경연자가 잠재적 스타라는 데 있다. 그 근거는 세 심사위원의 통찰력과 조련능력에 있다. 이 프로그램이 원하는 경연자, 심사위원이 원하는 재목은 의외로 간단하고 명확하다. 그래서 프로그램의 힘이 강하고, 그런 이유로 가능성이 큰 새로운 도전자들이 샘물처럼 계속 솟아나는 것이다.

심사위원들이 원하는 기준은 ‘원곡보다 아주 잘 부르거나 아주 새롭거나’ ‘기존 가수와 다를 것’ ‘기성곡을 마치 신곡처럼 자기만의 것으로 소화해낼 것’ ‘클리셰를 버리고 새로운 개성을 살릴 것’ ‘자신감을 가질 것’ ‘느낌과 열정대로 표현할 것’ ‘못해도 자신 있게’ 등이다. 다양한 이 주문은 결국 개성과 열정 두 단어로 축약된다.

▲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박진영은 처음에 그토록 극찬했던 유제이에게 “절박함 열정 간절함 등이 느껴지지 않는다. 타고난 재능이 아닌 열정이 스타를 만든다”고 열변을 토했다. 이 프로그램이 감동적인 것은 사실 경연자들의 노래가 큰 울림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노래 속에 담긴 진심에 간절함과 절박함 그리고 열정이 풍부해서다. 그걸 박진영은 적확하게 짚었다.

지난 시즌의 우승자 케이티 김은 초반만 해도 전혀 두드러지지 않았던, 중간탈락이 쉽게 예상됐던 그저 그런 재미동포였다. 하지만 수줍고 겁 많았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그녀는 회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이 붙었고, 자신의 간절함을 열정으로 승화해내며 숨었던 잠재력을 마음껏 밖으로 발산했다.

박진영은 자주 ‘노래를 부르려 하지 말고 마음속에 담긴 진심을 말하려 하라’고 주문한다. 사실 스무 살 안팎의 어린 아마추어들에게 굉장히 어려운 주문이지만 그것 이상 훌륭한 조언이 없다. 기교를 부리려 하지 말고, 진심어린 자신만의 감정과 감성과 경험과 희망을 담아내라는 의미다.

이 프로그램이 기성가수들의 경연 못지않게 인기 있고, 웬만한 드라마 뺨치게 감동을 그려내는 힘의 원천이 거기에 있다. 지나치게 음악에 예민한 박진영에 비해 애써 좋은 점과 가능성을 찾아내려 노력하는 유희열의 배려는 확실히 이들의 존재감의 완성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 유독 철학적이고 인간적인 조언을 쏟아낼 정도로 성장한 양현석의 음악 외적인 심사평과 도움말은 화룡점정이다. “부모가 가장 행복할 때는 자식이 행복해하는 것을 봤을 때”라는 명언은 깊은 성장통을 겪는 경연자들의 막연한 가수 혹은 스타를 향한 꿈이 이뤄지거나 진정한 꿈이 뭣인가로 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이 프로그램은 가수 등용문이 아니라 꿈을 잃어버린 N포세대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정치권과 지도층이 못해주는 꿈을 심어주는 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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