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식의 세상 읽기] 고도의 과학과 기술을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대사회를 사람들은 21세기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 또는 지식과 정보가 중심인 사회 또는 새로운 인류문명시대라고 일반적으로 일컫고 있다. 그 만큼 현대사회는 고도의 과학과 기술의 혁명적 발전을 통해 그 변화의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고 규모 또한 대단위로 움직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특징의 현대사회를 제대로 유지하고 발전시키려면 이에 잘 대응하고 대처할 수 있는 사회구조와 형태, 능력, 기능과 역할이 잘 분화되어 사회변화에 적합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2016년 현재 지구상에는 220개가 넘는 국가들이 있으며 이러한 사실로부터 국가와 민족, 국민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무한경쟁을 하고 있다. 물론 이들 국가들은 환경과 조건, 능력과 역량 등에서 많은 차이를 지니고 있으나 나름대로 생존과 번영을 위한 준비에 치열하게 나서고 있다. 물론 우리 대한민국도 오늘날 치열하게 전개되는 생존과 번영을 위한 무한경쟁으로부터 결코 예외 일 수가 없으며 나름의 국력을 총결집하고 강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은 무한경쟁이라는 글로벌 사회의 환경과 조건이 점점 더 나쁜 상황으로 후퇴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국가경영을 담당하는 정치가 위기의 세계적 환경과 조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국가의 작동이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아 비정상적인 것은 물론 정치권력 또한 정상적으로 행사되지 않고 특권과 기득권에 기대어 안주하며 전제군주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오직 최고권력자의 비위나 맞추고 자신의 개인적 영달이나 꾀하는 작금의 정치권행태를 한국이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정치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보니 우리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심각한 국가적 위기에 놓여 있다. 특히 이러한 위기상황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오직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만 관심을 둘 뿐 그들에겐 국민도 국가도 없다. 필자는 2016년 1월 22일자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2015 민주주의지수 발표를 했으며 그 결과를 보면서 우리 대한민국이 2014년에 비해 민주주의지수가 하락했다는 뉴스를 확인하였다. 물론 이번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전한 뉴스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이와 같은 뉴스에 관심조차도 갖지 않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뉴스에 대해 국민들은 각각 입장, 관점, 정도에 따라 그 평가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하지만 작금의 전반적인 대한민국 상황에서 볼 때 그 심각성을 무시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인텔리전스 유닛이 1월 21일(현지시간)자 민주주의지수 발표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평균 7.97점으로 평가대상인 전세계 167개국 중 22위로 나타났다고 했다. 민주주의는 인류역사에서 가장 좋은 이념이고 가치며 정치체제라고 평가되고 있다. 민주주의지수에서 대한민국이 지난 조사 때보다 한 단계 후퇴한 순위를 받았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긍정적인 진보 및 발전을 해도 어떻게 발전을 했느냐를 평가하는 상황에서 발전이 아닌 퇴보했다는 사실, 이보다 더 당황스럽고 실망스러운 사실은 완전한 민주주의국가그룹에서 미흡한 민주주의국가그룹으로 추락했다는 사실, 그리고 이 결과로 대한민국 국격이 크게 실추되어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는 사실 등이 필자를 비롯하여 양식 있는 국민들을 분노하게 한다.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평가한 민주주의지수의 내용을 보면 선거과정, 정부기능, 정치참여, 정치문화, 시민자유 등 5개 부문에서 10점 만점으로 평가한 뒤 평균을 내 민주주의수준을 집계하는 방식이다. 이번 2015년 한국의 민주주의 부문별 지수의 점수는 시민자유 8.53, 정부기능 7.86, 정치문화 7.50, 정치참여7.22, 선거과정 8.75로 집계됐는데 2014년에 비해 선거과정의 평가에서 점수가 깎인 것이 평가추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물론 완전한 민주주의국가그룹에서든 미흡한 민주주의국가그룹에서든 그 안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평균 8점 이상으로 가장 민주화된 국가로 완전한 민주주의국가그룹에 속하느냐, 평균 6점 이상 ~ 8점 미만 그룹인 미흡한 민주주의국가그룹에 속하느냐에 따라 국격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기 때문이다. 특히 빠른 발전과 변화가 대세인 현대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시대적 요구인 발전이 아니고 오히려 퇴보, 후퇴하는 국가며 사회라는 사실은 치명적인 국가적 불명예라는 사실이다. 인텔리전스 유닛(EIU)는 민주주의지수에 따라 정권형태를 완전한 민주주의, 미흡한 민주주의,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혼합형, 권위주의 등 4가지 그룹으로 구분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국가적 불명예는 분명해 보인다.

또 영국 레가툼 연구소가 최근 세계 142개 나라를 대상으로 2015 세계번영지수를 발표한 사실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잘 지적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레가툼연구소는 한국은 2015년 세계번영지수발표에서 28위였는데 그 분야별 평가는 안전·안보(17위), 경제(17위), 교육(20위), 보건(21위), 기업가 정신·기회(23위) 등에서 상대적으로 상위권이다. 하지만 살기 좋은 나라의 평가에서 노르웨이가 1위이고 스위스, 덴마크, 뉴질랜드, 스웨덴,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핀란드, 아일랜드 그 뒤를 잇고 있다. 최상위에 있는 국가들 모두가 복지가 잘 보장된 국가들이라는 사실에서 실업률이 매우 높고 비정규직이 비정상적으로 많고 복지의 대부분을 가족들이 책임지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의 힘든 현실적 상황에서는 세계번영지수의 순위적 평가가 긍정적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아시아국가들 중에는 싱가포르가 17위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일본이 19위, 홍콩 20위, 대만 21위에서 뒤진 한국의 현실을 잘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전세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뉴욕타임스(NYT)가 2015년 11월 19일(현지시간)기사에서도 우리 한국에 대해 언급한 내용은 상당히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꼭두각시 체제와 한국을 구별해주던 민주주의적 자유를 박근혜대통령이 퇴행시키려고 골몰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걱정스럽다며 박근혜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한 기사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인들은 세계적인 산업강국으로 일어선 가난뱅이에서 부자가 된 경제발전만큼이나 독재로부터 활력 있는 민주주의를 일궈낸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할 만하다고 언급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집권 후 민주주의가 퇴행된 것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015년 말경에 있었던 민중총궐기대회를 거론하면서 한국의 교육자들이 독립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역사교과서를 정부가 발행하는 국정교과서로 대체하려는 것에 대해 그리고 한국의 족벌대기업이 노동자들을 더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개정하는 것에 대해 항의를 위해서 거리로 나선 사실을 매우 비판적 시각으로 보도했다. 또한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에서 비판이나 반대의견을 통제하려고 정부가 시도하고 있다고 하면서 뉴욕타임스는 한국정부의SNS통제도 비판하였다.

뉴욕타임스는 일본식민지시대 일본제국주의의 장교였으며 1961년부터 1979년까지 군사독재자였던 박정희장군의 딸이 학생들에게 한국역사 특히 민주주의적 자유가 산업화에 방해물이 되는 것으로 간주되던 시기에 대해 미화된 버전을 가르치게 하려고 한다. 이러한 동기 중의 일부는 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복원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난하였다. 국제사회에서 한국평판에 대한 가장 큰 위험은 위기인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비민주적 정치적인 것으로 주로 역사를 다시 쓰고 비판자들을 억압하는 가혹한 조처들로 한국의 국격추락주범이 바로 박근혜대통령임을 강조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언론과 연구기관들의 한국에 대한 평가를 우리 정치권은 다른 나라얘기쯤으로 치부해 버리는 행태를 보면서 이를 바로 잡는 것이 무엇보다도 급선무가 되었다. 이러한 행태의 한국정치가 지속된다면 그 어떤 기대도 희망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국민은 국가경영을 제대로 행할 정치지도자를 선출하지 못한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결국 국민의 몫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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