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 칼럼] 가지고 있는 재능, 잃어버리고 있던 재능을 찾아서 기부를 하는 체육인들이 있어 주위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대한민국 스포츠 합창단과 아이스하키로 재능기부를 하는 키친위키드가 바로 그 주역들이다. 화제의 주인공들을 만나본다.

노래로 온정 나누는 대한민국 스포츠 합창단
대한민국 스포츠 합창단은 지난해 9월 말 현역에서 은퇴한 스포츠인들이 한데 마음을 모아 만든 합창단이다. 단원은 남자 12명, 여자 16명으로 총 28명.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주인공인 여자 핸드볼 임오경 서울시청 감독이 단장을 맡고 있다. 단원들 가운데 지휘자인 가수 김장훈과 행정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정용준 총괄이사(평창동계올림픽 바이애슬론 타이밍 담당관), 신희섭 홍보‧기획이사(국민체육진흥공단 홍보실장)를 제외하면 25명이 모두 스포츠인들이다. 임오경, 여갑순(사격), 이은경(양궁), 정성숙(유도), 조해리(쇼트트랙) 등 올림픽 메달리스트들만도 8명에 이르고 보디빌딩, 골프, 아이스하키, 수영, 당구, 봅슬레이, 스키, 축볼, 리듬체조 등 동계(6명), 하계(19명)로 종목도 다양하다. 대부분 국가대표 선수를 지낸 각 종목의 간판급 스타 선수 출신들이다.

이들이 ‘대한민국 스포츠 합창단’이란 거창한 이름아래 뭉치게 된 데는 예비역 장성과 공무원, 교수, 언론인 등 반백을 넘어선 40여 명으로 구성된 군가합창단의 유일한 여성으로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임오경 감독의 제안이 단초가 됐다. 임 감독은 체육인재육성재단에서 스포츠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 “스포츠인들도 군가합창단처럼 합창단을 만들어 나눔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을 해 시작이 됐다. 잃어버리고 있던 끼(재능)을 찾아내 사회봉사활동과 기부를 하자는 뜻이었다.

처음에는 화음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어려움도 겪었다. 국가대표 빙상감독인 제갈성렬 부단장의 부탁으로 가수 김장훈 씨가 지휘자로 합류하면서 제대로 된 합창단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결성된 지 불과 2달만인 지난해 11월 2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기부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한 2015 서울 희망나눔 콘서트에서 데뷔 공연을 가진 뒤 2015 존경과 화합 한마당(대한체육인회 주최),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국민체육진흥공단 주최)에 잇달아 참여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어 12월 12일에는 청주교도소에서 교도소 수용자들을 위한 ‘친구’ 콘서트를 수형자 밴드, 중창단과 합동공연도 하고 12월 29일에는 대한체육회가 태릉선수촌에서 가진 ‘구술채록 및 영상제작발표회’에 출연해 스포츠 대선배들 앞에서 갈고 닦은 노래 실력을 뽐내 많은 스포츠 원로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이처럼 스포츠 스타들이 합창단을 만들어 나눔 문화를 실천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곳저곳에서 공연 요청이 오고 있다는 임 단장은 한 달에 최소 한번씩은 교도소를 찾아 정기공연을 할 예정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임 단장은 또 “대한민국 스포츠 합창단은 자랑스러운 스포츠인으로 온 국민들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스포츠와 노래,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 각층의 국민들에게 행복과 기쁨을 선물하는 밀알이 되자는 뜻에서 만들어 졌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나눔과 봉사활동의 새로운 채널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이스하키로 재능 기부하는 ‘위키드’
‘아이스하키를 통해 함께 즐겁게 꿈을 향해 나아가자, 우리가 꿈을 향해 나가는 키(KEY) 포인트가 되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출신의 김은진 씨(대한체육회 태릉선수촌 의과학팀)와 대한체육회 일부 직원들이 주축이 되어 2013년 10월에 창단한 ‘위키드(WeKey:D)’의 슬로건이다. 위키드는 ‘We+Icehockey+Dream’을 줄인 말로 아이스하키 대중화, 취약계층 청소년 지원, 스포츠를 통한 사회 공헌 등 3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자는 뜻으로 만든 재능기부 비영리단체다.

즉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아이스하키라는 특수한 스포츠도 접하고 여기에 멘토링 프로그램을 가미해 청소년들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과 스포츠를 통해 꿈과 희망을 함께 나누자는 뜻이 담겨 있다. 아이스하키 기술은 전 여자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출신들로 구성된 기술멘토 그룹이 맡고 멘토링 프로그램은 고교 교사인 김윤희 팀장을 비롯해 대한체육회 직원들인 김민경 김영준 권영제씨와 다양한 분야의 자원봉사자들로 이루어진 정서멘토 그룹이 멘티들과 함께 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위키드’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기술멘토가 소외계층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오전에는 아이스하키 레슨을 하고 정서멘토는 멘티들과 같이 하키를 배우면서 오후에 멘토링을 하는 ‘청소년 위키딩’이다. 매월(8월과 2월은 제외) 토요일은 오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일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에서 이루어진다.

기초생활수급가정, 저소득계층,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 등의 청소년들 가운데 지원을 받거나 관계기관의 추천을 받아 선발하는데 올해는 성동지역 아동복지센터와 오류마을 청소년들로 기술멘토와 정서멘토가 거의 1대1로 붙어 지도를 해 효과를 배가시키고 있다. 특히 청소년 위키딩은 회차 별로 아이스하키 기술 단계를 높여 청소년들이 아이스하키에 지속적으로 흥미를 갖게 하고 정서 함양을 위해 공감퀴즈, 역할놀이, 작은 운동회, 그룹 편지쓰기, 꿈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 하나하나씩 꿈 이루기 등으로 다양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둘째는 체험위키딩으로 일반인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 가능한 아이스하키 체험 레슨으로 3~7월까지 2, 4주 토요일 밤 7시부터 10시 30분까지 총 10회가 예정되어 있다. 장소는 마찬가지로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이다. 체험위키딩은 일반인들이 대상이므로 3만원 회비를 받는다. 이밖에 중상급자들을 대상으로 현역 선수나 지도자들을 특별 강사로 초빙해 주제를 정해서 교육을 하는 특별레슨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스하키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장비와 경기장의 특수성으로 많은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한때 아이스하키가 귀족운동이라고 불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위키드를 지원하는 후원사는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을 대관해 주는 대한체육회를 비롯해 대한하키협회와 스케이팅 전문업체인 바우어에서 장비 40세트를, 간삼건설에서 창고와 보관틀을, 그리고 포카리스웨트에서 음료수 등을 후원해 주고 있으나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위키드를 이끌고 있는 PL(Program Leader) 김은진 씨는 아이스하키 영화를 찍고 싶어 중학교 때부터 아이스하키를 시작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영화과를 다니며 국가대표(2006년~2011년)도 지내고 2011년 대한체육회에 입사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김은진 씨는 “위키드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스포츠를 통한 신체적 건강 증진뿐만 아니라 책임감, 규칙 준수, 자기희생, 인내심, 협동심, 용기를 길러주고 싶다”면서 “스포츠 선수로서의 재능 발견이 된다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장학금이나 장비 지원도 해 줄 예정이다”고 당찬 희망도 밝혔다.

▲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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