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 칼럼] 대한체육회(회장 김정행)가 지난해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역사상 처음으로 마련한 ‘체육인 행복 나눔’이 2016년 병신년(丙申年)을 맞아 다시 한 번 체육인들뿐만 아니라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들의 따듯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체육인 행복 나눔’은 우리나라 체육발전에 많은 공헌을 했지만 현재 힘들게 생활하며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체육인들을 돕기 위해 대한체육회가 야심차게 마련한 프로젝트로 다함께 행복을 나누자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스포츠 스타들의 사인회와 애장품 경매, 그리고 선수들과 경기단체들로부터 기증받은 다양한 물품들의 바자회 등을 통해 기금을 마련해 1차로 형편이 어려운 체육인 6명을 지원해왔다. 올해는 그 폭을 더욱 넓혀 더 많은 체육인들에게 행복 나눔의 손길이 미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통합체육회 출범으로 생활체육까지 아우르게 돼 범위가 한층 넓어지고 리우올림픽 열기가 더해진다면 덩달아 ‘체육인 행복 나눔’도 스포츠팬들의 관심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한체육회 체육인복지부는 이 사업이 눈앞에 보이는 당장의 성과보다는 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일반인들이 꾸준하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여러 물품들로 사랑을 표현하다
‘체육인 행복 나눔’을 확대 시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금 마련이 중요하다. 지난해의 경험에 비추어 기금 마련 행사는 스포츠 스타들의 애장품 경매와 개인 및 단체로부터 기증받은 물품의 바자회를 통한 현장 판매였다.

사실 지난해 대한체육회는 이 행사를 위해 단체 및 개인으로부터 500개의 품목을 기증받는 것이 목표였다. 처음으로 시행하는 행사여서 과연 단체나 개인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호응을 해 줄지가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기증받은 물품은 1,597개에 달해 목표보다 300%나 초과달성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물품 판매 총액은 24,708,000원에 이르렀다. 행사 당일 판매한 금액은 총 금액의 70%인 17,294,000원이나 되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하고 날씨마저 무더운데다 행사 장소가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은 정동극장에서 행사가 벌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첫 행사치고는 대성공이었다.

여기에 세계적인 배구 스타 김연경, 레슬링 그랜드슬래머 김현우, 프로농구 김주성과 양동근, 축구 국가대표 홍정호와 김영권, 펜싱 구본길과 김지연, 피겨 박소연, 볼링 박종우, 양궁 김우진 강채영 등 스포츠스타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해 빛을 더해 주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올해에는 리우올림픽이 끝난 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직접 참여해 평소 사용하거나 올림픽 출전에 사용했던 물품들을 바자회에 출품한다면 전국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참여 여부가 ‘체육인 행복 나눔’의 확산여부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기후원(CMS) 확산이 성공의 지름길
행복 나눔의 행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 도입한 정기후원 제도(CMS)는 앞으로 이 사업의 확산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 지난해 6월 ‘체육인 행복 나눔’ 행사와 함께 시작된 정기후원에 가입한 인원은 불과 60명에 그쳤다. 그리고 지난해 12월에는 161명으로 처음보다 3배 가까이 참여인원이 늘었다. 많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기대치에는 많이 못 미친다.

무엇보다 정기후원 제도에 참여한 161명 가운데 일반인의 참여는 29명으로 전체에서 18%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비율로 보았을 때 체육인들의 참여도는 바람직하지만 숫자로 볼 때는 턱없이 부족하다. 같은 체육인으로 생활이 힘든 동료들을 작은 금액이지만 돕는다는 마음이 아쉽기 짝이 없다.

하지만 이보다 ‘체육인 행복 나눔’이 확산과 지속을 동시에 이루어 낼 수 있느냐의 여부는 바로 일반인들의 참여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일반인들의 참여 유도를 위한 다양한 방안 강구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가 스포츠 스타들의 활약상에는 열광을 하면서도 환경이 어려운 체육인을 돕는데 인색한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작금의 체육계 주변 여건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즉 지난 2년 동안 잊을 만 하면 터져 나오는 ‘체육계 4대 악’에다 체육회 통합을 둘러싼 불협화음으로 체육인들이 일반인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림픽의 해를 맞아 올림픽을 연계한 스포츠 스타와 기업체, 금융권 등과의 공동보조를 통한 CMS 확산 방안을 연구하는 것도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7월부터 ‘체육인 행복 나눔’ 행사를 통해 모금된 기금을 통하여 약간의 금액과 쌀 30kg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1월에도 지난해 12월까지 추가 모금한 금액으로 5명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지만 결코 충분치 않다.

아직까지 정부나 대한체육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체육인들은 많다. 그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체육인 특유의 오기와 체면으로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일회성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갈수록 나눔에 참여하는 사람도, 지원을 받는 사람도 늘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바로 복지사각 지대에서 힘들게 고생하고 있는 체육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하는 바람 때문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