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공모 최우수작 ‘퍽’, SBS 신년 특집극으로 방영
대한체육회가 한국 스포츠 역사를 보존‧계승하고 새로운 문화콘텐츠 발굴을 위해 실시한 ‘2015 한국 스포츠 영상물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윤현호 씨의 ‘퍽’(puck)이 신년특집극으로 SBS에서 2부작으로 방송돼 큰 관심을 끌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퍽은 아이스하키에서 골을 집어넣기 위해 사용하는 지름 3인치에 두께 1인치의 고무 원반을 말한다. 즉 퍽은 아이스하키를 말하는 대명사인 셈이다.

드라마 ‘퍽’은 사랑도 희망도 없는 조준만(이광수 분)이 대학 아이스하키 선수로 들어가면서 서서히 삶이 변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채업자인 조폭 사장 밑에서 막장 인생을 살아가는 조준만이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한국대 아이스하키 팀 선수로 들어가 좌충우돌 해프닝을 벌이는 가운데 진한 동료애를 느끼고 새 삶을 살아간다는 인간 성장을 다룬 작품이다.

‘퍽’ 2부작은 2016년 1월 1일 오전 8시 30분에 SBS UHD 채널을 통해서 4K로 동시 방송된데 이어 1월 2일 밤 12시에 재방송됐다. 시청률 전문 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퍽’은 이날 전체 드라마 가운데 MBC의 ‘내일도 승리’와 함께 시청률 7.1%를 기록하며 공동 5위를 마크했다.

1월 1일 아침에, 그것도 스포츠 드라마가 이처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TV에서는 오랜만에 보는 스포츠 드라마인데다 우리나라에서 평소 접하기 어려운 아이스하키가 소재였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또한 시나리오만 탄탄하면 스포츠가 드라마 소재로 충분하다는 반증도 됐다. 다소 전형적이기는 하지만 스포츠가 가질 수 있는 스펙타클한 장면과 스포츠를 통해 캐릭터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퍽’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는 데는 성공했지만 대한체육회가 이를 영상화하기 위한 노력도 결코 가볍지 않았다. ‘퍽’을 영상화하기 위해 방송 3사를 비롯해 영화사들을 섭외했으나 대부분 외면을 하는 바람에 한때 포기까지 생각할 정도였다.

이 와중에 SBS에서 제작비 지원을 조건으로 제작의사를 밝혀 급진전이 되었으나 급기야 이마저도 지원 금액이 대폭 삭감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대한체육회의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지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기술 지원에다 고려대학교와 광운대학교의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우정 출연을 하면서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완정된 ‘퍽’이기에 대한체육회로서는 높은 시청률이 더없이 반가울 수밖에 없고 한편으론 사상 처음으로 스포츠 문화 콘텐츠 발굴을 위해 실시한 공모전 당선작이 영상화됨으로써 앞으로 사업 진행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포츠역사발굴사업단 문호성 단장은 “퍽이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픽션이기는 하지만 모티브는 실화에서 따온 것”이라면서 “스포츠인 역사보존 사업을 통해 발굴되는 다양한 스포츠 콘텐츠들을 활용하면 퍽 이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고 드라마 방영의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퍽’ 집필한 윤현호 작가 인터뷰

광운대 아이스하키 팀의 실화에서 모티브 받아
“대한체육회에서 스포츠 시나리오 공모전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불현 듯 오래 전에 유튜브에서 광운대 아이스하키 팀이 선수 6명으로 경기에 나섰다는 영상을 본 기억이 났습니다. 이를 나름대로 상상력을 동원해 살을 붙였는데 …”

‘퍽’을 집필한 윤현호 작가(31)는 현재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이다.

“당초 2시간 분량 영화 대본으로 시나리오를 썼으나 방송 드라마로 변경되는 바람에 폭력 적인 장면이나 언어들의 수위가 낮아질 수밖에 없어 SBS 제작진과 4~5차례 원고를 수정해 보내고 대본 리딩도 했다”는 윤 작가는 “일부 방송 드라마로 부적합한 부분이 수정되기는 했지만 큰 줄기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작 과정에서 확인을 해 주면서도 실제 촬영현장은 찾지 못했다고 아쉬움도 보였다.

예상 밖의 높은 시청률을 나타낸데 대해서는 미국 등에서 NHL 등을 소재로 하는 영화와 드라마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없는데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와 맞물려 아이스하키를 소재로 한 것이 시청자들의 공감과 관심을 끈 덕분인 것 같다고 나름대로 분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자신의 처녀작이기도 하지만 대한체육회에서도 공모를 해 선정된 작품을 방송 드라마로 제작한 첫 케이스라는 점이 더욱 영광스럽다면서 이번 ‘퍽’을 계기로 국민들이 동계올림픽과 아이스하키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아직 후속 작품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윤 작가는 직접적인 스포츠를 소재로 하는 작품보다 선수들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나 에이전트에 더 관심이 많아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한 작품을 쓰고 싶다는 의욕을 보였다.

한편 윤 작가는 “시나리오 공모전의 당선작이 영상화까지 이어져 타 공모전과 작가분들의 귀감이 되는 좋은 모범사례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면서 대한체육회 김정행 회장을 비롯해 역사발굴사업단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 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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