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열풍과 재개봉 영화 러쉬는 왜?

유진모 테마토크 편집국장l승인2016.02.12l수정2016.02.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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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모의 테마토크] 최근 재개봉 영화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른바 ‘흥행 역주행’이란 각 매체의 제목을 자아낸 ‘이터널 선샤인’을 비롯해 ‘백 투 더 퓨처’ ‘러브 액츄얼리’ ‘렛 미 인’ 그리고 최근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영웅본색’까지 기존에 크게 히트했거나 작품성에 비해 미처 많은 관객에게 노출될 기회가 적었던 숨은 걸작들이 신규 대작들 틈에서 용틀임하며 재평가되고 있다.

먼저 ‘흥행 역주행’이란 신조어의 오류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역주행이란 ‘같은 찻길에서 다른 차량들이 달리는 정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달림’이란 뜻이다. 물론 사람이나 인기 같은 데 대입해서 쓸 수도 있다.

▲ '이터널 선샤인'

‘이터널 선샤인’이 애초 개봉 때보다 재개봉 때 더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는 것부터 크레용팝이나 EXID의 뒤늦은 부활에 대해 ‘흥행 역주행’이란 표현을 자주 쓰는데 썩 바람직한 대입은 아니다. 흥행이나 인기란 것 자체가 정주행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기나 흥행 등과 연결할 땐 모든 정방향의 달림과 반대 방향으로 질주한다는 의미이므로 본래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와는 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흥행(인기)의 기사회생(부활)이 더 가깝다. 뒤늦게 인기를 끈다거나 예전과는 달리 가까스로 되살아났다는 의미이므로.

각설하고. 재개봉의 가장 큰 이유는 가성비다. 대부분 외화인 이들 재개봉 영화의 경우 해외개봉과 비슷한 시기의 판권에 비해 이미 ‘철’이 지난 시점에서의 수입비용이 매우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다. 게다가 이미 알려졌기에 입소문만 좋게 돌고 있다면 쏠쏠한 수익창출의 가능성이 크다.

그건 바꿔 말하자면 세계적으로 영화의 아이디어가 많이 고갈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매번 ‘그 밥에 그 나물’ 같은 신작들에게 기약 없는 투자를 하느니 어느 정도의 수익이 예상되는 확률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계산이 올바르기 때문이다.

▲ '렛 미 인'

영화적으로는 마니아들의 보이지 않는 열망과 그것을 읽거나 비슷한 열정을 가진 수입업자들의 예술적 희망이 있다. ‘이터널 선샤인’이나 ‘렛 미 인’이 대표적이다.

‘이터널 선샤인’은 미셸 공드리 최고의 역작 중 하나로 정평이 나있지만 국내 영화광들에겐 뒤늦게 인정받았다. 개봉 당시 주인공이 짐 캐리란 이유로 코미디 영화로 오인당한 사례 탓도 컸다. ‘렛 미 인’ 역시 작품성이 매우 뛰어난 예술영화임에도 소년과 소녀가 주인공이고 뱀파이어란 정체성 때문에 진정한 사랑을 소재로 한 심오한 인생의 철학적 영화라는 점을 인정받기도 전에 간판을 내려야 했다.

▲ '영웅본색'

‘영웅본색’의 경우는 보다 더 복합적이다. 이미 할리우드에까지 진출한 우위썬(오우삼) 감독의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이 영화는 홍콩영화의 전성기에 이미 숱한 사람들이 관람한 홍콩의 대표적인 누아르물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 극장가에 누아르가 유행되고 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신세계’에 이어 ‘내부자들’까지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홍콩이 중국반환을 앞두고 정체성의 혼란과 더불어 가까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절정일 즈음 하이라이트의 불꽃을 일으켰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현재 한국은 문화 IT 패션 등 전방위에 걸친 산업과 예술로 세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건국 이래 최고의 국력을 떨치고 있다. 하지만 N포세대란 신조어로부터 최악의 전세대란, 자살률 이혼율 1위와 심각한 저출산율에서 보듯 서민의 실생활의 수준은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의 효자였던 조선업이 최악의 불황인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외적 국가의 위용과 서민의 실물경제가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원래 미국의 대공황기에 절정을 이룬 이유로 전반적으로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인 누아르가 그나마 한국에서는 절반의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로 끝맺음하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더불어 당연히 복고바람과 동일선상에 있다. 이는 오랫동안 되풀이된 문화의 복고의 의례적인 현상인 것은 맞다. 다만 첨단산업의 변화속도가 가팔라진 현재의 복고바람은 확실히 과학의 가속도에 대한 문화적 거부감이 근원인 게 조금 다르다.

패션용어 중에 빈티지룩 그래니룩이란 게 있다. 깔끔하고 세련된 것과 반대편의 오래된 듯 낡고 닳은 질감과 색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타일이다. 문화사조 중에도 키치문화가 있고, 록음악에도 그런지록이 있다. 그런지룩은 유사한 의미의 패션스타일이다. 모두 펑크록과 히피문화와 연결된다. 그건 귀족사회 즉 소수의 사회 지도층과 고귀 계급층이 이끄는 정치 사회 문화 생활 등 삶의 전반적인 기류에 반발하는 다수의 서민의 땀냄새 사람냄새 나는 포효다. 도덕과 질서가 인간사회를 이끄는 기본인 것은 맞지만 지나치게 상투적이거나 전형적인 형식적 포장에 대한 반감의 표현인 것이다.

더불어 현재의 불만과 미래의 불안이 ‘옛 것이 좋다’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강하게 불러일으킨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사람이라면 응당 새것과 편한 게 좋기 마련인데 초정밀 HD화면을 안방에서 즐기는 시대에 칙칙한 아날로그 필름에 열광하고 재래식 화장실이 오버랩되는 쌍문동 달동네에서 짙은 향기를 느끼는 이유는 분명히 존재한다. 과거는 지난날일지언정 잊으란 의미가 아니라 현재의 거울이고 미래의 망원경이란 의미는 아닐까? 도식적인 클리셰의 멜로영화는 아무리 현대적 감각으로 만들어도 안 되고, 구닥다리 필름 안에 아날로그적 철학의 정서를 담은 멜로영화는 되는 덴 분명 진지한 고찰의 필요성은 존재한다.

유진모 테마토크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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