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경의 스포츠를 부탁해] 지난 2011년 평창은 세 번의 도전 끝에 2018 동계올림픽의 개최지로 선정됐다. 그리고 어느새 평창 동계올림픽은 2년 앞으로 다가왔다. 그만큼 동계 스포츠 종목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겨울 스포츠는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 등 빙상 종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빙상 종목 이외에 썰매 종목과 설상 종목에서는 지금까지 두각을 나타낼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 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썰매 종목인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이 2015~2016시즌 국제 봅슬레이 스켈레톤 연맹 월드컵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봅슬레이 2인승의 원윤종(31)과 서영우(25), 스켈레톤의 윤성빈(23)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썰매 종목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각각 약 6년, 3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오르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빙상뿐만 아니라 썰매 종목에서 좋은 소식이 들리며 2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 있다.

▲ 사진= sbs 방송화면 캡처

원윤종(31)과 서영우(25) 선수는 이번 시즌 월드컵 1, 2차 대회에서 3위를, 3차 대회에서 6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다시 4차 대회에서 3위에 올랐다. 그리고 5차 대회에서 1차 시기 51초 63으로 2위에 올랐고, 2차 시기에서 51초 78로 합계 1분 43초 41을 기록하며 한국 봅슬레이 사상 첫 금메달 따는 동시에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게 됐다. 최근 7차 대회에서는 5위로 마쳤지만 그동안의 좋은 성적 덕분에 세계 랭킹 1위는 유지하며 웃을 수 있었다.

▲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윤성빈(23)선수는 지난 7차 대회에서 1, 2차 시기 합계 2분 18초 26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세계가 놀랄만한 결과였다. 이번 시즌 월드컵 6차 대회까지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던 마르틴스 두쿠르스(32·라트비아)를 처음으로 이겼기 때문이다. 두쿠르스는 최근 10여 년간 남자 스켈레톤에서는 빙판 위의 우사인볼트라 불릴 만큼 최고로 불린 선수였다. 윤성빈은 비교적 썰매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유망주였고 고작 3년 반만에 두쿠르스를 꺾었기에 세계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결과를 보이게 한 출발점에는 바로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가 있었다. 강광배 교수는 원래 스키 선수였지만 부상으로 썰매를 타기 시작했다. 훈련과 출전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자비로 해결하며 루지, 스켈레톤, 봅슬레이 등 썰매 종목에 모두 선수로써 올림픽에 참가한 특이한 이력이 있다. 그만큼 썰매에 대한 열정이 강했던 그는 은퇴 전과 마찬가지로 은퇴 후에도 국내 썰매 보급과 유망주를 찾기 위해 발로 뛰어다녔다. 강광배 교수는 그렇게 찾은 선수들을 데리고, 어려운 훈련 환경 속에서도 차근차근 세계무대를 향해 나아갔고 바로 지금의 세 선수가 탄생하였다.

봅슬레이나 스켈레톤은 아주 작은 동작도 기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처음 우리 선수들은 기록이 좋지 못했다. 현지 코스를 잘 알고 있는 외국인 코치의 가르침으로 선수들은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고 그 결과는 기록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표 팀은 독단적 결정이 아니라 분야별 코치진과 소통하였고 팀 모두가 의지를 가지고 힘을 합쳐 나아갔다.

▲ 사진=MBC 무한도전 화면 캡처

강광배 교수는 당시 열악했던 훈련 환경을 바꾸고자 노력했다. TV프로그램 무한도전에도 출연하며 봅슬레이를 알렸고 밴쿠버 올림픽에도 출전하며 국민적 관심을 이끌었다. 그 덕분에 밴쿠버 올림픽 이후에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 들어선 봅슬레이 스타트 훈련장에서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었다.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우리의 썰매가 없어 경쟁 국가들의 썰매를 빌려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대표 팀은 네덜란드 등에서 제작한 썰매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고 현대자동차가 직접 제작한 썰매를 지원받을 예정이다. 스켈레톤의 윤성빈 선수도 작년부터 잠재력을 인정받아 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 매니지먼트 회사인 올댓스포츠와 계약을 맺었고 KB에서 지난해부터 후원을 하고 있다. KB는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대표 팀에 국제 대회 참가비, 장비 구매 비용, 전지 훈련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이다. 어떤 좋은 환경이 있더라도 선수들의 노력이 없다면 모두 물거품이 되었을 것이다. 이렇듯 점점 좋아지는 환경과 더불어 선수들의 노력이 합쳐져 오늘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현재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에 등록된 선수는 약 80여 명이다. 등록된 팀은 20개 정도지만 현실적으로는 3개 정도의 팀이 운영된다고 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강광배 교수 혼자 고군분투했었기에 80명이라는 숫자가 크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많이 발전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썰매 종목은 두려움을 이겨내는 스포츠라고 한다. 엄청난 속도와 위험천만한 상황들 속에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결승전까지 가야 하는, 그것이 바로 썰매 종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빙판 위를 질주하는 약 80여 명의 선수들이 자랑스러운 이유이다.

빙상 종목에 이어 썰매 종목까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여기에 설상 종목까지 더해진다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개최국으로서 동계스포츠 강국의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설상 종목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지만 그래도 조금씩 기지개를 펴고 있다.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의 최재우(22) 선수는 지난해 1월 월드컵에서 사상 최고 성적인 4위에 올랐고, 스노보드 하프파이브 이광기(23)선수는 지난 25일 월드컵 6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여기에 한국 여자 스키 선수인 서지원(22)도 듀얼모굴에서 6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설상 종목도 썰매 종목과 마찬가지로 더 좋은 환경과 지원이 주어진다면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려주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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