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우부장

[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중앙탕] 오래되고 촌스러운 가게들 사이로 서울의 예전 모습이 마치 시간이 정지해버린 듯 친근하고 푸근하기까지 하다. 북촌 골목길 귀퉁이에 계동의 명소라는 별칭이 붙은 2층짜리 대중목욕탕이 있다.

24시간 사우나, 찜질방이 대세인 요즘, 외지인들에겐 그야말로 골동품 같은 목욕탕이지만 이곳 주민들에게 중앙탕은 여전히 일상의 한 부분이다.
인근에 위치한 중앙고등학교 운동부의 샤워장으로 사용되다가 대중목욕탕으로 문을 연건 1969년. 목욕탕은 나이가 반세기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성기 시절엔 때 미는 사람 따로 있고, 이발하는 사람, 보일러 보는 사람, 탈의실 보는 사람, 신발 닦는 사람 등등 북적거리는 목욕탕이었지만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는 도시개발로 인해 화려한 사우나 시설에 밀려 하루 150여 명이 드나들던 목욕탕은 20~30명으로 줄었다.

신발장 만한 작은 옷장과 손님보다 오래된 물건이 더 많은 탈의실, 수 십 년 손님들의 머리를 손질하던 이발 도구.... 모든 것이 어릴 적 다녔던 동네 목욕탕 모습 그대로이다. 그리 크지 않은 온탕에 지친 몸을 담그고 있노라면 이웃 주민끼리 가까운 거리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였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동네 목욕탕을 찾던 시절, 묵은 때를 벗겨내느라 손가락, 발가락 끝이 쭈글쭈글해져야 욕탕을 나설 수 있었다. 개운한 몸으로 목욕탕을 나서며 마셨던 유리병 우유는 그만한 호사가 없었다.
낙후되고 오래된 목욕탕이지만 옛 추억을 생각하고 찾아오는 주민들이 있어 쉽사리 문을 닫지 못했던 중앙탕. 46년간 계동의 지킴이이자 동네 사랑방 역할을 했던 그런 중앙탕이 반세기를 채우지 못하고 지난 2014년 11월 16일로 폐업을 하며 문을 닫고 말았다.

해가 바뀌며 그 자리에 안경점이 들어섰지만 예전처럼 목욕탕 간판은 그 모습 그대로 매달려 있다. 목욕탕의 모습을 일부 재현해 인테리어를 꾸민 점이 이색적이다. 이젠 사라지는 북촌의 풍경이지만 계동에 가면 여전히 어릴 적 추억을 만날 수 있다.

  <중앙탕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 http://tvcast.naver.com/v/124072
※ 동네 목간의 추억 ‘중앙탕’은 폐업되기 전 2014년 2월 17일에 방송되었습니다.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고화질 HD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캐스트(http://tvcast.naver.com/seoultime) 또는 tbs 홈페이지(tbs.seoul.kr)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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