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보물 창고

자꾸 하다 보니 요령이 생긴다. 김경아 칼럼l승인2016.02.18l수정2016.02.2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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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아의 ‘특별한 당신’] 둘째 아이를 낳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육아 전쟁. 딱 7개월 지나니 한시름 놓인다. 처음에는 말도 아니었다. 2살 터울 아이들과의 울고 짜고 하루가 어찌나 긴지 친정, 시댁 다 멀어 도와줄 손도 없고, 아직 아기인데 갑자기 누나가 되어버린 첫째는 막무가내 떼쟁이가 되어버렸다. 하루 종일 기어 다니며 물불 안 가리고 빨아대는 둘째 덕에 땀 뻘뻘 흘리며 온 집안을 쓸고 닦고 했건만, 큰 아이 과일 주스 쏟고 작은 아이 이유식 흩뿌리고.. 서랍장마다 다 끄집어내고 장난감 여기저기 굴러다니니 집안은 금세 엉망진창. 동생 안을 때 자기도 안아 달라 매달리고, 어찌 이리 마음이 잘 통하는지 동시에 배고프고 번갈아 가며 낮잠 자는 사랑스런 남매와 하루하루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댔다.

▲ 육아 모임

어르고 달래고 울고 웃고.. 길고도 짧은 매일 매일 반복된 시간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만 해도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밤중수유의 길고 긴 새벽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보내고 나니 이제 요령이 늘어 조금은 여유가 생긴다. 여느 엄마가 그랬듯 이렇게 해나가는 건가 보다. 여전히 동시에 배고픈 떼쟁이 남매이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동시에 보채는 아이들, 노래로 달래가며 왼손으로 젖병 물리고 오른손으로 밥 수저 떠먹이는 ‘일타쌍피(一打雙皮)’ 신공을 발휘하기도 하고, 서로 안아 달라 떼쓰는 아이들 한 아이 아기 띠로 메고 또 한 아이 한 손으로 번쩍 안아 달래는 ‘엄마괴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몰라 헤매던 초보엄마의 투박한 손길에 악쓰며 울어댔던 아이들도, 이제 제법 익숙해진 부드러운 엄마 손길에 안정을 찾으니 서로 안아주고 뽀뽀하고 까르르 거리며 뒹구는 모습이 영락없는 천사. 이렇게 이쁠 수가 없다. 눈앞이 캄캄했던 육아전쟁. 자꾸 하다 보니 이렇게 요령이 생긴다.

곧 둘째 출산을 앞둔 만삭인 친구에게서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출산시기가 다가오니 그 집도 큰 아이 떼쓰기가 시작됐단다. 출산을 앞두고 고민이 많은 그녀의 넋두리를 듣고 있자니 몸도 마음도 약한 만삭의 그 시절,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 마음이 안쓰럽고 측은하여 해줄 말이 많다. 작은 아이보다 큰 아이를 예뻐하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이라는 말부터 두 아이 달래기에 특효약인 만능간식 레시피까지. 치열하게 전쟁을 겪으며 고이고이 모셔 놓은 ‘육아요령’을 전수하다 보니, 마치 육아 전문가가 된 것 마냥 신이 난다. 내 걸 나눠 줄 수 있기에 신이 나고, 그간 남몰래 흘렸던 육아 고충의 눈물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스스로 토닥이며 위로할 수 있기에 신이 난다. 소소한 일상 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누군가에게 맞춤형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쁨. 내가 쌓아온 ‘나만의 요령’으로 스스로가 참 ‘특별해’ 지는 순간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노하우로 무장된, 재야의 숨은 ‘고수’들이 참 많이도 있다. 주부9단 살림실력을 자랑하는 옆 동 독수리오남매 엄마, 어떤 음식이든 뚝딱뚝딱 맛깔스럽게 만들어내는 요리고수 윗집 할머니, 20년간 노하우로 못 고치는 곳 없는 우리 동네 맥가이버 아저씨, 직접 농사지어 밥 짓는 인심 좋은 이씨 아줌마. 묵묵히 부지런히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를 살아온 이웃의 정직한 땀방울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 봉사왕
▲ 건강전도사
▲ 영어스터디

똑같은 하루를 살지만 어려운 이를 돌아보며 누구보다 꽉 찬 하루를 살아가는 봉사왕 최 권사, 춤을 사랑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매력적인 건강전도사 그녀, 언젠가아이와 함께 떠날 해외여행을 꿈꾸며 한 손에는 아이 손을 한 손에는 영어 책을 꼭 쥐고 공부하는 영어스터디 모임, 힘든 육아의 고충을 함께 나누며 야무지게 양육하는 엄마표 놀이모임, 매일 반복되는 반찬걱정 덜며 센스 있게 살림하는 반찬 품앗이.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시간을 쪼개 부지런히 자신의 인생을 ‘특별한’ 무엇으로 일궈내는 그 모습들이 참 귀하다. 이 귀한 이야기들을 모으고 정성으로 품어 한 알의 ‘진주’를 만들어 내려한다.

▲ 반찬 품앗이

누군가는 그런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별다를 것 없는 인생이었노라고. 소박한 내 이야기가 한편의 글로 풀어지니 그럴 듯하게 참 잘 살아온 인생처럼 여겨져 스스로가 자랑스럽다고. 이제까지 자신의 인생을 다시금 돌아보고 인생의 제2막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겠노라 말하는 그녀의 미소에서 고운 진주 빛깔이 반짝인다.

알고 보면 길가다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 이웃이 지금 내가 그토록 고민하던 삶의 문제를 풀어줄 ‘특별한 인생 선배’가 될 수 있다는, 알면서도 몰랐던 이 비밀은 내가 사는 세상을 행복한 보물창고로 만든다.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에 최선을 다하고 꿈을 꾸며 부지런히 귀한 ‘요령’들을 쌓아가는 ‘특별한 당신!’ 그 만남이 설레 인다.

김경아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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