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돌의 잡세(雜稅)이야기] 언제 쯤 이었더라! 오래 거래를 해왔던 손님이 찾아왔다. 그는 젊어서 열심히 일했고 퇴사 후 젊어서 배운 기술로 사업을 시작했으니 평범하지만 성공했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요즘은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걱정이지만 참다보면 또 좋아지겠지 라며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세무사는 어떠냐고 물어왔다. 세무사업계도 크게 재미는 없다는 말로 가볍게 대답했다. 좀처럼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그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가구점을 운영했고 그래서 매출의 100%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있다며 자기처럼 성실하게 납세의무를 이행하는 사업자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할 정도로 투명하다는 걸 자랑했다. 그런데 자기 사무실 옆에 있는 가구점 사장이 자기 사업장은 개인들과 거래하다보니 자료가 남아 부가가치세액만 주면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주겠다고 하는데 그 매입세금계산서를 받아 정상적인 거래처럼 세금신고하면 어떠냐는 것이다. 배우자 몰래 쓸 돈도 필요한 차에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었다. 몰래 일을 성사시켜보고 싶은 의지가 강해보였다.

이럴 때 일수록 강한 거절만이 유일한 방법일 듯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좌우로 흔들어 댔다. 그리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잠시 동안 그 분과 눈싸움이 있었다. 말싸움은 약해도 눈싸움만큼은 자신 있었다. 역시나 상대방의 눈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한마디 던졌다. 큰 일 납니다! 요즘은 거의 다 걸립니다!

일반적으로 재화와 용역을 제공받고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아 부가가치세 신고 시 매출세액에서 공제하든지, 매출세액이 없으면 환급을 받게 된다. 좀 더 강력하게 말하면 매입세금계산서는 돈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부가가치세액을 주고 세금계산서를 받아 매입세액 공제를 받으면 쌤쌤 아니냐고 할 지 모르지만 수입에 대응하는 비용으로 산입하게 되면 소득세를 줄이는 또 다른 역할을 하게 된다. 사업자가 직접 자금관리를 하는 경우 소득세 탈세액만큼 이득을 보게 되겠지만 배우자가 자금관리를 하는 경우 잘하면 결제대금까지도 배우자 모르게 손에 쥘 수도 있었다. 다만, 이러한 행위가 쥐도 새도 모르게 지나갔을 때 일이지만 세상의 이치가 그러하지 못하여 시간이 지나 그러한 행위를 했었는지도 모를 때 쯤 사고가 터지는 것이 세무업무이니 자세히 설명하여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게 상책이라 생각하며 말을 이어갔다.

사장님! 설명을 간단히 하기 위해 몇 가지 가정을 하겠습니다. 사장님은 개인사업자 치고는 소득이 많으니 종합소득세에 적용되는 세율은 38%이며 가공세금계산서는 정확히 1년 되는 시점에 발견되었다고 보겠습니다. 그리고 공급가액 1억, 세액 1천만원의 가공세금계산서를 받아 정상적인 거래처럼 대금결제까지 다하고 자금관리도 마무리를 깔끔하게 잘하여 부가가치세 신고 납부, 종합소득세 신고 납부했다고 보겠습니다. 부가가치세액은 가공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사업자에게 송금하고 공급가액에 해당하는 금액은 본인의 은행대출금을 상환하였든지 부동산구입에 사용했다고 보겠습니다. 말은 안했지만 유흥비에 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특히나 배우자 모르게 쓰는 돈이니 더 의심이 갔지만 차마 그 말은 할 수 없었다. 쓸 때는 좋았지만 써버리고 나면 그 다음부터가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배우자 모르게 했으니 가정의 평화는 또 어쩔 것인가?

아래의 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공급가액 1억원짜리 가공매입세금계산서가 발견되었을 때 추징되는 세액입니다.

잘 들었다면서 나가는 모습이 조금은 불안해 보였지만 설마 이정도로 얘기했는데 설마~! 그러한 상담이 있었는지도 모를 시간이 지나 얼굴이 사색이 되어 들어왔다. 세무조사통지문을 들고 들어온 것이다. 그 전에 상담했던 바로 그 일이 터진 것이다. 그렇게 설명을 했는데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남들은 걸려도 본인은 안 걸릴 줄 알았단다. 세무서 담당자에게 전화해보니 가공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사업자가 여기저기 많은 양을 발행하여 자료상으로 분류되어 그와 거래한 모든 사업자를 상대로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그분께 추징세액계산을 다시 해 주었다. 진짜 납부해야 할 세액이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그 때 어떻게 상담을 했어야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또 앞으로 이런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상담을 해야 할지 걱정되기도 했다. 먹구름 낀 먼 하늘을 바라보면 앉아 있었다.

똑똑똑! 손님 오셨는데요!

처음 오신 손님이었다. 아까 그 일로 맥이 빠져 힘없이
들어오시지요!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궁금하신 세금문제가 있으신가요?

저~ 가공~세금계산서 받으면 어떻게 되나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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