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 외로웠던 천재의 도전 [백민경 칼럼]

백민경 청춘칼럼니스트l승인2016.03.19l수정2016.05.0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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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경의 스포츠를 부탁해] 결국 돌을 던졌다. 그리고 이세돌 9단의 외로웠던 싸움이 끝났다. 지난 3월 9일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역사적인 첫 대결을 시작으로 마지막 5국에서 알파고와 280수 대혈투를 벌인 끝에 불계패를 선언했다. 마지막 대국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은 이세돌은 복기를 하는 동안 아쉬운 표정을 거두지 못 했다. 이날 알파고는 좌하귀 바꿔치기로 이세돌 9단과의 차이를 벌렸고 이세돌 9단은 약 한집 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1200여 개의 뇌를 가진 인공지능을 이기기엔 역부족했다. 그렇게 역사적인 대결은 총 4대 1의 스코어로 인공지능 알파고의 승리로 돌아갔다.

▲ 사진=바둑TV 화면 캡처

처음 이 대결을 시작한다고 했을 땐 대부분이 이세돌 9단의 5대 0, 4대 1 등 압승을 예상했다. 바둑이라는 스포츠는 체스보다 경우의 수가 10의 100제곱 이상 많다. 특히 바둑의 전체 경우의 수는 10의 170제곱으로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때문에 바둑은 기계가 범접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만 믿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작부터 놀라웠다. 인공지능의 도전으로만 보였지만 어느새 인간의 도전으로 바뀌게 되었다.

첫 대국을 186수 만에 불계패하자 1202개의 CPU, 176개의 GPU, 구글의 천재적인 기술진들까지 등에 업은 알파고와의 대결은 애초에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소리도 나왔다. 엄청난 무기로 무장한 알파고에 맞선 이세돌은 혼자였고 상대는 보이지도 않는 외로운 싸움이었다.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 챔피언 판후이와 대국한 후에도 업데이트 과정을 거치며 진화했다. 그에 반해 이세돌은 알파고에 대한 자료가 부족했다. 특히 1국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고, 알파고를 알아보기 위한 수를 두다가 패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세돌은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어진 것은 충격적인 2연패에 이어 3연패였다. 알파고가 이상한 수를 뒀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돌을 두텁게 하거나 끝내기에서 도움이 되는 수였다. 이세돌도 완패였다고 인정할 만큼의 경기였다. 그는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 과학자와 기술자들에게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알파고는 무섭도록 완벽에 가까웠다. 이제 그는 한 경기라도 이겨보겠다고 했다. 이제 인간의 도전으로 바뀐 것이었다.

▲ 바사진=바둑TV 화면 캡처

이세돌 9단은 “인간이 진 것이 아니라 이세돌이 진 것이다.”라며 오히려 우리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정보 비대칭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실력이 모자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세돌 9단은 자신에게 향한 비난도 피하지 않았다. 22년간 쌓아온 바둑 인생이 위태로웠지만, 그는 결과에 승복하고 변명이 아닌 도전을 선택했다.

"W+resign" 지난 3월 9일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첫 대결을 시작으로 네 번째 도전 만에 받아낸 알파고의 항복이었다. 이세돌 9단은 180수만에 백불계승을 거두었다. 이세돌 9단은 지난 세 판을 통해 알파고를 파악한 듯 안정적이고 실리 위주의 경기 운영을 시작했다. 이날 경기에서 이세돌 9단은 78수에서 중앙에 끼우는 묘수를 두었고 이것은 경기 후 신의 한수였다고 평가받았다. 이세돌 9단은 초읽기에 몰리면서도 날카로운 수를 두는 모습이 역시 인류 최고의 바둑 기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 사진=이세돌 기자회견 YTN 화면 캡처

4국은 완벽한 대국이었다. 내용도, 결과도 압승이었다. 인간의 첫 승에 인류는 열광했고 그에게 박수를 보내주었다. 아직 인간이 기계에 정복되진 않았음을 알려주는 듯했다. 이세돌 9단은 기자회견에서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값어치로 매길 수 없는 승리다.”라며 활짝 웃어 보였다.

마지막 5국에 앞서 그는 스스로 흑을 잡기를 자처했다. 바둑에서 흑은 먼저 두며 원하는 대로 끌고 가는 유리함이 있지만 백에 덤을 7집 반을 주어야 한다. 반면에 백은 흑의 전략에 따라 대응하며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알파고는 창의보다는 대응에 강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백을 잡으면 더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세돌은 알파고가 백보다 흑을 잡을 때 약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또 도전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택한 조건 때문에 5국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무려 280수만의 접전 끝에 돌을 거두었다.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아쉽다.” 그는 대국이 끝난 후 아쉽다는 말을 계속했다. 마지막 대결만큼은 꼭 이기고 싶었기에 그 어느 패배보다 뼈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에 관계없이 이세돌은 이번 대결의 진정한 주인공이었다. 인간으로써의 열정과 집념,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불사르는 모습에 세계 인류는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이번 시리즈 대결은 이세돌 9단의 모습을 통해 인간들과 우리 청춘들에게 진정한 도전정신이 무엇인가를 알려준 값진 대국이었다.

백민경 청춘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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