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수의 뮤직톡톡] 엔니오 모리코네가 2016 골든 글로브에 이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음악상을 수상하였다. 골든 글로브상으로는 세 번째, 영국 아카데미상으로는 여섯 번째 수상이고 미국 아카데미 음악상으로는 첫 수상이 되는 것이다. 시상식마다 주최 측의 기준과 분위기가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 해도, 오스카상의 첫 수상이란 점은 꽤 놀라운 부분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미 영화계에서 신적인 존재인 그를 어느 누가 평가하고 누가 상을 주는가. 영화 마니아가 아닐지라도 그의 멜로디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추억으로 감동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꿈으로 이미 자리하고 있는 것을. 모두가 공감하는 이런 이유로 이번에는 만장일치로 노년의 거장에게 트로피를 선사한 모양이다.

▲ 유튜브 화면 캡처

천국의 나날들(1978),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 미션(1986), 언터처블(1987), 시네마천국(1988), 헤이트풀8(2015). 이상 작품들은 모리코네의 작품 중 영국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작품들이다. 천국의 나날들은 모리코네가 미국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로 올랐던 첫 작품이고 영국 아카데미에서는 첫 수상을 하게 되는 테렌스 멜릭 감독의 작품으로, 아름다운 영상미와 섬세한 심리묘사가 훌륭했던 작품이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무법자 시리즈로 유명한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과 함께 한 작품으로 무법자 시리즈 이후 1968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 1971 년 석양의 갱들로 무법자 시리즈와 또 다른 느낌의 서부극을 선보인 레오네 감독이 제작자로만 활동하던 13년의 공백기를 거쳐 1984년 세상에 내놓은 갱스터 무비이다. 뉴욕의 빈민가에서 자라는 이민자 출신 아이들의 거친 성장기와 우정, 첫사랑, 비뚤어진 욕망과 범죄, 그리고 배신이 주 스토리를 이루는 이 영화의 씁쓸한 느낌은 모리코네의 팬 플루트 선율에 모두 담겨져 있다. 

▲ 유튜브 화면 캡처

https://www.youtube.com/watch?v=WlqavRs6ffw Once Upon a Time in America Soundtrack Cockeye's Song

영상에 음악을 입힌다는 것은 시각적인 면에서 영상에 어울리는 음악 창작한다는 것과 더불어 그 영상이 갖는 고유의 스토리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음악의 역할은 주인공이 되어 전면에 부각 된 다기 보다 영상과 스토리에 부합되는 음악을 삽입함으로서 몰입도를 높여주고 극적효과를 최대화시켜주는 데 있다. 한편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을 듣다보면 그 이상의 것을 듣게 되는데, 영상을 녹여내고 스토리는 담아내는 음악의 역할을 넘어, 영상으로 미처 표현하지 못하는 그 스토리 밑바닥에 깔려있는 정서를 음악으로 들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음악이 바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미묘하고도 섬세한 감정을 관통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러한 모리코네의 음악적 표현력은 영화작업의 단계까지도 뒤바꿔 놓았는데, 세르조 레오네와의 작업이 대표적인 예이다. 두 사람의 작업순서는 일반적 경우와는 달랐는데, 촬영을 다 마친 후 음악을 의뢰한다거나 대본이나 배우의 연기를 작곡가가 미리 보는 방법들과는 달리 감독인 레오네가 촬영 전 영화의 스토리와 생각하고 있는 장면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준 다음 모리코네가 곡을 작곡, 녹음하는 단계를 거처 음악에 맞추어 촬영을 하는 방법을 취했던 것이다. 초등학교 동창생이기도 했던 두 사람의 호흡과 신뢰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은 그 유명한 시네마 천국부터 스타메이커(1995), 피아니스트의 전설(1998), 말레나(2000), 이외 많은 작품들과 광고까지 함께 만들어 내고 있는 시칠리아 출신 주세페 토르나토레와의 작업에서도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qMgTCtSxOHE Cinema Paradiso final theme

모리코네가 영화 미션을 만났을 때, 18세기 남미오지의 원주민들과 선교사 신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던 영화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그 시대 배경과 그 당시 종교 음악가들이 지켜야했던 규칙, 남미 원주민의 리듬 등을 조사하고 거기에 그만의 아이디어를 첨가함으로서 강렬하면서도 성스러운 음악을 완성해 내었다고 한다. 또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과 언터처블을 작업할 때는, 감독이 계속해서 퇴짜를 놓는 바람에 하나의 장면을 위해 열곡을 써야 했다고 한다. 결국 거장도 힘든 과정을 피해 갈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지금까지도 활약하는 그의 모습이야말로, 사람들이 주저함 없이 그를 거장이라 부르며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유일 것이다. 또한 2016년의 영화 시상식마다 그에 손을 들어 주었던 또 하나의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 유튜브 화면 캡처

https://www.youtube.com/watch?v=oag1Dfa1e_E The Mission Main Theme

▲ 유튜브 화면 캡처

https://www.youtube.com/watch?v=5yc_7MpANQk The Untouchables - Main T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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