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푸드로그#5 - 국수 [윤현탁 칼럼]

공대생 마케터 윤현탁l승인2016.03.26l수정2016.03.26 11:21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공마의 세이보리 로그(Savory Log)] 서양의 밀이 동양의 면으로 변모하는 과정만큼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는 음식은 많이 없을 것이다. 밀이라는 식물은 메소포타미아 지방 특유의 기후인 건기와 습기에 적응하고, 종의 번식을 위해 씨(밀)는 더욱 커지게 되는 형태로 진화를 하였다. 이는 인간이 쉽게 곡류를 취득하고 유목에서 농경민족으로 발전하는 기회요소와 함께 서양인들의 주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밀은 인도를 거쳐 중국으로 전달이 되었고, 중국의 식문화를 통해 면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였다. 면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발전할 수 있었던 하나의 이유는 다른 곡물 대비 단백질 함량이 높다는 점이고 이 속에는 글루텐이라는 고마운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글루텐은 물을 밀에 부었을 때 다른 곡류와는 다르게 밀이 덩어리가 될 수 있도록 도우며, 탄력과 질감을 제공한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단순한 가열에 의해 비교적 손쉽게 빵과 같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고 중국에서는 면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음식을 개발할 수 있었다. 새로운 형태의 음식인 면은 서양으로 다시 넘어가 스파게티와 함께 파스타라는 음식으로 재창조되었고, 일본으로 전파되면서 우동으로 발전하였으며 우리에게는 국수의 형태로 발전하였다.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상 밀 재배가 힘들다고 한다. 따라서 밀은 매우 제한적으로 생산되고, 특정 상류계층에 의해서만 전래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일반 계층은 밀 대신 메밀, 전분, 녹말가루를 이용하여 면을 만들수 밖에 없었다. 밀은 귀하고 흔치 않은 존재였기 때문에 혼례와 같은 경사스러운 날에 국수로 만들어 손님들을 대접하는 매우 고급스러운 음식이었다. 현재까지도 부모님이 결혼이 늦은 자식에게 또는 결혼하지 않은 친구에게 “너 언제 국수 먹여줄거냐?”라는 말로 이어져오고 있다.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던 밀국수는 많은 대체재와 밀 장려운동의 여파로 더이상 그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결혼식장 식당 한편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국수는 여전히 전통으로서 가치가 살아있는 것은 확실하다.

우리는 국수하면 보통 잔치국수를 떠올리고 면과 함께 멸치로 우려낸 국수를 떠올릴 것이다. 멸치육수는 사실 우리나라에 전파된 시기가 비교적 최근이고, 일본 음식에서 영향을 받았다. 멸치육수는 국물을 내기가 유용하고 간편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국수가 사용한 쇠고기나 돼지고기 육수에 비해 식당에서 환영을 받았고 빠른 확산을 통해 현재 대부분의 식당은 멸치를 이용하여 육수를 내고 있다. 처음 멸치육수가 나왔을 때는 비릿한 내음으로 인해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학습이 되고 냄새에 익숙해지면서 멸치국수가 대세가 된 점은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이다. 이러한 분화과정을 통해 우리가 국수를 생각하면 떠올리는 형태가 완성되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국수는 식사대용식 뿐만이 아니라 반주, 해장국으로도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음식임에 틀림이 없다.

1. 소면 - 할머니 포장마차 멸치국수
애주가들은 1차, 2차의 여흥이 끝나고 나면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이 당길 때가 있다. 그럴 때 필자는 방이동 먹자골목에 있는 이곳을 자주 찾는다. 술을 깨기 위한 해장소주 하나에 친구와 잔치국수 한 그릇씩 놓고 또다른 이집의 명물인 꼬막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또 몇 시간이 흐르기도 한다. 뜨끈한 멸치육수에 푸짐한 소면, 그리고 유부와 김이 어우러지는 푸짐한 잔치국수 한 그릇의 가격은 5,000원이다. 테이블 위에 놓여진 크기를 보고 이것을 어떻게 다 먹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한 젓가락 들고난 후 국물까지 싹 비우는 모습을 필자는 많이 보아왔다.

이곳은 멸치를 우려서 육수를 만들지는 않는듯하다. 주방근처에 멸치가루포대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멸치가루로 낸 맛과 농도는 충분히 깊다고 할 수 있으며, 반주로 곁들이기에 최고의 농도를 지닌듯 하다. 여기에 부드럽게 목을 넘어가는 국수의 익힘은 소주 한잔을 부르는 식감이다. 어떨때는 자고 일어난 아침부터 이곳의 국수가 생각날 때가 있다.

2. 중면 - 담양 진우네국수
나의 선입견으로 중면은 멸치육수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중면은 소면에 비해 두껍기 때문에 육수나 양념이 강하지 않으면 맛이 조화롭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중면의 두께감은 우리가 일반적인 스파게티로 학습한 그것과 유사하여 중면을 사용한 국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질감을 느낄수도 있다. 오히려 맛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요소가 더 많다. 그래서 중면은 비빔국수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담양 죽녹원을 한 바퀴 돌고 내려오면 바로 하천 앞쪽에 진우네 국수집이 있다. 이 집 뿐만이 아니라 이쪽 국수거리에 모든 집이 중면을 사용한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요리에 활용을 하고있냐의 차이다. 진우네 국수집은 멸치국수와 비빔국수 단 두 개의 메뉴만이 있다. 필자는 국물이 있는 국수를 선호하는 관계로 멸치국수를 먼저 시식하였고, 비빔국수를 먹었다. 마음속으로는 비빔국수의 완승이었다. 중면의 두께감과 함께 매콤달콤한 양념은 면에 잘 배어들어가 매우 조화롭고 비빔국수의 아이덴티티를 매우 명확하게 그려주는 느낌이었다. 소면으로 먹는 비빔국수는 약간은 자극이 강한 편인데, 중면으로 먹는 이것은 서로의 장점을 서로 살려주는 느낌을 받았다.

3. 중면 - 제주 자매국수
제주도에서 고기국수를 먹으면 일본라멘이 생각한다. 반대로 일본라멘을 먹으면 제주도의 고기국수가 생각이 난다. 돼지육수에서 나오는 진한 국물맛이 비슷하고, 중면 크기의 면을 사용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약간의 차이는 일본라멘이 조금은 더 비릿한 향내가 코를 자극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본라멘에는 생맥주가 잘 어울리고, 고기국수에는 막걸리가 조금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푸짐한 양의 자매국수는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제주도에는 맛있는 고기국수집이 많지만, 필자는 이곳이 호불호가 비교적 적은 맛집이라고 생각한다. 기름기가 많거나, 국물에서 돼지고기 비린내가 난다거나 하는 맛집은 만인의 사랑을 받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마케터 윤현탁]
버거킹 마케팅팀 프로덕트 매니저/브랜드 매니저
한솥 마케팅팀 커뮤니케이션 파트 과장
현) 한국하인즈 마케팅팀 매니저

공대생 마케터 윤현탁  .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미학적 포토갤러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대로23길 47, 6층 601-609호 (당주동, 미도파광화문빌딩)  |  대표전화 : 070-8286-8802   |  팩스 : 02-6383-0311 ㅣ 발행일자 : 2015년 1월 1일
등록번호 : 서울 아03542  |  등록일자 : 2015년 1월 20일 ㅣ제호 : 미디어파인 ㅣ 발행인 : 문수호  |  대표이사 : 이창석   |  편집국장 : 김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창석
Copyright © 2022 미디어파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