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주연 청춘칼럼]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석 달이 다되어간다. 그토록 원했던 대학교에 입학해 개강을 맞이했다. 길다면 길었고 짧다면 짧았던 수험생활을 마친 것이다. 같은 옷과, 같은 생활방식, 심지어는 생각하는 것조차 비슷하던 아이들이 안 보여 어색했다. 아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나 자신은 그대로인데 나를 둘러싼 주위의 모든 것은 스물이란 나이를 받아들일 준비를 했었던 것처럼 너무나도 태연하게 바뀌어 있었다. 중학생 때 20살이란 나이는 멀고도 멀게만 느껴졌다. 고등학생 때는 이 나이가 지금의 나와 차이가 클 것으로 생각했다. TV에 나오는 연예인 중에서도 스무 살 정도의 사람들이 많고, 군인 아저씨들의 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물’이란 나이가 되고 난 후 주위를 둘러보니 TV의 아이돌은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어린아이들이 많아 내가 언니가 된 상태였고 군인 아저씨는 군인 친구들로 변화를 맞이했다.

내 주변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수능시험을 치르지 않고 세계여행을 떠난 친구가 있고, 여대에 입학한 지 한 달도 안돼서 과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부모님에게 말씀드리지도 않고 자퇴서를 낸 후 재수를 준비하고 있는 친구도 있으며 군사학과에 가서 비행기 조종사를 준비하는 친구도 있다. 내 뒤에 앉아있는 기숙사 룸메이트 언니도 약대 연구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내 친구의 룸메이트는 외무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기숙사에 들어왔다고 한다. 이들 외에도 세상에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 수많은 사람 중,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나 자신의 모습에는 알 수 없는 위축감이 있었다. ‘난 그저 16학번, 새내기일 뿐이야. 난 대학에 처음 입학했으니까’ 라며 자기 합리화식 위로를 하는 도중 이적의 노래인 ‘걱정 말아요 그대’를 우연히 듣는 순간 눈가가 뜨거워졌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라는 가사가 합리화를 하고 있던 내 모습을 비난하는 것처럼 보여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때 가사의 내용대로 지나간 모든 시간이 나에게 값진 경험이 되었음을 깨닫지 못하고 다른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비교하며 자기비하를 했던 나의 어리석었던 모습을 반성했다. 그 이후 새로운 목표를 가지려 많은 활동을 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는 아무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도 한계가 있었다. 나이도 많아 봤자 2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29살인 대학원생 선배를 만나 이야기를 해볼 수도 있고 벌써 창업에 성공하신 선배도 만나볼 수 있다. 사회의 ‘ㅅ’에 갇혀 있다가 조금 더 넓은 곳으로 나온 느낌이었다. 지금 이 순간이 진정한 사회의 모습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작은 사회라고 하고 싶다.

작은 사회에 심취된 나머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러 진정한 사회로 나가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 그러나 요즘 사회의 청년들은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부른다. ‘헬조선’이라는 단어는 헬(Hell: 지옥)과 조선의 합성어로 '한국이 지옥과 비견될 정도로 살기 나쁜 나라'라는 의미이다. 특정 네티즌들이 사용했으나 언론이 쓰면서 더 알려지게 되었다. 이 단어와 다른 한 단어, 3포(연애, 결혼, 출산)와 5포(3포에 내 집, 인간관계 추가)를 넘어 꿈, 희망 그리고 모든 삶의 가치를 포기한 20~30대 세대를 말하는 ‘N포세대’라는 단어를 보면 진정한 사회는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이 더 심해진다면 ‘전포세대’(취업마저 전부 포기하는 세대)가 나올 것 같아 우려된다. ‘전포세대’까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보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변화이다. 우리나라 사람 중 SNS를 아예 안 하는 대학생은 드물 것이다. 그러한 SNS에서의 자랑은 다른 사람들에게 상대적 빈곤감과 같은 감정을 심어주고,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처음부터 물질 만능주의적인 사고가 없는 상태라면 상대적 박탈감과 같은 감정도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인식문제에서 더 나아가면 취업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고등학생들은 안정적인 의사와 같은 전문직을 선호하고 있고, 청년들은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지원을 많이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이 도전과 창업정신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원하는 직업을 못 구하면 우선 아무 일이라도 시작한 후 일을 하면서 다른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아닌, 무조건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모습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모습은 기성세대로부터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그들의 인식 변화, 정책 변화, 사회적 관심 등이 먼저 변화한다면 현재 세대가 그 모습을 좇아 바꿔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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