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코드 네임은 무엇입니까?” [김회선 칼럼]

김회선 청춘칼럼니스트l승인2016.04.05l수정2016.04.0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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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선 청춘칼럼] 얼마 전 수업시간에 한 지식채널e 방송을 보게 되었는데, 우울증이라는 화두로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한 영상이었다. 사실 현대로 들어오면서 특히나 아시아권 중에 한국은 우울증과 그로 인한 자살률이 매우 높다고 들었다. 남들은 그 어마어마한 수치에 익숙하다는 듯 별 반응이 없어 보였지만 나에게만큼은 예외였다. 과거 우울증을 앓았던 기억이 영상을 보면서 새롭게 떠올랐던 나는 세상과 단절되어 홀로 지냈던 지난 2년간의 지옥 같았던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쳤다.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삶에 있어서 재미와 행복을 느끼지 못했던 그 시절의 나는 극단적인 자살까지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면 노상 캄캄한 밤이었다. 날이 어두워질수록 나는 세상에 홀로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극심한 우울함을 느꼈다. 어두운 차도 위를 달리는 유일하게 빛나는 것. 그것에 치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었다. 그러한 나를 지켜보면서 가장 마음을 아파했던 것은 어머니셨다.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나에게 종종 노크를 하고 들어와 그 안에서 나를 꺼내려고 노력했지만 나설 용기가 나지 않았던 나는 끝내 어머니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결국엔 어머니는 정신병원을 알아보시고는 나를 데려가기로 마음먹으셨다. 처음에는 반항도 해보고 회유도 해보고 정 안되면 도망을 가기까지. 병원을 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내 삶에 평생 남게 될 F 코드. 그것은 바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면 국제질병 분류에 따라 진단서에 기록되는 코드로, 그로 인해 취업이나 편견 등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었다. 어머니도 처음엔 사회에 나가게 되면 과거 우울증 병력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셨지만 죽어버린 내 삶을 돌이키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어머니의 간절한 부탁으로 가게 된 정신병원. 어머니는 나를 보며 선생님에게 ‘마음이 아픈 아이예요.’라고 말씀하셨다. 긴장했던 것과 달리 일상적인 이야기들, 예를 들어 무엇을 좋아하는지, 오늘의 기분은 어떠한지의 따위를 물어보셨다. 처음엔 이런 것을 왜 물어보는 것일까, 과연 이게 도움이 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상담을 다닌 지 일주일이 지나고 놀랍게도 나는 점점 변하고 있었다. 먼저 내 기분을 말하고 좋아하는 것을 말하고, 그것이 얼마나 즐겁게 느껴졌던지. 사실은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하고 싶은 상대가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마음의 소리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건 아니었는지.

한때는 내 안에서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힘들어 죽겠어.’ 그 말이 귓속에 전해지듯 생생하게 들려왔던 마음의 소리. 나는 너무 두려웠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말하면 나를 무섭고 두려운 존재로 바라볼까, 그 시선 때문에 이때껏 내 안에서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에 응답한 적이 없었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내 인생의 생채기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던 우울증. 하지만 나는 내 마음의 소리와 화해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무시하고 귀를 닫는 바람에 미처 듣지 못한 내 안의 진솔한 감정들을 서로 같이 들어주고 위안하면서 어느새 지난 세월 미워했던 나 자신을 용서하고 보듬어 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울함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일까? 삶의 곳곳에서 불쑥 찾아오는 일시적인 궤변? 아니면 잠재적으로 진행되었던 무언가가 점점 커지면서 뇌까지 점령당하는 것일까.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후자의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어쩌면 사람들의 마음속에 우울증이라는 작은 씨앗이 하나씩 심어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것이 긍정적인 힘으로 자연소멸이 되기도 하겠지만 이따금 들어오는 눈물을 통해 그것은 점점 자라나게 되면서 내 안의 불안감과 좌절감이 커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성장할수록 더는 이렇게 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그러면서 마침내 그 씨앗이 열매가 맺혀 입 밖으로 토해져 나올 때. 우린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담아두는 것이 아닌 세상 밖으로 나오는 내뱉는 용기, 그것이 나는 우울증을 이겨내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계기가 되었던 건 다름 아닌 ‘꿈’이었다. 어릴 적부터 이루고 싶었던 나만의 꿈. 그것은 우울증 씨앗에 잠시 가려져 있었지만, 그것 또한 마찬가지로 내 안에서 잠재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게다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오히려 우울증을 겪고 나서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우울증을 겪어본 사람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 때문에 나는 꿈을 위한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주 미세했던 걸음. 하지만 대학교에 오게 되면서 더욱 많은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또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전에는 알지 못했던 다양한 지식을 알게 되면서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이 말이 가장 힘이 되었는데, 학교에 올라갈 때마다 비석에 쓰여 있는 이 말을 나는 늘 속으로 되새기며 하루를 시작한다.

비록 내 삶에서 F 코드는 지울 수 없는 인장이 되었지만, 스포츠 선수들이 운동하다가 얻게 되는 영광의 상처, 혹은 화가 곁으로 떨어져 있는 수많은 실패작처럼 살면서 갖게 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밟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지울 수 없기에 나를 더 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하는 F 코드. 어쩌면 내 삶에 있어서 F 학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점수겠지만 왜, 흔히들 대학생들이 그렇지 않은가. F를 맞으면 재수강을 하면 된다고. 오히려 기회를 더 얻게 된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F를 힘내라고 자신을 스스로 격려해주는‘fighting’의 약자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나는 묻고 싶다. ‘사람마다 바코드가 있는가?’ 우리는 흔히들 물건이나 식품 뒤에 검은색 세로줄과 그 밑에 쓰여 있는 숫자들을 보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이건 얼마일까’이다. 숫자로 내릴 수 있는 단순함. 하지만 사람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삶은 우리가 예기치 못한 곳에 변수가 있기 마련이고 기대하지 않았던 것에 보상을 받기도 한다. 때론 마음의 준비 없이 찾아온 슬픔에 오열하기도 하고 참을 수 없는 치욕에 분노하기도 한다. 우리의 삶은 희로애락이 모두 살아 숨쉬기에 식품처럼 그저 찍으며 그 값이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닌, 함부로 값어치를 내릴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F 코드 또한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병이다, 라고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지금 나의 코드 네임은 F 코드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질병 본부가 내린 단순한 코드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진정한 나의 코드 네임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우울증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잡아서 꿈을 이루기 위해 날마다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나에게 언젠가 새로운 코드 네임을 얻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누군가의 코드 네임은 간호사가 될 수도, 또는 선생님, 한 가정의 어머니, 자동차 정비공까지 다양하게 각자 주어질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한 코드 네임을 얻기 위해 앞으로 더욱 꿈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전까지 나는 ‘fighting’의 약자, F 코드를 코드네임으로 생각하며 스스로 자신에게 응원하려고 한다.

김회선 청춘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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