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학과는 안녕하십니까? [박수현 칼럼]

박수현 청춘칼럼니스트l승인2016.04.15l수정2016.04.1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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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청춘칼럼] “어떡하지, 나 갑자기 신학과가 됐어. ” 이번 해 대학에 들어간 친구에게 전화를 받았다. 첫 번에 듣기에도 황당한 소리, 머릿속이 텅 비었다. 전화를 한 친구는 전공에 대한 오랜 고민 끝에 적성에 맞는 과에 진학하기 위해 반수를 택했던 친구였다. 16학번 신입생으로, 아직 오랜 입시준비 끝에 원하는 과에 입학한 기쁨을 누리고 있어야 할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신학과가 되다니. 그 친구가 입학하기 전에도 일언반구 없었고,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도 학생들과의 어떤 회의나 의견수렴 없이 그야말로 날치기로 이루어진 결정이었다.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보니’ 모든 것이 바뀌었던 것이다. 이는 인문대학의 문제만이 아니다. 자연대, 예체능대에 이르기 까지 이른바 취업 잘 되는 공대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학과 통폐합의 대상이 된다. 바로 대학 구조개혁 사업인 ‘프라임 사업’ 때문이다.

프라임 사업은 교육부에서 진행하는 대학 지원 사업이다. 산업연계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이 사업은, 산업 수요에 맞게 학과를 통폐합하거나 학과 정원을 조정한 대학들에 한해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2018년까지 이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는데, 선정된 대학에 지원하는 금액은 3년간 해마다 총 2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굉장히 규모가 크다. 그러나 선정 조건은 취직이 잘 되는 학과 위주로 과를 개편하거나, 미래유망사업을 중심으로 학과를 개편하고 기업과 공동교육과정을 도입하는 것이다. 지원금을 많이 주어도 프라임 사업을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학과 구조를 취업시장에서 선호하는 이공계 중심으로 바꿀 수밖에 없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프라임 사업은 이번 해 3월 31일에 대학들의 지원을 받고, 총 19개의 대학이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고 프라임 사업의 지원조건대로 학과구조를 개편하기로 했다. 대학 이곳저곳에 프라임 사업 선정을 축하하는 플랜카드가 붙었지만, 그에 따라 프라임 사업 선정에 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다는 대자보들이 나붙었다. 그리고 많은 학과들이 사라지고, 전혀 상관없는 전공으로 변하거나 정원을 대폭 줄여나가고 있다. 내가 다니는 국어국문학과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정원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수업 수도 줄어들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었다. 많은 대학들의 인문계열 과들은 아예 사라진다고도 했다.

고등학교에서의 공부는 균형을 위한 공부였다. 배우는 것이 즐거운 과목도 있었고, 정말 배우기 싫은 과목도 있었다. 그래도 대학교에 진학하면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싫은 공부도 눈을 꼭 감고하곤 했다. 대학에 가면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배워왔다. 그래서 우리는 9년을 입시를 위해 공부한 것이다. 정시로 들어온 친구들은 열심히 수능 공부를 했고, 수시로 들어온 친구들은 논술을 준비했고, 입학사정관제로 들어온 친구는 3년 내내 관련 학과에 대한 활동을 하며 꿈을 키웠다. 하지만 그런 우리를 기다린 것은 학과 통폐합이라는 괴물이었다. 우리가 꿈꾸던 배움의 자유는 그 괴물에게 먹힌지 오래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은 수척했다. 벌써 몇몇 과 동기들은 새내기의 봄을 즐기기도 전에 새로운 길을 찾아 학교를 떠났다고 했다. 몇몇은 재수학원에 들어가고, 편입학원에 상담을 받으러 다니고, 휴학을 했다고도 했다. 즐거워야하는 새 학기는 그들에게 이미 지옥과도 같이 변해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조언을 구하는 친구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학과 정원이 줄었다는 말을 전하며, 교수님은 말씀하셨다. 숫자로 표현될 수 없는 자신의 가치를 찾으라고. 대학은 그것을 찾으러 오는 곳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대학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건국대학교 영화학과, 상명대학교 연극학과 등 학교를 빛내며 오랜 역사를 쌓아온 과들도 여지없이 학과 통폐합 앞에 무너져가고 있으니 말이다. 취업률이라는 ‘숫자’. 그 숫자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치를 찾아야 하는 우리들에게 세상은 숫자로만 평가할 수 있는 잣대들을 들이대며 또 다시 우리를 막아선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대학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박수현 청춘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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