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 않는 우리를 위해 대신 달리는 비만[박창희 칼럼]

박창희 교수l승인2016.04.26l수정2016.04.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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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의 건강한 삶을 위해] 환경이 비만을 조장하는 측면은 무척 강하다. 비만한 친구가 주위에 있는 것만으로 살찐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니 말이다. 심지어 골목길이나 공원의 치안도 한 요인이 된다. 성인이라도 골목길 치안이 불안하면 늦은 밤 운동은 언감생심이다. 불량배들이 우글거리는 공원에 어느 부모가 자녀를 내 보내겠는가. 외적 요인에 의해 우리가 집에 갇히면 비만은 우리를 대신해 열심히 달린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은 자동차나 비행기의 연비를 높이는 측면이 있다. 침소봉대 하자면 이것이 지구의 온난화를 부추기므로 결국 악인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비만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외적 요인 중 최악의 환경은 신선 음식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환경이다. 지난 호에 미국에서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푸드의 사막화 현상에 대하여 언급했다. 예를 들어 도심에 신선한 채소, 과일이나 수산물을 파는 상점이 없다 치자. 무엇으로 끼니를 해결하겠나. 굶을 순 없으니 햄버거나 피자 따위의 정크푸드를 먹게 되는데 이것이 일상이 되는 상태나 그 지역을 푸드의 사막화 현상이라 한다.

필자의 생각이지만 냉장고의 사막화도 있을 수 있다. 일하는 주부의 입장에서 자녀가 스스로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면 냉장고 안을 어떤 음식으로 채우겠는가. 조리가 필요한 시금치나 생선보다는 간단히 덥히면 먹을 수 있는 즉석식들이 그득할 것이다. 냉동 핫도그를 전자레인지에 돌린 후 케첩을 뿌려 콜라와 함께 끼니를 해결하는 어린이의 모습은 상상만으로 끔찍하다. 굶는 것보다야 낫지 않느냐고 한다면 무책임한 말이자 부모로서 직무유기다. 냉장고에서 반찬 몇 가지 꺼내고 밥통에서 밥을 퍼서 한 끼니를 해결하게끔 교육하는 것이 부모로서 옳은 일이다. 신용카드 하나 식탁 위에 던져 주고 피자나 시켜 먹게 하는 부모는 우리나라에 없으리라 본다.

필자도 사실 이 부분에선 고백할 것이 있다. 아이들 밥을 차려줄 상황에서 엄두도 안 나고 귀찮기도 해 짜장면에 탕수육을 시켜주면 쌍둥이 녀석들은 좋아라 한다. 주문 음식을 잘 안 먹는 탓에 어쩌다 내가 한 점 먹으면 주변에서는 신기해하며 놀리기도 한다. 다이어트 강사가 뭘 먹네 어쩌네 하며 말이다. 간혹 먹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일상이 되는 것이 문제다. 미국의 경우는 푸드의 사막화 현상이 발생할 사회적 여건이 충분하다.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 소위 가진 자들이 자녀의 교육 문제, 또는 범죄를 피해 그 지역을 이탈하면서 발단이 된다. 이에 타격을 입은 슈퍼마켓이나 고급 레스토랑이 교외나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게 되는데, 이들이 떠난 지역은 저소득층을 상대로 하는 패스트푸드점이나 과자, 청량음료 등을 판매하는 잡화점만 들어서게 된다. 지역의 상권은 지역주민들의 교육 정도나 경제력 등, 생활 수준에 맞게 형성되는 특징이 있다.

결국, 낙후되거나 소외된 계층들의 주거 밀집지인 슬럼가는 패스트푸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이게 된다. 비만인들의 대다수가 푸드의 사막화가 심각하거나 진행 중인 지역에 살고 있음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빈곤은 당뇨나 심장병 등 각종 심, 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져 일반인의 평균 사망률을 2배 이상 웃도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운동 부족이나 유전적 요인, 내분비 계통의 질환 등 많은 비만의 원인 중 푸드의 사막화 현상은 대표적인 환경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건강한 식생활의 필수 조건인 영양가 높은 신선 식품들이 즉석식의 거대한 벽에 막혀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저소득층이 저렴한 가격으로 영양가 높은 식품을 손에 넣기 어려운 이유이다. 미국 정부에서 뒤늦게나마 빈곤과 비만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사막의 녹화라는 계획을 시도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경제원리에 의해 돌아가는 시장의 흐름을 국가가 개입해서 물꼬를 돌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 비만을 만드는 거대한 환경의 흐름에 개인이 맞서야 할 시기다.

박창희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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