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충렬의 파르마콘] 세계의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하락세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중국의 경기둔화는 어디까지 갈 것인지? 미국은 추가 금리인상은 하는 것인지 않는 것인지? 국제테러의 증가는 세계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뭐 하나 제대로 예측하기도 어렵고 불확실성만 높아가고 있다.

작금의 한국의 경제도 마찬가지다. 수출과 경제 잠재성장률의 하락, 가계부채 및 좀비기업의 증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고착화 되는 가는 저출산・고령화 현상, 여기에 개성공단 철수 등 남북 간의 긴장관계의 증가 등 어느 것 하나 시원하지 않고 불확실성과 심각성이 점차 높아가고 있다. 현재 확실한 것이 있다면 이대로 가면 한국의 경제활력이 심각하게 상실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조선, 해운산업의 구조조정, 철강 산업의 침체 등은 시작일지도 모른다. 한국 경제의 미래에 중요한 기로에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최근 정부는 이러한 시점과 우려를 감안하여 경제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나름대로 처방하고 있다. 단기적인 경기대응과 장기적인 경제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도 있고, 불가피한 산업분야의 구조조정도 고심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경제활성화 조치들을 뒷받침하기 위한 핵심적인 전략으로 규제개혁이라는 전가의 보도도 다시 빼어들고 있다.

현재 정부가 내어놓고 있는 규제개혁 추진계획은 무척이나 의욕적이다. 2016년에 추진하겠다고 하는 규제개혁 계획 중에서 주요한 것만 우선 살펴보자. ‘경제활동 저해 규제는 원칙적 폐지 및 예외 존치’, ‘신성장 산업에 네거티브(negative system)우선적 적용’, ‘지역 전략산업 육성에 규제프리존(free regulation zone) 우선적용’, 시급한 경제활성을 위한 극약처방의 ‘16년도 한시적 규제유예(Temporary Regulatory Relief: TRR)의 추진’, 일선기관의 소극적 행정형태를 퇴출하기 위한 ‘자동인허가제 및 협의 간주제의 도입・확대’ 등이다.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규제개혁 추진계획은 한국의 규제개혁 역사가 시작된 1980년 이후 제대로 시원하게 적용해 보지 못한 제도들을(TRR처럼 2009년에 개혁성과를 거둔 TRR과 같은 일부 개혁성공 사례도 있으나) 모아 놓은 것이라고 하여도 거의 틀지지 않는다. 여러 가지 추진하고자 하는 계획 중에서 하나의 방안만 제대로 추진하여도 상당한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계획들이다. 화려한 추진계획이라 규제개혁에 나름대로 실전 경험이 있다는 필자도 환영하면서도 제대로 된 마무리가 가능할지 걱정이 앞선다. 추진하고자 하는 방향을 정하는 총론 차원의 추진계획이라면 그렇게 많은 시간을 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규제개혁은 총론이 아니라 제대로 된 각론을 필요로 하고 그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규제개혁은 경제활성화 저해 등 개혁이 필요한 규제들은 제대로 찾아내어야 하고, 찾아낸 규제는 해당 규제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여 바람직한 개선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무척이나 험하고 어려운 타협의 과정이다. 규제개혁은 어떻게 할 것이라는 방향이나 추진방식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추진계획은 규제개혁 추진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세부 작업을 진행할 기법이나 수단 제시에 불과하다. 추진 기법을 적용하여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관련부처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고 이해관계 집단을 설득하지 않으면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개선안을 만들기 어렵다. 그간 많은 규제개혁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이루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튼 화려한 총론적 추진계획 만큼이나 각론에서 실제적인 성과가 있었으면 한다. 그간 이해관계자나 소관 부처의 반대로 다루어지지 못한 규제들에 대하여 실질적인 개혁을 기대해 본다.

▲ 류충렬 박사

[류충렬 박사]
학력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
경력 2013.04~2014.01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 단장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
국무총리실 사회규제관리관
한국행정연구원 초청연구위원
현) 국립공주대학교 행정학과 초빙교수

저서 : 규제의 파르마콘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