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형의 철학과 인생]
그가 운동화를 신었다면, 헬스장에 갈 것이다.
그는 운동화를 신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는 헬스장에 가지 않을 것이다.

순간적인 판단에 의해서는 해당 논증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그가 운동화를 신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헬스장에 가지 않을 거라고 단정짓는 것은 잘못된 추론이다. 운동화가 아닌 심지어 구두를 신고 헬스장에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논리학에서는 이를 ‘전건 부정의 오류’라고 일컫는다.

직관과 즉흥적인 감정에 지배받는 의사소통 과정을 살펴보면 수많은 논리적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지식인, 오피니언 리더들이 대중매체에 출연하여 열띤 논쟁을 펼칠 때도 종종 논리적 오류를 범한다. 예를 들어 보자. A가 B의 잘못을 지적했을 경우에, B가 “너도 똑같은 잘못을 했잖아”라고 비판하는 식이다. 상대방이 자신과 동일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서 자신의 잘못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동일 비난의 오류’는 여야 정치인이 출연하는 토론 프로그램에서 자주 목격된다.

이러한 잘못된 논증을 피하기 위해서는 근거와 주장이 적절한 형식을 따르고 있는지, 서로 개연성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평범한 대중을 비롯해 필자와 같이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청년들은 아직까지 풍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편이다. 각 명제의 참, 거짓을 분별하는 개별학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어떠한 전제의 진위여부를 밝힐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전제와 결론의 개연성을 연구하는 논리학을 우선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용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회에서는 학문도 도구화되기 때문에 경영학, 경제학과 같은 학문이 인기를 얻는다. 자연스럽게 사학이나, 철학의 분과인 논리학 따위는 경시되는 경향이 있다. 논리학 수업 때 교수님이 한 말씀이다. “시중에 경제학 책은 많이 발간되고 있지만, 논리학에서는 어빙 코피의 <논리학 입문>이란 책이 거의 유일하다” 이어서 “논리학에 대한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라고 그 이유를 꼬집었다.

현대인은 정보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미디어와 텍스트, 논설문 따위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인터넷에는 홍수처럼 무수히 많은 정보가 산재해 있다. 무한한 정보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취사선택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만약 논리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어떠한 학설이나 주장에 대해 비판적 수용이 가능하다. 나아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상대방에게 설득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경제적 이익의 관점만으로 학문을 바라보기 보단, 올바른 지식체계를 확립한다는 측면과 성숙한 민주주의 시민으로서의 자질이라는 시각을 함께 가져보는 건 어떨까. 논리학도 충분히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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