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가 만난 스포츠 人] 2016년 3월 21일. 사상유례가 없는 김정행-강영중 회장의 투톱(Two-Top)에 살림살이까지 책임 질 사무총장까지 새 얼굴인 통합 대한체육회가 드디어 닻을 올렸다. 10월 말까지로 시한이 정해진 과도체제이긴 하지만 통합과정에서 불거졌던 후유증을 털어내고 리우올림픽에서 4회 연속 ‘TOP 10’ 진입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남은 3개월이 천금의 시간들이나 다름없다.

“스포츠라는 한 울타리이면서도 25년 동안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에 있었던 조직이 이제 한 가족이 된 만큼 직원들의 인화단결이 매우 중요합니다. 모든 직원들이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는 직장 문화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두 회장 사이의 거중 조정, 이질적인 환경에 익숙한 두 단체 직원들의 어색한 동거, 한 치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 올림픽 준비로 1인 3역을 해야 하는 통합 대한체육회 조영호 사무총장의 첫마디다.

통합 대한체육회 조영호 초대 사무총장과의 인터뷰는 3월 30일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3월 25일 첫 이사회에서 신임 총장으로 선임된 지 불과 닷새가 지난 때였다. (구)대한체육회와 (구)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 논의가 활발하던 지난해부터 통합 대한체육회 초대 사무총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나돌았던 탓인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조 총장의 말투에는 크게 막힘이 없었다. 그만큼 통합 대한체육회 업무 전반을 비교적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인상도 받았다.

진부하기는 하지만 통합 대한체육회 초대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통합 대한체육회가 유기적으로 잘 맞물려 돌아갈 수 있도록 공동 회장들을 잘 보필하고 여러 관련 조직을 잘 추슬러서 대한체육회를 조기에 안착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는 조 총장은 “이번 통합 대한체육회는 10월까지 한시체제인 만큼 통합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차기 회장이 취임하더라도 업무의 연속성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을 확립하고 제도적인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수립해 차기 집행부에 인계하는 것이 내 임무”라며 한껏 몸을 낮추었다.

학교,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에 모두 깊은 이해가져
조 총장은 전문 배구인 출신. 9인제 배구가 대세이던 1960년대 초 벌교상고를 거쳐 한양대에서 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배구선수로는 작은 키여서 일찌감치 선수를 포기하고 1969년 심판에만 전념해 1977년 국제심판으로 데뷔한 뒤 1984년 LA올림픽, 1988년 서울올림픽,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등 4회 연속 올림픽 국제심판으로 참가하고 대한배구협회에서 12년 동안 전무이사를 맡기도 했다. 서울올림픽 때 우리나라 최초로 국제배구연맹(FIVB) 국제심판이 됐으며 1991년 세계최우수심판상, 1995년 아시아배구연맹 100주년 기념식에서는 심판부문 공로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누렸다. 조 총장은 또 지금으로부터 48년 전인 1968년 고향인 전남 벌교에 자신의 아호(雅號)를 딴 9인제 배구대회인 ‘청호배 배구대회’를 창설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을 정도로 남다른 배구 사랑을 자랑한다.

조 총장은 이와 함께 지난해 (구)국민생활체육회 사무총장을 맡아 통합 대한체육회 출범에도 한 축을 담당하는 등 생활체육에도 깊은 인식을 갖고 있어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한데 어우러진 통합 대한체육회 초대 사무총장으로는 적격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제가 전문체육에 몸담았던 시기는 메달 지상주의가 절정에 달했던 때로서 학교체육, 생활체육과 연계되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한양대학교에서 학교체육의 현장을 지켰고 정년을 한 뒤에는 생활체육의 여러 현장과 행정 체계를 경험함으로써 통합 대한체육회가 조기에 정착하는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대한체육회가 주도한 전문체육의 순기능이 대단히 크고 성과도 많았다고 전제한 조 총장은 그동안 전문체육-학교체육-생활체육 모든 현장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을 활용해 서로 공존하고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 총장은 통합 대한체육회가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과제로 대외적인 것보다 먼저 내부적으로 조직과 인력, 예산을 세심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우선으로 꼽았다. 즉 통합 대한체육회는 25년 동안 이원화되어 있던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한 조직 안에서 긴밀하게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면서 이제는 조직, 인력, 예산의 적절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조직통합을 넘어 기능통합이 원활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형 스포츠클럽을 개발하고 육성해야
조 총장은 앞으로 우리나라 체육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형 스포츠클럽’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형 스포츠클럽을 지금 당장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곤란하지만 통합 대한체육회는 앞으로 우리만의 교육환경, 생활환경에 맞는 독특한 형태의 스포츠클럽을 만들어야 하는 지상과제의 임무를 부여받았다는 것. 스포츠클럽 활성화로 전문선수를 배출하고 이를 통해 생활체육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체육 구조를 만들겠다는 통합 대한체육회의 대의명분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독일의 성공사례를 본뜬 것이다. 이와 달리 같은 스포츠 선진국이면서도 일본은 1960년 도쿄올림픽이후 생활체육 활성화에 중점을 두는 바람에 30년도 채 되지 않아 아시아 3등으로 전락한 뒤 최근 전문체육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바로 독일의 성공 사례와 일본의 현실을 면밀하게 연구해 이를 우리 스포츠 형태에 맞는 독특한 스포츠클럽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조 총장이 말하는 한국형 스포츠클럽의 개발이자 육성이다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통합으로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징검다리는 놓아졌습니다. 학생들은 체덕지(體德智)의 가치가 구현되는 학교 체육을 누릴 수 있고 국민들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운동을 즐길 수 있으며 선수들은 더 좋은 조건에서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나갈 예정입니다.” 조 총장은 하지만 ‘한국형 스포츠클럽’ 육성과 개발에 앞으로 20~30년이라는 장기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즉 스포츠클럽에서 전문선수 배출창구가 되기까지에는 앞으로 20~3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는 것. “스포츠 선순환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은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하는 조 총장의 모습에서는 어떤 결기도 느껴졌다.

소통, 화합을 통해 비리 척결과 위상 강화 함께 할 터
조 총장은 지난해 체육계에 휘몰아 친 ‘비정상화의 정상화’와 (구)대한체육회와 (구)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과정에서 불거진 정부와의 불협화음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소신을 밝혔다. 조 총장은 ‘비정상화의 정상화’의 과정에서 체육단체들의 비리가 불거진데 대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체육단체들이 잘못했기에 그런 일들이 생겼다”면서 “이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유를 불문하고 여러 가지 ‘비정상’의 악폐는 스포츠강국으로 인정받았던 한국 스포츠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했을 뿐 아니라 국민들의 기대마저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조 총장은 “우리 체육인들은 이를 충분히 극복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고 믿고 있으며 대한체육회도 페어플레이 정신의 기반위에 공정하고 투명한 체육환경을 만들어 예전처럼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클린스포츠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통합과정에서 불거진 갖가지 불협화음에 대해 “그동안 우리 체육계는 통합이라는 큰 틀 안에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었으나 각론에서 각자 처한 처지에 따라 불협화음을 노출하고 갈등도 보였다”고 인정하고 이는 체육단체간의 소통 부족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두 집이 한집이 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어려움이 없을 수 있겠느냐”는 조 총장은 두 단체의 통합으로 서로 기능이 중복되는 부서가 생길 수밖에 없었고 현재 분위기상 당장 조직 확대를 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어서 직원들의 갈등과 불만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한 조직이 된 만큼 상호 소통을 강화하고 이해 폭을 넓혀 협력 체제를 이뤄 가면서 전문체육에 견주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거나 소홀하게 다뤄졌던 생활체육, 학교체육에 대한 현장의 수요를 조직 운영에 반영하면 불협화음이나 갈등, 불만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하지만 조 총장은 통합 과정의 후유증 탓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당수 직원들이 경직된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면서 재미와 흥미가 있어야 스포츠이듯이 스포츠를 총괄하는 대한체육회가 신명나는 직장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리우올림픽 ‘TOP 10’ 이루도록 최대한 지원
조 총장은 이제 100일 남짓 앞으로 다가 온 리우올림픽에 대비해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들의 지원에 나서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통합 대한체육회 직제를 개편하고 인사를 단행하면서 태릉선수촌은 리우올림픽 준비를 감안해 최대한 선수와 지도자들이 동요하거나 업무에 혼선을 주지 않도록 배려했습니다. 이제 통합이 마무리된 이상 리우올림픽 준비에 대한체육회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선수는 아니지만 임원으로 올림픽에 4번이나 출전해 국민들의 올림픽에 거는 기대가 상상이상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조 총장은 “이제부터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사기를 높이는 일이 중요한 만큼 선수, 지도자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해 한 치의 어긋남이 없도록 현장과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몇 차례나 강조했다. 이에 함께 조 총장은 선수와 지도자,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이 좋은 화음을 이루어야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서 선수는 지도자를 믿고 따라야 하며 지도자와 행정조직은 열과 성을 다해 선수들 보살피는 부모와 같은 심정이 되어야만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총장은 이와 함께 홍보의 중요성에도 언급했다.
“스포츠와 매스컴은 동반자 관계입니다. 대한체육회뿐만 아니라 각 경기단체들이 하는 일들이 많이 알려져야 하는데 지금 언론들은 지나치게 프로종목 보도에만 치중해 아마추어 종목에는 거의 무관심한 형편입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듯이 올림픽에 반짝 관심보다 평소에 작더라도 자주 언론에 보도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홍보는 대한체육회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전제한 조 총장은 체육기자들이 아마추어의 발전 없이 프로가 발전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아마 종목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한체육회 역사 보존 사업 지속적으로 추진할 터
“그동안 대한체육회가 우리 국민들과 함께 일궈 온 ‘한국체육 100년’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이며 ‘선진국’ 대한민국 진입의 초석을 다진 값진 자산입니다. 또한 한국체육 100년은 체육활동 보급과 참여를 통해 스포츠의 가치를 높였으며 특히 대한체육회 추진 사업은 모든 국민들과 함께 한다는 숭고한 전통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조 총장은 앞으로 4년 뒤 2020년이면 맞게 될 대한체육회 창립 100주년에 대해서도 다양한 사업들을 구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나라 체육이 너무 앞으로만 나가는데 치중을 하는 사이 우리의 소중한 체육유산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씩 유실되고 있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스포츠박물관 건립, 스포츠인 역사보존 사업, 스포츠 영웅 사업 등 스포츠 역사 보존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 총장은 또 “집안에 어른이 있어야 기강도 잡히고 잘되듯이 앞으로 통합 대한체육회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체육계 원로들의 경험이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체육원로들과도 자주 소통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끝으로 조 총장은 “이제 100세 고령화 시대로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한 삶이 중요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스포츠가 필수적”이라면서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쉽고 편리하게 각종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조그마한 힘을 보탠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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