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우리나라 현행 등기제도 하에서는 원칙적으로 등기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소유권에 관하여 등기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등기로 인하여 바로 소유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단지 소유권이 있다고 추정될 뿐입니다. 등기부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채권행위가 무효로 된 경우 이에 기한 물권행위 역시 무효로 되고, 그 결과 소유권이 원상회복되어 '실질적 소유자'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한편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는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으로 '채무자 및 소유자'를 규정하고 있는데, 위 조항의 '소유자' 개념이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소유권 개념인 '등기 무효여부와 무관한 실질적인 소유자'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등기의 원인이 무효임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나 어찌됐든 경매기입등기 당시 등기를 가지고 있는 자'를 의미하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위 조항의 ‘소유자’가 실질적 소유권과는 무관하게 등기된 소유자만이 이에 해당된다고 판단함으로써 전통적인 소유권 개념과는 다소 다른 해석을 하였습니다. 즉 대법원은 위 조항에 규정된 '소유자'가 ‘실질적 소유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원인행위가 무효가 됨으로 인하여 등기가 무효가 된다고 하더라도 경매기입등기 당시 등기부상 소유자로 기재되어 있기만 하면 소유자에 해당한다고 함으로써 등기부의 효력과 관련하여 흡사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듯 한 판결을 선고한 것입니다.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피고는 소외1, 2에게서 A부동산을 매수하되 소유권이전등기는 소외3 명의로 경료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소외3과는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였습니다. 위 계약에 따라 소외3은 자신의 명의로 A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피고 명의로 채권최고액 2억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습니다. 이후 소외3은 원고들과 A부동산에 관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들에게 각 지분이전등기를 마쳤으나, 원고들은 위 매매계약이 기망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로 취소하고 매매대금 상당액의 부당이득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확정되었습니다. 미처 원고들 명의의 지분이전등기가 말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는 위 근저당권을 기초로 원고들을 소유자로 하여 A부동산에 관하여 경매절차 신청을 하였고 법원으로부터 경매개시결정을 받았습니다. 집행법원은 A부동산의 매각대금 1억 3,815만 8,813원 중 1억 2,700만원을 근저당권자로 되어 있는 피고에게, 잉여금 1,055만 283원을 소유자로 되어 있는 원고들에게 각 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를 작성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에 대한 배당액 전액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후 이 사건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는 원고들이 A부동산의 소유자가 아니므로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항변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실질적 소유자 외에 형식상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배당이의를 할 수 있고 배당이의의 소도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마치 실질적 소유자 및 형식상 소유자 모두가 배당이의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설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명확하게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소유자' 개념을 실질적인 소유자가 아닌 경매개시 결정 당시 등기된 소유자만이 경매절차의 당사자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배당이의 소의 원고적격이 있는 사람은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배당표에 대하여 이의를 진술한 채권자 또는 채무자에 한하고, 다만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에서 경매목적물의 소유자는 여기의 채무자에 포함된다. 그런데 진정한 소유자이더라도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당시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지 아니하였다면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소유자가 아니고, 그 후 등기를 갖추고 집행법원에 권리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면 같은 조 제4호의 부동산 위의 권리자로서 그 권리를 증명한 사람도 아니므로,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람에게는 배당표에 대하여 이의를 진술할 권한이 없고, 그 이의를 진술하였더라도 이는 부적법한 것에 불과하여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원고적격이 없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어 “반면에,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당시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는 사람은 설령 진정한 소유자가 따로 있는 경우일지라도 그 명의의 등기가 말소되거나 이전되지 아니한 이상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므로, 배당표에 대하여 이의를 진술할 권한이 있고, 나아가 그 후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원고적격도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국가 특히 법원이 진행하는 경매절차에서는 첨예한 이해당사자간의 대립이 존재하기 때문에 ‘절차의 안정성’이라는 민사집행법의 대원칙이 엄격하게 지켜져 왔습니다. 이와 같은 태도에 따라서 대법원은 배당요구가 가능한 가압류를 한 채권자의 범위에 "가압류 결정을 받았으나 배당요구 종기까지 등기가 되지 않은 가압류권자는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판결하거나(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다27696 판결), "지급명령이 확정되었더라도 배당요구 종기까지 지급명령정본을 제출하여야만 배당요구가 적법하다"라고 선고하여(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2다96045 판결) 그 절차와 형식을 엄격하게 해석하였던 것입니다.

이 사건 판결의 원심도 민사집행법의 대원칙인 '절차의 안정성 및 채권자 보호'를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하였습니다. "집행법원은 등기명의인 등 '경매대상 부동산의 소유자로 취급되었던 자'의 채권자에게 배당받을 기회를 준 다음 배당을 실시하게 된다. 그런데 배당단계에서 경매대상 부동산의 소유자를 변경할 수 있다고 한다면, '소유권 없는 등기명의인'의 채권자가 한 배당요구 등은 아무런 효력이 없게 된다. 또한 '새롭게 소유자로 취급되는 진정한 소유자'의 채권자는 본래 부여받았을 배당요구 등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배당절차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절차의 안정성'과 '채권자 보호'라는 민사집행법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아무런 논거 없이 곧바로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소유자 개념을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당시 등기된 자로 한정하였으나,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그 이면에는 경매절차의 안정성에 대한 고려가 있었던 것이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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