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문수호의 시시콜콜 경제] ‘발 빼느냐, 남느냐’ 그것이 문제다.
유럽연합(EU)에 한 발 걸친 채 까칠하게 굴던 영국이 탈퇴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영국은 유럽연합 회원국이지만 그동안 유로화를 거부하고, 자국 통화인 파운드화를 써왔다. 회원국간 국경개방조약인 솅겐조약에도 가입하지 않았고, 환경 및 사회부문 등에서 EU의 조약이나 규정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그러던 차에 아예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오는 23일 실시키로 한 것이다. 브렉시트(Brexit)는 신조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영국(Britain)과 탈퇴(Exit)를 조합해 만든 말이다. 이 말의 원조는 2012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뜻하는 그렉시트다.

영국민들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려는 이유는 우선, 이민과 난민에 대한 불만이다. 무상의료등 복지가 잘 된 영국은 동유럽 사람들이 선호하는 정착국이다. 영국민들은 330만명으로 추산되는 이민과 난민들을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빼앗고, 세금부담을 주는 천덕꾸러기로 인식한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만든 유럽연합의 제도를 싫어한다.

또한 영국이 유럽연합에 내는 분담금은 한해 22조원 쯤 된다(2015년 129억파운드. 원부담금 30조원에서 할인후 내는 순부담금). 독일 다음으로 분담금을 많이 내는데, 받는 혜택은 없다고 불만이다. 게다가 섬나라인 영국은 역사 지리적으로 대륙과 그들을 분리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동안 회원국이면서 미지근하게 간만 보다가 이번에 한 판 붙자고 벼르는 것이다.

지난주부터 영국내 여론조사에서 브렉시트 가능성이 잔류보다 높게 나오면서 전 세계에 불똥이 튀고 있다. 설마가 구체화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각국 주가와 원유값이 하락하고, 나라마다 환율은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미국은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6월 FOMC에서 브렉시트를 이유로 금리를 동결시켰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과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지배적이다. 또한 영국을 본받아 회원국의 탈퇴 도미노가 일어날까 우려하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의 붕괴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브렉시트를 만류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총출동하고 있다. 유럽회원국 정부, 미국 정부, 그리고 영국내 정치권들도 강온전략으로 영국국민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브렉시트는 현재 지구촌에서 가장 큰 이벤트가 되었다.

그런데 투표결과 정말 브렉시트가 현실화 될까. 지금으로서는 반반의 가능성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제거 측면에서 영국이 잔류한다면 그 것으로 다행이고. 브렉시트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우려처럼 세계 경제가 아수라장이 될 것인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미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출범한 유럽연합(전신인 EEC 포함)은 출범부터 비정상이었다. 회원국간 경제력 격차가 큰 상태에서 그 것을 조절할 환율기능을 없애고, 단일통화를 시도한 것이다. 회원국의 재정통합이 전제되지 않으면 유럽연합은 선천적 결함을 가지고 태어난 기형아로 남을 수밖에 없다.

▲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그런 상황에서 브렉시트가 일어난다면 회원국의 탈퇴 도미노로 유럽연합의 붕괴가 일어날까. 체코나 핀란드가 탈퇴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독일이나 프랑스 주도하에 연합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이 나올 것이다. 불안정한 유럽연합이지만 그들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로 영국의 경기침체는 현실화 될 것인가. 어려움은 있어도 망할 일은 없다. 영국은 기존 유럽연합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조약을 원용하여 새로 협정을 체결하면 된다. 영국과 유로존 국가들과의 수출입 협정도 이와 마찬가지로 해결이 가능하다. 유럽연합과의 2년간 탈퇴협상 기간동안 차근차근 풀어나가면 될 일이다. 국가간에 서로 이익이 되면 협정 체결이 안 될 이유가 없다. 유럽연합의 영국에 대한 보복 같은 말은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기우일 뿐이다.

영국에서 자금이 빠져 나갈 가능성 역시 낮다. 일부는 탈출이 불가피하겠지만 영국은 유로화가 아닌 파운드화를 쓰는 나라다. 그리스처럼 탈퇴후 자국 화폐인 드라크마로 교체한다면 문제의 소지가 크겠지만 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준기축통화인 파운드화를 패대기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영국이 세계 각국에 투자한 자산들을 모두 거둬들일 일도 없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세계금융시장의 동요는 찻잔 속에 태풍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5위의 경제대국 영국이 탈퇴한다면 초기 혼란은 치러야 할 청구서다. 그러나 그 파장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영국과 유럽연합에 수출하는 비중이 약 10% 가량이다. 또한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미국 다음으로 영국 투자자들의 돈이 많이 들어와 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쫄 일 아니다.

과도한 공포와 불안은 그것을 원하는 세력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된다. 세계를 떠도는 핫머니는 불안과 공포를 사고파는 스마트머니다. 확실한 미래보다는 공포가 증폭될 때 그들은 환호한다. 먼 바다의 고래싸움에 연안의 고등어격인 우리는 차분히 결과에 대처하면 될 일이다. 그래서 ‘발 빼느냐 마느냐’는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가 햄릿을 통해 말한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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