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부동산 실명제는 1995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으며 실명전환을 위한 유예기간을 1996년 6월 30일까지 1년을 상정하였습니다. 이것은 그 동안 차명을 통해 탈세와 탈법으로 부동산투기를 하던 것을 막겠다는 정부의 정책의 일환이었습니다. 그 동안 차명거래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명의신탁으로서 부동산의 실질소유자가 타인이름으로 등기하는 것입니다. 실소유자와 명의대여자는 이러한 거래사실을 공증이나 내부계약을 통해 약정하여 형식상 소유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임의로 사용하거나 처분할 수 없게 하여 부동산투기와 세금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한 것입니다. 그러나 부동산실명제가 시행됨에 따라 명의신탁은 신탁법에 의한 신탁등기,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채무변제목적의 양도담보, 종중(宗中)재산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구체적 실시방안은 모든 부동산은 명의신탁에 의한 타인명의의 등기를 금지하는 것입니다. 명의신탁할 경우에는 법률적 효력이 없으며, 유예기간이 지난 후 금지된 명의신탁으로 부동산등기를 하면 형사처벌(예:5년 징역) 또는 과징금(부동산가액의 30 %)을 부과하게 됩니다. 이러한 부동산실명제와 관련하여 소유권이전 가등기만 해 놓고 20년 넘게 본등기를 하지 않고 방치한 매수인에게 부동산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와, 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고는 1985년 소외 김모씨로부터 서초구 우면동의 한 토지를 산 다음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만 한 채 본등기를 하지 않고 그대로 놔뒀습니다. 그러다 원고는 24년이 지난 2009년 원소유자인 김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내 일부승소 판결을 확정 받아 2012년 김씨로부터 해당 토지의 지분 절반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이는 무려 27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 서초구청은 2014년 "원고가 1985년 김씨로부터 해당 토지를 이전받기로 약정해 그 무렵부터 토지 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 있었는데도 장기간 이를 방치했다"며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2,400여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원고는 "이전등기가 늦어진 것은 원소유자인 김씨가 토지를 제3자에게 다시 팔려고 하면서 분쟁이 발생했기 때문이지 조세를 포탈하거나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적어도 부동산실명법 시행령에 따라 과징금이라도 깎아줘야 한다"며 피고 서초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는 부동산실명법 시행령 제4조의2 단서에서 장기미등기자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때 '조세를 포탈하거나 법령에 의한 제한을 회피할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100분의 50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원심에서는 "원고가 소유권이전등기를 해태하게 된 이유는 김씨와의 분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고가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지체해 조세를 포탈하거나 회피하려고 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원심과 달리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해당 토지를 둘러싼 법정 분쟁은 2009년에서야 비로소 발생했다"며, "이는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 3년의 유예기간이 경과하는 시점인 1998년으로부터도 11년이 훨씬 지난 이후"라고 밝혔습니다.이어 "원고는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었는데도 1998년까지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하지 않았다"며, "해당 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원고가 조세를 포탈하거나 법령에 의한 제한을 회피할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소유권이전 가등기만 해 놓고 20년 넘게 본등기를 하지 않고 방치한 매수인에게 부동산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는 입장인 것입니다. 즉, 부동산실명제에서 요구하는 등기는 가등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본등기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실명법 시행령 제4조의2 단서에 근거하여 장기미등기자가 과징금을 감경받기 위하여는 장기미등기자가 그 사유 즉, ‘조세를 포탈하거나 법령에 의한 제한을 회피할 목적이 아닌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된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조세포탈 등의 부적절한 목적의 명의신탁이 무수히 많이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부동산투기 및 조세포탈 등 목적의 명의신탁은 근절되어야 하는 바, 위 법원의 엄격한 태도는 일응 타당하다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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