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볼티모어 오리올스 홈페이지 화면 캡처

[미디어파인=백민경의 스포츠를 부탁해] 지난 4월, 김현수 선수(28,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초라한 시범경기 성적의 이유로 마이너리그로 보내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거부권을 행사했고 볼티모어는 마지못해 25인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홈 개막전에서 팬들의 야유를 받았고 주전 좌익수의 자리는 리카드의 몫이었다. 불규칙적인 출전 패턴, 주어지지 않았던 기회로 그의 미래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냐는 안타까운 시선들뿐이었다. 당시 나는 이에 대해 칼럼을 썼고 김현수 선수가 시련을 극복해낼 것을 바랐다. 그리고 지금, 3할 4푼의 타율, 4할대의 출루율과 장타율을 기록하며 아메리칸 신인왕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 선수가 바로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 선수이다.

7월 29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김현수는 시즌 2호 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 2볼넷 3타점으로 볼티모어의 승리에 앞장섰다. 지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첫 홈런을 터뜨린 지 30일 만이었다. 김현수는 5회 초 무사 1루 상황에서 우중간을 통과시키는 2점 홈런을 때려냈다. 또, 6회에는 2루타를, 7회와 9회에는 볼넷까지 얻어냈었다. 이제 그는 볼넷, 안타, 홈런까지 고루 치는 타격 기계의 모습을 마음껏 보여주고 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전문가들은 김현수가 메이저리그의 빠른 공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얼마 버티지 못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현재 구속이 140km 이상인 패스트볼을 상대로 한 타율로는 30타수 이상 기록한  메이저리그 타자 중 김현수 선수가 4할 7푼 7리로 1위를 기록 중이다. 김현수는 백업 선수로 머무를 때 빠른 볼과 다양한 구종의 볼 적응을 위해 피칭 머신을 두고 본인의 위치를 옮겨가며 훈련했다고 한다. 남들이 쉬는 날에도 훈련장에 나왔고 피나는 연습을 계속했던 것이다.

▲ 사진=볼티모어 오리올스 홈페이지 화면 캡처

그리고 그의 경쟁 상대였던 리카드(볼티모어 오리올스)는 개막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보여줬다. 시범경기에서 보여줬던 모습은 사라졌고, 출루율 3할이 되지 않았으며, 장타력도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리카드의 부진으로 인해 김현수 선수에게 출전 기회는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김현수는 그 작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적은 출전 기회에도 안타를 쳐냈고, 어떻게 해서든 출루하려 했다. 그로 인해 높은 출루율과 타율을 기록했고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게 해서 그는 현재 좌익수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주전 좌익수라고 하기엔 애매한 점이 있다. 6월 29일 김현수 선수는 홈런 포함 3타점 활약을 했지만 다음날 그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그 이유는 바로 상대 선발 투수가 좌완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플래툰 시스템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하나의 포지션에 두 명 이상의 주전급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을 두어 경기를 운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플래툰 시스템은 타자는 반대편 손으로 던지는 투수를 상대로 더 잘 친다는 것이 기록 상으로 증명되고 있기 때문에 사용되고 있다. 벅 쇼월터 감독은 우투수가 나오는 날에는 김현수 선수를, 좌투수가 나오는 날에는 리카드 선수를 기용하고 있다.

김현수 선수를 왜 좌투수 상대로 내보내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객관적인 기록으로 봤을 때 7타수 무안타로 좋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에 반해 리카드는 좌투수 상대로 성적이 71타수 22안타, 3할 1푼으로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 볼티모어 오리올스 홈페이지 화면 캡처(김현수 선수 2016년 기록)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30일 선발로 출장한 리카드는 5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쇼월터 감독은 전날 활약한 김현수를 기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면치 못 했다. 플래툰 시스템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김현수 선수는 겨우 7타석에서 좌투수를 만났기 때문에 적응할 타석의 수가 지나치게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김현수는 KBO 리그에 있을 때 우투수보다 좌투수를 상대로 잘 친 적이 두 시즌 연속이나 있을 정도로 좌투수를 상대로 잘 치는 타자이다. 그만큼 메이저 리그에서도 좌투수 상대로 기회를 준다면 상대 성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마이너 리그 행을 권유받던 골칫거리 선수에서 팀 내 최고 인기스타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매김한 김현수, 이젠 야유가 아닌 환호를 들을 자격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 진정한 주전 좌익수가 되기 위한 관문이 한 가지 남게 되었다. 처음 기회를 드문드문 받았던 것처럼 좌투수를 상대할 기회 역시 적게 찾아올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면, 김현수 선수는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위치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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