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데이먼 ‘무한도전’ 출연 불발 해프닝과 오해 [유진모 칼럼]

유진모 테마토크 편집국장l승인2016.07.08l수정2016.07.0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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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제이슨 본>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테마토크] 할리우드 액션물 ‘제이슨 본’의 주인공 맷 데이먼이 이 영화의 한국 개봉을 앞두고 홍보차 지난 6일 내한한 가운데 MBC ‘무한도전’ 제작진이 그의 출연을 섭외했으나 최종적으로 불발됐다고 한다. ‘쿵푸 팬더 3’ 개봉에 즈음해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코미디 배우 잭 블랙이 ‘무한도전’에 출연해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바 있기에 시청자들이 큰 기대를 했지만 이변은 없었다. 제작진으로선 나름대로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결과적으로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제목대로 무한(끝없는) 도전을 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포맷이므로 당연한 시도였고, 그런 불가능에 대한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다만 여기엔 국내 시청자들의 미국 및 유럽 선진국 영화계에 대한 이해가 좀 필요하다.

올 초 미국의 유명 방송진행자 코난 오브라이언이 MBC 드라마 ‘한 번 더 해피엔딩’에, 휴 잭맨, 태론 애저튼이 JTBC ‘뉴스룸’의 목요문화초대석에 각각 출연한 바 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맥아더 장군 역으로 출연한 리암 니슨은 KBS1 ‘뉴스9’ 출연을 협의 중이다. 3년 만에 한국을 재방문한 맷 데이먼은 과거에 “(한국에) 여러 번 오고 싶을 만큼 좋다”고 특별한 애정을 표시한 바 있다. 따라서 그의 ‘무한도전’ 출연은 제작진과 시청자들의 마냥 무모한 바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시청자들은 지나치게 순진하고, 일부 방송제작진은 과대망상에 빠진 듯하다.

▲ 영화 <제이슨 본> 스틸 이미지

통상적으로 TV는 영화보다 영향력이 큰 매체다. 영화보다 접근성이 엄청나게 용이하고 돈이 안 들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가정엔 TV가 필수가전제품이고 오지가 아닌 이상 거의 케이블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을 수신한다. 또한 우리나라 배우들은 대부분 영화와 TV 드라마에 대한 가치관을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 영화는 대중문화 콘텐츠 중 예술성이 가장 강조되는 매체라는 점, 그래서 종합대중예술 매체라는 특징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만 드라마는 지명도와 유명세를 얻기에 쉽다는 점에서 절대 영화에 비해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소중한 활동무대로 여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부 영화배우들은 자신들의 희소가치 유지와 자존심의 견지(堅持) 차원에서 드라마 출연을 꺼리기 마련이다. 안성기는 데뷔 후 지금까지 한 번도 드라마에 출연한 바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다고 공공연하게 선언한 바 있다. 그건 드라마를 우습게 봐서가 아니고, 그냥 영화인으로서 선후배들에 대한 약속이자 소신이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영화인이라고 하면 가난이 직결되는 이미지였다. 일부 제작자를 제외하면 감독부터 스태프까지 영화인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가난마저도 예술로 승화시킨 게 바로 모든 영화인이었다. 스타배우야 돈을 잘 벌었지만 대부분의 영화전문 배우들은 가난이 개런티였다. 그러나 1990년대 대기업이 영화계에 뛰어들고 직배사가 자리 잡으면서 국내 영화계도 할리우드식 메이저스튜디오 시스템이 정착하게 됨으로써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한마디로 판이 갑자기 커진 것이다. 가난했던 영화인들의 자부심에도 자본이 덧씌워진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나이가 좀 지긋한 스타들은 영화배우라는 자존심을 지키려 한다. 안성기를 비롯해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황정민 등이 대표적이고, 원빈 강동원 등의 30대 배우도 꽤 있다.

▲ 영화 <대호> 스틸 이미지

그 배경에 영화인이라는 자존심과 자신의 희소가치를 지키려는 신비주의 전략이 어느 정도 작용하지만 일부의 경우 노출기피증도 작용된다. 드라마에 출연할 경우 여러 사람은 물론 대중과도 스킨십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홍보차원의 노출이 불편한 것이다. 원빈과 이나영이 시골에서 그들만의 조촐한 결혼식을 치른 게 바로 그런 대인기피증의 증거다. 미국의 경우 스타급 영화배우는 ‘무비 스타’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그만큼 영화배우에 대한 예우가 각별하다는 뜻이다. 무비 스타의 영화출연 계약서가 두툼한 책 한 권 분량이란 사실은 이제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그 계약서 안에는 식사 메뉴부터 음료수의 브랜드까지 깐깐하게 규정돼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병헌이 증언했다시피 야외 촬영장에서 개인 트레일러를 제공받는 게 많은 의미를 시사한다.

이렇게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무비 스타들은 그 희소가치를 지키기 위해 드라마 출연을 기피하기 마련이다. 드라마의 값어치가 영화만 못해서가 아니라 업계와 대중을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희소가치 때문이다. 드라마는 손쉽게 시청할 수 있지만 영화는 일부러 이동해 돈을 주고 티켓을 구매한 뒤 상영시간을 맞춰야만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장상영중인 영화는 드라마처럼 다시보기가 불가능하다. 일단 나갔다가 다시 티케팅을 하고 입장해야만 가능하다. 그런 무비 스타들이 드라마도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청자를 웃긴다는 것은 사실 할리우드 메이저스튜디오 시스템 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유재석이 예능계의 신적인 존재지만 아무 영화도 그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지 않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 영화 <디 트레인> 스틸 이미지

잭 블랙은 예외다. 그는 코미디전문 배우다. B급영화에도 출연하긴 하지만 대체로 그는 애초부터 흥행에 집중하는 상업적인 코미디영화에 자주 출연한다. 예능 프로그램은 그의 이미지를 오히려 더욱 코믹하게 만들어준다. 더구나 영어권에 비해 지명도가 다소 떨어진 한국에서라면 그는 자신의 이름값을 높이기 예능과 손잡을 필요가 있다. 요즘 영화는 정통 장르물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크로스오버 현상이 심하다. 당연히 소수의 코미디를 제외하면 내용이 모두 진지하고 심각하다. 멜로에도 반전이 존재할 정도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그런 영화의 주인공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벼운 모습을 보일 경우 영화의 홍보에 도움은커녕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가 예능에 나와 ‘일박~이일’이라고 외친다는 상상을 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올드 보이’나 ‘사도’가 진지하게 보일까? 이런 상관관계를 할리우드 스타들은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보도 프로그램이나 토크쇼에는 출연해도 드라마나 예능 출연은 꺼리는 것이다. 조연배우들은 좀 다르다. 어차피 그들은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단독 주연을 꿰찰 기회는 거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오달수가 ‘배우들’의 단독주연을 맡는 것은 매우 특별한 케이스다. 물론 할리우드에도 그런 경우는 종종 있다. ‘헬보이’ 시리즈의 론 펄먼, ‘마세티’ 시리즈의 대니 트레조는 그렇게 특별한 경우다. 그래서 조연배우들은 오히려 드라마 출연을 더 반긴다. 돈벌이도 그렇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널리 알릴 기회이기 때문이다. 요즘 라미란 등 이른바 ‘신 스틸러’들의 CF 출연이 잦은 이유는 그들이 드라마와 예능 등에 닥치는 대로 출연하며 얼굴을 널리 알렸기 때문이다.

▲ 영화 <제이슨 본> 스틸 이미지

이병헌 황정민 등과 동갑인 맷 데이먼은 정상급 액션스타와 최고몸값 배우라는 타이틀이 톰 크루즈에게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로 옮겨온 현재 상황에서 B급 이미지까지 갖춘 몇 안 되는 희소가치를 자랑한다. ‘곡성’의 황정민처럼 심오한 영화의 조연은 가능하지만 아직은 드라마나 예능에서 주연을 맡을 때가 아니다. 더구나 ‘제이슨 본’의 흥행에 몇 퍼센트의 도움을 주기 위해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함으로써 본거지인 할리우드에서의 자신의 희소가치를 깎아내리는 모험을 할 이유가 없다.

유진모 테마토크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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