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를 열망하다 '옛 영등포 교도소' [백남우 칼럼]

백남우 tbsTV 영상콘텐츠부장l승인2016.07.24l수정2016.08.0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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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옛 영등포 교도소] 2014년 4월 철거를 앞둔 옛 영등포 교도소가 단 하루 시민에게 개방됐다. 1949년 부천 형무소로 문을 연 뒤 65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6만 7696㎡의 부지에 14개 동의 교도소에 800여 명 수용, 42개 동의 구치소에 15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영등포 교도소를 거쳐 간 사람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인물들도 많았다. 1974년 유신헌법에 반대하며, ‘대통령 긴급조치 1호’ 첫 번째 위반자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던 백기완, 민청학련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어 재판에서 6년 4개월의 선고를 받은 김지하, 1986년 민청련 사건으로 실형 선고를 받은 김근태 등 1970~80년대 민주화를 외치던 재야운동가와 지식인들뿐 아니라 그들을 고문했던 고문 기술자 이근안,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인질극을 벌였던 탈주범 지강헌 등 거쳐 간 수감자들만 봐도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곳이 영등포 교도소.

그중에서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만천하에 알린 곳도 바로 영등포 교도소였다.

1986년 5.3 인천사태 주도 혐의로 영등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이부영(당시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사무처장)이 남영동 대공수사단에서 박종철 군을 고문해서 죽인 사건의 전말을 영등포 교도소 교도관을 통해 외부에 알리면서 6월 항쟁으로 이어져 87년 민주화운동의 촉발제가 되었다.

 “87년 1월 17일 경 새벽 한두 세 시에 제가 격리 수용되어있던 옥사에 어떤 남자 두 사람이 들어왔어요. 교도관이 전해주는 말에 의하면 그 사람들이 남영동 대공수사단에서 박종철 군을 고문해서 죽인 경찰 수사관들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뒤에 그 사람들이 억울하다고 자기 장관들이 와서 당신들 우리가 시키는 대로 그렇게 진술하고 따라야 된다, 그래서 우리는 억울합니다,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이 했는데 왜 우리를 여기다 잡아넣습니까? 얼마나 충격적인 이야기에요. 그런 사실을 알아서 제가 알던 그 교도관들을 시켜서 바깥으로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에게 알려서 87년 5.18 그러니까 광주항쟁 7주년 추모 미사에서 명동성당에서 그 사실을 다 밝혔어요.”
                  - 이부영(1986년 5.3인천사태 주도 혐의로 영등포교도소 수감)

어른 한 명이 돌아 눕기도 힘들 만큼 비좁은 독방과 수감자들의 흔적. 그 흔적과 함께 영등포 교도소는 완전한 철거를 앞두고 있다. 

 "(영등포교도소 수감 전엔) 대전이나 전주 같은 그런 아주 혹독한 시설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영등포교도소에 독방이라는 건 굉장히 행복했어요. 날씨도 그때 한참 봄이 돼서 좋을 때고 영등포교도소에서 0.7평 되는 독방에 있었다는 게 고통스럽다고 생각되지는 않았어요."
                  - 이부영(1986년 5.3인천사태 주도 혐의로 영등포교도소 수감)

1949년 부천 형무소로 개청을 시작으로 민주화의 상징으로 불리며 현대사의 영욕을 지켜본 영등포 교도소. 이제 그 모습을 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조만간 영등포교도소를 철거된 구로구 고척동 100번지 일대 부지에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2300가구와 대형마트, 공원 등을 갖춘 대단위 패밀리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한때 민주화의 상징으로 불리며 현대사의 영욕을 지켜본 옛 영등포교도소. 시민들에게 공개된 건 단 하루뿐. 우리의 역사는 또 그렇게 기억 속에서 또 그렇게 지워지겠지만 민주화 운동의 정신은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할 것이다.

<옛 영등포교도소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 http://tvcast.naver.com/v/17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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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2015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지역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기획부문 대상 수상

백남우 tbsTV 영상콘텐츠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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