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Young의 경제 흐름 꿰뚫어 보기]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계속되다보니 저금리를 시행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위스나 덴마크 등 일부 유럽 국가들에서는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면서 특정 지역의 부동산으로 돈이 너무 몰리고, 이를 걱정한 정부가 대출 규제책을 꺼내들자 이번에는 풍선 효과로 부동산 청약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한마디로 950조원에 달한다는 국내 유동자금이 갈 곳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금융 위기 이후 미국에서는 2009년부터 2014년 10월까지 돈을 찍어서 국채를 사는 방식으로 4조 달러의 돈을 풀었고, 2013년부터는 일본이 아베노믹스라는 이름으로, 2015년부터는 유럽도 돈을 풀기 시작했다. 이러한 통화정책으로 인해 전 세계에는 수많은 돈들이 떠돌아 다니고 있고, 신흥국들은 경제적 불안정을 유발시키는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곤경에 처하곤 한다. 이러한 통화 정책은 4~5년마다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각국 정부들로서는 나름대로는 고민의 산물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임기를 연장하려는 정권이 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왜 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경제 정책은 정통 경제 학자들의 경제 이론들을 토대로 수립되고 있는데 문제는 경제 관료들의 태반이 자신들이 선호하는 경제 이론을 내세우며 각국의 경제 현실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정책 수립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4.0’이라는 책을 쓴 아나톨 칼레츠키는 2008년 금융위기가 그때까지 세계 주류 경제학을 장악했던 시카고 학파 때문이라고 설파하기도 했다. 이 저자는 시카고 대학의 학풍를 따르는 대학에서 공부한 세계 각국 경제 관료들이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시장이 민간에 의해 스스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는 신고전주의 경제 정책을 나라별 상황과 특성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반영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거의 모든 정부들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통화 정책과 재정정책을 사용하고 있으니 케인즈 학파가 다시 주도권을 잡은 형국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자 대니 로드릭은 ‘자본주의 새판짜기–세계화 역설과 민주적 대안’이라는 저서에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는 ‘경제학 강의’라는 저서에서 일부 경제 이론을 맹신하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나라마다 다른 역사적 배경이나 특성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경제 이론을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적용해야한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장하준 교수는 그 책에서 이런 경제 학자들을 견제하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경제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요즘 한국에서는 청년들의 좌절감이 극에 달한 듯하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경제 성장과 청년 취업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성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가 적절한 대책 마련을 못하고 헤매고 있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든다. 금융 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저성장의 원인에 대해서 정부나 경제학자들이 정말 심도있는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일까?

2010년 이후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스마트 기기 소유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고 스마트 기기들의 성능도 향상되면서 이제는 스마트 기기를 불편함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상황 변화는 실물 경제의 현장에 있는 기업 경영인이나 영업 직원들이 먼저 실감하고 있다. 편리한 공짜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람들이 모여 들면 각종 수입을 올리는 인터넷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많아졌다. 또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여 가성비가 좋은 서비스나 제품을 찾아내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면서 지명도가 좋은 서비스나 제품으로 고객들이 몰리는 승자 독식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전에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양상들이 벌어지면서 기업들은 정말 돈벌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유류 가격 비교 앱의 등장으로 주유소가 600여개나 폐업했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이는 자영업자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각종 경제 기사를 보면 국내 경제학자들은 우리나라의 소비 감소가 전 세계적인 수요 감소에 따른 수출 감소, 주거 비용 증대에 따른 가처분 소득 감소 등이 주 원인이라고 하는데, 어쩌면 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스마트 기기의 확산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소비가 줄어드는 근본적인 원인일지도 모른다. 또, 소비자들이 인터넷으로 인지도가 높은 서비스나 제품만을 찾게 되면서 승자 독식 시대가 되어 패배자들의 숫자도 전보다 더 많아지고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주장도 있다.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디지털 기술 발달로 인한 성장 감소 부분은 통계상 크지 않다는 일부 학자의 주장이 담긴 기사를 내놓으면서도 GDP 등 현재의 경제 지표가 적절한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도 내놓은 바 있다. 한마디로 현재 통용되고 있는 경제 지표 측정 방법도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이 이렇게 밑바닥부터 달라지고 있는데도 경제학자들은 심각한 고민없이 아직도 그들이 예전에 교과서에서 배운 경제학 이론을 들이대면서 정책 수립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자성해야 한다. 경제 관료 혹은 경제학자들이 제대로 된 정책을 세우려면 현실 상황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 디지털 기술 발전의 영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그 변화를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소비 패턴의 변화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통찰은 끊임없는 공부와 고민에 의해서만 가능한 일이고 예전의 교과서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한 직관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경제 정책 수립과 실행에 있어서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수요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급속한 기술 발전과 변화의 흐름에서 뒤쳐진 국민들에게 적절한 가이드와 지원책를 마련하여 제공해야 할 것이다. 청년들도 정부 탓만 할게 아니라 경제 공부를 해야 하고 새롭게 늘어나는 사회적 수요에 맞춰서 인생 설계를 하고 능력 개발을 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수요에 맞는 학습을 학교에서 제공하지 못한다면 청년들 스스로 어떤 일자리가 늘어날지 파악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공무원, 교사, 학자, 일반 국민 모두가 이런 급속한 변화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게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이런 평생 학습은 자신들의 경력 개발에도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 오류를 감시하는 역할도 가능하게 함으로써 개인의 성공뿐 아니라 사회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이런 디지털 기술 발전의 흐름을 먼저 파악하고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상당한 부를 축척한 사람들은 이런 급속한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잘나서 부자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회 공헌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희망으로는 이 경제적 승자들이 패자들에게 평생 교육을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에 투자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러한 상생과 기부 문화가 확산될 때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기여하는 문화가 확산될 때 날로 각박해지는 ‘각자 도생 사회’로부터 행복이 넘치는 풍요로운 ‘공유 협력 사회’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하영(Young) '영어스터디센터' 대표]
서울대학교 및 동 대학원 졸업
현)이대 앞 영어 토론 및 경제 스터디 모임 공간 '영어스터디센터' 대표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