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의 끽연자들을 안아주고 싶다. [박창희 칼럼]

박창희 교수l승인2016.08.04l수정2016.08.04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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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박창희의 건강한 삶을 위해] 금연 격언 중 이런 말이 있다. “담배 끊는 것처럼 쉬운 게 없다 수백 번 끊었었으니까.” 어린 시절, 담배를 피우던 할머니의 기억이 아련하다. 팔각형 통 속의 성냥을 그어 할머니가 한 대 피워 물면 어린 필자는 구수한 그 냄새가 좋았다. 얼굴에 뿜어 달라는 손주의 부탁을 할머니는 거절하지 않았다. 눈을 감고 연기를 기다리는 손주의 얼굴이 얼마나 귀여웠을까. 물론 흡연에 관대하던 옛날이야기다. 요즘 같았으면 나쁜 할머니로 사회적 지탄을 받을 일이다.

얼마나 흡연에 관대했던지 회상해보자. 시외버스를 타면 의자 등받이에 손바닥 크기의 재떨이가 붙어 있는데, 청소가 쉽도록 앞으로 당기면 쏟아지는 구조다. 밀폐된 공간인 버스 안에서의 흡연, 여러분은 상상이 가시는가. 옆자리에 앉은 여성에게 담배를 피워도 되겠냐고 묻는 남성이 최고의 매너남이 되는 시절이다. 여성은 훌륭한 남성이다는 생각과 함께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준다. 흡연이 허용이 아니라 물 마시고, 밥 먹는 행위와 동일시 되던 시절이라 가능한 일이다.

필자는 군대에서 담배를 배웠고 이후 9년간 흡연을 했다. 고려청자 그림이 그려진 200원짜리 담배로 흡연을 시작했고 500원짜리 솔 담배에 이르러 금연을 했다. 사업을 시작한 후 각오를 다지는 차원에서 금연을 계획했고, 그 후 한 모금도 빨지 않고 버티고 있다. 어언 21년 째다. 세월은 흘러 담뱃값이 열 배 가량 오른 지금도 흡연자들은 줄지 않았다. 물론 담뱃값 인상을 끽연자들이 고분고분 받아들인 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간접세로 대표되는 담뱃값의 인상에 매번 성공해 왔다.

홧김에 금연을 시도한 이들의 각오는 잠시뿐이다. 우스운 일은 담배를 팔아먹는 정부가 동시에 금연광고를 만든다는 거다. 가증스러운 광고가 어디 한, 둘 이겠느냐마는 그중 최고봉은 단연코 금연 광고다. 점입가경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더욱 비참하게, 더 잔인하게, 더욱 끔찍하게 만들기 위한 광고장이들의 노고가 절로 느껴진다. 휠체어에 앉아 마지막 숨을 몰아쉬거나, 아빠의 담배 연기를 마신 자녀가 해골로 변하기도 한다. 담배 주문을 후두암이나 폐암 한 갑 달라고 하는 광고도 등장했다. 누가 피우라고 했나! 또는 광고가 싫으면 끊으면 그만 아닌가 하는 생각은 운 좋게 금연에 성공한 이의 입에서나 나올법한 얘기다.

금연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사람을 저 지경으로 만드는 독극물을 어떻게 나라에서 제조 및 판매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저런 광고를 보고 계속 담배를 피울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정부는 담배 가격을 인상하여 소비를 억제함으로써 국민건강에 이바지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이 금연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궁핍한 명분을 내세우긴 했지만, 세금으로 인한 정부 수입 증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실제로 끽연자가 지출하는 담뱃값의 70%는 세금이다.

정부는 이들의 기호품을 마약으로, 이들의 행위를 질병으로 규정짓는 광고를 해대며 뒤로는 부지런히 돈을 거둬들인다. 끽연자의 명줄이 끊어지지 않는 한 정부의 돈줄도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설 곳도 없는 끽연자들은 내 쫓기고, 끊임없이 지갑을 털리며, 궁극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여 정부에 돈을 가져다 바치는 비참한 존재로 전락한지 오래다. 정부가 뒤에서 세입 계산을 할때, 이들은 비 오는 날 처마 밑에 모여 자기 폐의 일부를 떼내어 연기로 날리고 있다.

숱한 세월을 바보처럼 당하고 사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는 방법은 오직 금연뿐이다. 정부는 흡연과 금연을 동시에 권하고, 흡연자들은 금연을 꿈꾸며 오늘도 노예처럼 흡연한다. 많은 사람은 보조제에 의존하기도 하는데 이들이 금연에 성공할 수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무엇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지 외엔 그 아무것도 금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음 호에 그 예를 들어보자.

박창희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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