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미디어파인=신수식의 세상읽기] 찜통더위로 연일 전력사용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뉴스다. 이런 찜통더위에도 주택전기요금누진제 때문에 세금폭탄이 두려워 에어컨을 마음대로 틀지 못하는 서민들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이 누진제로 인한 전기료 폭탄이라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 또는 개편해 줄 것을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하다. 하지만 정부는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 문제, 누진제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각의 다양성 등이 있기에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며 현재 상황에서는 누진제 폐지 또는 개편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만 하고 있다. 이런 불합리한 주장을 하는 대한민국 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라는 것인지 국민은 참으로 한심스럽고 답답하다.

담당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여름철까지 가정용 전력을 많이 쓰게 하려면 발전소를 또 지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주택용 요금은 지금도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고 전력대란 위기가 현존하는 상황에서 누진제를 완화해 전기를 더 쓰게 하는 구조로 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누진제 개편을 반대하는 이유라고 한다. 과연 이러한 주장을 합당한 주장으로 수용할 수 있는 것인가?

▲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은 2007년부터 현재까지 6단계의 누진요금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요금제 구간(주택용 저압 전력 기준)은 1단계(사용량 100㎾ 이하), 2단계(101~200㎾), 3단계(201~300㎾), 4단계(301~400㎾), 5단계(401~500㎾), 6단계(501㎾ 이상)로 구분된다. 최저구간과 최고구간의 누진율은 11.7배다. 구간이 높아질수록 가격 또한 몇 배씩 뛰어오르는 구조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산업용, 일반용, 교육용 등 다른 용도의 전기요금에는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6단계 가구의 비중은 작년 8월 기준으로 4%에 불과하며 따라서 누진제를 개편하면 결국 전기를 적게 쓰는 사람에게서 요금을 많이 걷어 전력소비가 많은 사람의 요금을 깎아주는 부자감세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용 대신 산업용 전기요금에 과도한 지원을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산업용의 원가가 더 적게 드는데 요금을 더 물릴 수는 없으며 지금도 원가 이상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산업용은 76%, 주택용은 11% 정도 요금을 인상했기에 주택용에 요금을 징벌적으로 부과하고 산업용 요금은 과도하게 할인해 준다는 지적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 전기요금체계는 1970년대에 만들어졌으며 누진비율을 조정한 것 또한 2007년이 마지막이다. 약10년 전에 마지막 조정을 한 셈인데 그 동안 가구당 월 평균 전력 사용량이 많이 증가했다. 1998년에는 163kW, 2015년에는 223kW, 평균보다 비싼 요금을 내는 300kW 이상 사용하는 가구비율도 같은 기간 동안 5.8%에서 29.5%나 증가해 이전 기준 고수로 인해 전기요금폭탄을 맞는 가구가 상당히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정집보다 전기를 많이 쓰는 상업용(kWh당 105.7원)이나 산업용(kWh당 81원)에는 오히려 누진제를 적용하여야 하나 적용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삼성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많은 할인혜택을 받아 왔는데 지난 3년 간 대기업이 받은 전기요금 할인혜택규모가 무려 3조 5,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누진제를 개편하지 않으려는 것은 전혀 명분이 없다는 것이 필자를 포함한 양식 있는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인 것이라는 사실에서 정부는 이러한 불합리하며 잘못된 낡은 제도를 개편하는 조치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며 이러한 개편은 결국 한전의 수익구조 악화를 방지하는 방안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누진세 완화로 인한 전력사용 급증으로 ‘블랙아웃’이 우려된다는 정부가 자주 인용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 전체 전기사용량 중에 가정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3.6%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 큰 위협이 되는 문제는 아니기에 합당한 이유라 할 수 없을 것이다.  14%가 안 되는 가정용 전기의 사용량을 통제하는 것이 전체 전력 소비량에 주는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은 그 만큼 낮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2011년 9월 발생했던 블랙아웃사태를 가정용누진제를 개편할 수 없는 예로 드는 것에 대해서도 당시 블랙아웃사태는 가정용 전기 사용량 급증 때문이 아니라 정부가 당시 전력수요 예측을 잘못해 원전가동을 일시 중단하면서 전기공급에 차질이 생겨서 벌어진 일이었던 것이다.  

정부는 또 누진제개편의 문제는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문제, 누진제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각의 다양성 등이 있기에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이미 언론 등이 주요 이슈로 다루고 있고 국민여론도 누진제 개편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사실에서 상당한 정도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누진제 폐지나 축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사실 누진세 제도는 소득금액이 커질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도록 정한 세금. 즉 과세물건의 수량이나 화폐액수가 증가함에 따라 점차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조세로서 경제력의 격차를 야기시키는 소득 간 불평등을 보정하기 위한 제도로 고소득자에게는 높은 세금을, 저소득자에게는 낮은 세금을 거두자는 의도에서 실시되었다. 오늘날 거의 모든 나라에서 경제력의 불평등과 소득 간 불평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소득재분배가 주요 문제로 제기되었는데 당시 소득재분배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용한 것이 바로 누진세율의 적용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문제는 대기업, 수출기업, 재벌에게만 유리한 경제정책으로 부를 그들에게 몰아주어 부의 양극화가 가장 심한 사회인데 여기에 불합리한 세금제도로 인하여 더 이상 국민에게 세금을 뜯어서 기업에게 가져다 주는 잘못된 행태의 낡은 제도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누진제 개편요구는 그 당위성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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