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성경에는 유명한 ‘사랑의 장’이 있습니다. 거기에서는 사랑에 대해서, ‘사랑은 오래 참고,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 무례하지 않으며, 자기의 이익을 구하지 않으며, 성을 내지 않으며, 원한을 품지 않습니다. 불의를 기뻐하지 않으며, 진리와 함께 기뻐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딥니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전의 저는 ‘사랑은 아름답고 달콤하며 기분 좋은 것’으로만 여기고 있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도 그렇게 여기기 때문에, 그토록 아름다운 시나 음악, 미술 작품들이 탄생하게 되었겠지요. 그런데 저는 부부가족치료를 공부하고서 이 구절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사랑은 상대의 허물을 오래도록 참고 덮어주고 화내지 않고 믿어주며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사랑이 아름답거나 행복한 것이라는 말이 전혀 없는 것도 놀라운데 ​더 기가 막히는 것은, 그렇게 해서 받게 되는 무슨 보상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즉 사랑이란 그 사랑으로 인하여 내가 받을 혜택에 관한 것이 아니라, 다만 내가 할 일 그리고 나의 마음가짐에 관한 것이더라는 말입니다.

이 점을 깨닫기 전의 저는 (아내가 사랑스럽다고 여겨서 결혼을 하였고 또 저 스스로 아내를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정확하게는 사랑한 것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사소한 다툼 후에는 제 자신보다 아내가 잘못한 점에 대해서만 생각하느라 옹졸한 마음을 쉽게 풀지 못했었고, 간혹 서운한 마음이 들 때면 그것을 나에 대한 아내의 사랑이 부족한 탓으로 여겨서 어떤 식으로든 앙갚음을 하고 싶어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랑에 대한 이해가 바뀌면서, 아내보다는 저 자신을 그리고 제가 지켜야 할 사랑의 자세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그것만으로도 적잖은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누가 감히 사랑에 대해서 충분히 깨달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하고 싶어하고 또 사랑을 받음으로 행복해지려 합니다.

특히 연애와 신혼 기간은 사랑과 행복에 대한 욕구가 가장 왕성한 시기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욕구들이 충돌되어 사랑으로 행복해지기보다는 오히려 불행하게 되는 경우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는 대부분이 이유는 사랑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사랑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을 모르기 때문에,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의 모습을 상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잘못에 빠지기 쉽다는 말입니다.

신혼은 이처럼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과 전혀 다른) 사랑의 참 모습을 배우고 익히며 훈련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신혼 생활을 잘 시작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신혼 생활에서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점은 ‘이 사람이 내가 사랑하던 그 사람이 맞나?’ 하는 생각들이 드는 순간들일 것입니다. 서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말이 통하지 않고, 나를 사랑하는 줄 알았던 상대가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상대에게 헌신하려고 마음먹었던 자기 자신에게 스로서 비열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때 말입니다.

그래서 ‘이제껏 사랑한다고 믿었던 것들이 모두 착각이었나 보다!’라는 느낌이 들게 되고, ‘이제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야?’라는 불안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이들에게, 그런 이유들로 너무 속상해하고 불안해하거나 서로를 탓하지 말기를 권합니다. ​이 모두가 신혼뿐 아니라 우리가 일생 겪게 되는 정상적인 과정일 수도 있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결혼 생활이란 두 사람이 ‘한때 사랑했다는 사실’에 대한 축복 또는 책임이 결코 아닙니다. 결혼은 최소 20년 이상 다르게 살아온 남자와 여자가 함께 살기로 약속하는 것인데, 그렇게 결혼하여 향후 무려 60년 정도를 함께 별탈 없이 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라서, 크고 작은 갈등이 연속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당연한 갈등을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피차 불행하다는 느낌은 더 심해지고 결과적으로 상대에 대한 불만과 장래에 대한 불안이 커져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결혼 생활이 가져다 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이런저런 편법을 찾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입니다. 결혼 생활의 이런 중압감에서 벗어나면서 동시에 가정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사랑’입니다. 알고 보니, 우리들에게 사랑이 필요했던 이유는 바로 이런 갈등을 견디고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혹시 지금까지 당신이 원하는 사랑의 ‘수준’이 달콤하고 편한 것을 찾는 어린이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상대의 약점을 참고 덮어주는 어른 수준의 사랑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한 때가 된 것입니다. ​이런 사랑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당신은 상대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고 또 당신 스스로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마다 다소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과정이 지난 후에 당신은 말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어렸을 때 나는 사랑을 ‘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었지. 조금 철이 들었을 때는 내가 당신을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알게 되었어. 내가 사랑을 ‘하는’ 거라고 말이야. 그런데 이제는 또 다시 알게 된 것이 있는데, 사랑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었더라. 사랑이 오히려 나를 변화시켰고, 또 그 동안 나와 당신, 그리고 나의 가정을 지켜준 것이더라. 그래서 그 동안 이 모든 일이 가능하게 해준 당신에게 정말 감사해.” 라고 말입니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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