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네버엔딩스토리>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테마토크] 엄태웅은 마사지업소 여종업원 A(35) 씨에게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고, 하지원은 국내 G화장품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자의든 타의든 송사에 연루된 당사자들이 제일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도 매우 불편하다. 에디슨처럼 대단한 특허발명품을 내놓은 것도 아닌 연예인들이 그토록 단기간에 상상할 수도 없는 큰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는 배경은 대중의 지지 덕이니 여론의 추이는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일부 누리꾼이 주장하는 ‘연예인=신 귀족’이란 비아냥거림을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엄태웅 피소 건은 이제 수사가 시작이지만 박유천이나 이진욱이 연루됐던 유사 사건과 비슷한 냄새를 살짝 풍긴다. A 씨는 사기 혐의로 수감된 상태고, ‘사건발생’ 6개월 만에 엄태웅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게 그 배경. 수사기관 등에 따르면 A 씨는 2012년 7월 경기도 의정부의 한 유흥주점 업주에게 선불금(속칭 마이킹) 600만 원을 받은 뒤 자취를 감췄고, 비슷한 시기에 충북 충주의 한 가요주점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600만 원을 빌린 뒤 달아났다고. 그녀는 이런 ‘마이킹’ 사기 수법으로 전국의 유흥업소 7곳에서 33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

물론 이런 정황은 엄태웅 피소 건과는 별개의 문제다. A 씨는 수도권의 한 구치소에 수감된 지 3일 만에 엄태웅을 검찰에 고소했다. 소장을 통해 그녀는 “지난 1월 성남 분당의 한 오피스텔 마사지업소에서 종업원으로 일할 때 엄태웅이 손님으로 혼자 찾아와 성폭행을 했다. 우리 업소는 성매매를 하는 곳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사기꾼이라도 피해를 입었다면 그 점에 대한 수사와 판결은 공평해야 한다. 경찰 역시 선입견을 철저하게 배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엄태웅의 소속사 키이스트 측은 성폭행이 사실무근이며 경찰의 출석요구에 성실하게 응하겠다고 밝혔다.

▲ 영화 <톱스타> 스틸 이미지

경찰 입장에선 두 사람의 성관계에 금전이 오갔는지, 아니면 A 씨의 주장대로 강제적 성폭행이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A 씨가 사건 직후가 아닌 6개월이나 흐른 뒤에야 고소하게 된 이유 역시 수사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기사건 탓에 도주하느라 고소할 여유가 없었던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박유천 고소인 중 한 명처럼 돈이 목적인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좀 다르다. 바로 엄태웅이 35살의 마사지업소 여종업원과 단 둘이 밀폐된 오피스텔 안에 짧지 않은 시간동안 머물렀다는 점이다. 엄태웅은 3년 전 결혼해 딸 지온 양을 슬하에 두고 있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충분히 보인 바 있다.

누가 봐도 아쉬울 게 없는 ‘신 귀족’ 신분이 맞다. 그냥 딸과 살아가는 일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일용직 근로자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출연료와 부수입을 챙겼다. 아리따운 아내도 있는 사람이다. 근육이 뭉쳤거나 척추가 이상했다면 전문병원을 찾아 물리치료를 받았어야 마땅했다. 대부분의 떳떳한 마사지업소는 일반 상업건물에서 ‘민낯’을 드러내놓고 영업을 한다. 그런데 엄태웅이 이용한 업장은 오피스텔이었다. 그만큼 밀폐된 공간이란 의미다. 아무리 건전한 업소고 엄태웅이 성 관련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인기 연예인이자 아내와 딸까지 얼굴과 신분이 노출된 가정의 가장이라면 애초부터 그런 곳에 발을 들이지 말았어야 바람직했다. 그가 성폭행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야단을 맞아야 할 상황이고, 혹시라도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어 폭행이 없었다고 할지라도 용서받지 못할 결과가 나올 막다른 길인 이유다. 무조건 성관계가 없었다는 결과가 면죄부다.

▲ 영화 <조선미녀삼총사> 스틸 이미지

하지원은 스케일이 다르다. 그녀는 6개월 만에 60억 원의 홈쇼핑 매출을 올린 화장품 회사의 지분을 30%나 보유하고 있다. 이 엄청난 성장의 배경이 바로 그녀가 동업계약에 의해 이 회사의 ‘얼굴’ 노릇을 했다는 데 있는데 자신이 응당한 동업자로서의 수익배분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동안의 초상권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분배해주는 동시에 향후 초상권을 사용하지 말라는 소송이다.

하지원은 지난해 봄 권모 씨(G사 대표), 양모 씨 등과 함께 화장품 개발, 판매업 등을 영위하기 위한 동업계약을 맺고, G사에 자신의 초상권을 전속 사용토록 허락했다. 그러나 권 대표 등이 운영수익을 자신들의 이익으로만 돌리려하는 등 운영에 있어 하지원을 배제했다는 게 소송의 근거. 최근 하지원 측이 권 대표에게 대표이사 보수 및 계열사 M사와의 관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자, 권 대표는 하지원에게 G사의 주식을 반환하고 동업관계에서 탈퇴하라고 요구했다. 하지원 측은 G사가 초상권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주식은 당연히 반환하겠지만, 이제까지 하지원의 초상권을 사용함으로써 얻은 수익은 정당한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원 측은 지난달 G사를 상대로 얼굴, 이름, 상표를 사용한 화장품을 폐기하라는 소송과 더불어 초상권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도 냈고, G사 측은 하지원에게 홍보 대가로 주식 30%를 무상으로 줬으니 주식을 내놓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초상권을 쓰겠다는 입장이다. 하지원 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연예인의 초상권 관련 피해가 일어나지 말길 바란다”는 코멘트를 냈다. 하지만 대중의 체감은 좀 다르다. 이 사건은 단순한 연예인의 초상권 관련 피해와는 본질이 다르게 비치기 때문이다.

▲ 영화 <7광구> 스틸 이미지

하지원은 단순히 G제품의 모델로서 초상권 사용료를 받은 차원이 아니다. 그녀 측의 공식자료에도 나와 있듯 그녀는 자신의 언니와의 ‘자매 스토리’를 반영한 G사 대표 상품의 론칭에 직접 참여했고 무상으로 주식을 30%나 받았다. 단순한 CF모델 계약이 아닌, 그녀의 주장대로 동업자로서 제품의 기획, 제작, 판매, 홍보 등에 깊게 관여한 것이다. 게다가 지분 30%를 보유한 대주주다. 나머지 21%의 우호지분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경영권을 방어하지 못한 것은 그녀의 패착이지, 초상권 문제와는 별개다. 만약 권 대표가 경영상의 불법과 탈법으로 회사에 피해를 끼쳤다면 당연히 하지원의 제재와 법적인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이 복잡한 지분과 경영문제를 전체 연예인의 초상권 침해 트러블로 몰아가는 것은 분명히 어폐가 있다.

하지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무려 30%의 지분을 가진 회사의 주주로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게 맞을 것이다. 60억 원의 매출 중 10억 원이 순수익이라고 치더라도 그녀는 3억 원을 못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주주총회를 통해 감사 과정을 거쳐 대표이사 등 경영진에 대한 경영의 투명성을 검증한 뒤 주주로서 당당한 권리주장을 하거나, 현행법규상의 사법적 절차에 착수하든가, 지금처럼 관련 소송에 기대면 된다. 그래서 ‘연예인 초상권 침해’ 운운하는 보도자료를 각 매체에 돌리는 게 그 억울함의 본질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연예인의 초상권을 부당하게 사용함으로써 일확천금을 노리는 악덕 기업인이 많고, 그래서 피해를 보는 연예인이 많다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한다는 의심을 받는 것은 절대 이롭지 못하다.

▲ 영화 <조선미녀삼총사> 스틸 이미지

하지원의 주장에서 보듯 이 이름도 낯선 화장품회사가 단기간에 엄청난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은 마케팅 능력이기도 하지만 역시 하지원이란 이름과 얼굴이 가장 컸을 것이다. 그동안 소비자는 해당 상품에 불만을 품을 경우 광고모델인 연예인에게 비난을 쏟아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위상의 급상승으로 연예인이 회사 경영과 특정 제품 론칭에 깊게 관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상황에서 특히 음식 같은 민감한 제품의 경우 불만족과 하자의 책임이 오롯이 해당 연예인에게 집중되는 사례는 정황상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게 대중의 공감대 영역이다.

단순한 CF모델인 경우 회사나 제품의 이미지 홍보에 주력하지만 일부 광고와 더불어 연예인이 직접 론칭과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 아예 대놓고 “나를 믿고 이 제품을 구입하라”고 외친다. 그건 제품의 품질과 가성비 등 모든 것을 책임질 테니 자신을 한번 믿어봐 달라는 호소나 구매욕의 선동과 다를 바 없다.

최근 19년 만에 신곡을 내고 컴백한 양수경은 매체와의 라운드인터뷰에서 1994년 당시 최고의 프로야구 선수였던 선동열 이종범과 함께 ‘Two & One’이란 이름으로 프로젝트음반을 낸 점에 대해 “회사에서 시켜서, (선동열 이종범은) 구단(당시 해태타이거즈)에서 연결해줘서”라고 철저하게 상업적 논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했음을 간접 시인한 바 있다.

▲ 영화 <톱스타> 스틸 이미지

엄태웅이 “성폭행은 없었다”고 말할 대상은 경찰이다. 대중에겐 “모든 걸 떠나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행동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한다”다. 하지원 역시 마찬가지다. 구구절절 고소의 배경을 설명하고, 더 이상 연예인의 초상권 관련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는 호소를 할 대상은 재판부다. 대중에겐 “그동안 제 이름과 얼굴을 믿고 제품을 구입하신 분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다”가 우선이다. 아무리 자신의 노력만큼 수익배분을 받지 못했다고 억울해하더라도 잘 나가는 회사의 30% 지분을 확보한 주주다. 그녀가 이 회사의 지명도를 높여줄수록 자신의 지분가치는 올라간다.

이쯤 되면 사측은 그녀의 지분을 어떻게든 빼앗거나 정 안 되면 억울하지만 어느 정도 값어치를 인정한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확보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럴 린 없겠지만 이것까지 그녀가 염두에 뒀다면 11년 전의 그녀의 ‘주식대박’ 보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대중의 불편한 심기는 사실인 걸로 드러날 것이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고 했다. 원고도 피고도 소송은 불편하고 힘들다. 오죽하면 그랬겠냐는 동정은 가지만 유명 연예인의 소송을 바라보는 대중 역시 속은 부글부글 끓는다. 엄태웅의 논란이 사드배치 문제보다 더 관심을 끌고, 하지원이 단 한 푼의 자본금 투자도 없이 무려 30%의 회사 지분을 받아낼 수 있었던 배경은 대중의 한없는 사랑이 만들어준 ‘이름값’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신뢰도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연예인의 초상권 보호 못지않은 자각과 권리장전의 필수조건의 바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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