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최근 부동산 경기의 악화로 인해 이미 체결한 부동산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가를 묻는 사례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매매계약 해제는 계약이 성립한 후 당사자 일방의 채무불이행 등의 사유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더 이상 부동산매매계약을 존속시킬 이유가 없게 되어 상대방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해 그 계약을 해제하여 부동산매매계약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부동산매매계약 해제의 경우 부동산의 매매계약 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부동산매매계약 해제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동산매매계약 시에 매도인과 매매교섭을 해 온 사실혼 배우자에게 매도인이 이행최고를 했다면, 이것은 유효할까요?

이와 관련하여 부동산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자 매도인이 매수인의 사실혼 배우자에게 이행 최고를 한 경우 그 배우자가 평소 매도인과 교섭해왔다면 실질적 당사자와 다름없으므로 이행최고는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와, 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갑은 사실혼 관계에 있던 남자친구 을과 신혼집을 마련하기 위해 2014년 4월 병 부부로부터 서울 서초구의 한 빌라를 6억 4,500만원에 사기로 하고 계약금으로 6,450만원을 지급하였습니다. 계약서상 매수인은 갑으로 표기하고 '양당사자가 계약사항을 불이행할 경우 상대방은 불이행한 자에 대해 서면으로 최고하고 해제할 수 있다'는 문구도 넣었습니다. 그런데 갑과 을은 약속한 날짜에 중도금을 치르지 못했습니다.

병 부부는 을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지급기일을 연장해 줬지만 그것마저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을은 병 부부에게 한번만 더 날짜를 연장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이번에도 지키지 못하면 계약파기 등 병 부부 말에 따르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역시 중도금을 지급하지 못했고, 병 부부는 갑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갖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그러자 갑은 "계약을 해제하려면 상당기간을 정해 서면으로 계약서상 당사자에게 이행을 최고해야 하는데 병 부부가 곧바로 내용증명을 통해 해제 의사표시를 통지했다"며, "적법하게 계약이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병 부부가 빌라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 이행불능 상태가 됐기 때문에 이미 지급한 계약금과 이행불능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은 갑이 병 부부를 상대로 "7,450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4가단5296835)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하였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병 부부가 해제권을 행사할 당시 원고인 갑은 사실혼 관계인 을과 신혼집을 마련하려 했고, 을이 계약 체결부터 내내 병 부부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중도금 지급기한을 연장받는 등 교섭했다"며, "사실혼 관계에서도 일상가사 대리권이 인정되는데, 을은 빌라 매매계약에 있어 실질적 당사자나 다름없어 계약상 매수인인 갑의 대리인으로 볼 수 있으므로 병 부부가 을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행을 최고한 것은 적법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계약 취지에 비춰볼 때 문자메시지를 통한 이행최고를 서면에 의한 이행최고와 동일시 할 수 있고, 갑 측이 여러 차례 중도금 지급기일 연기를 요청하면서 새로 약속한 날짜까지는 계약을 이행하고 불이행시 해제를 감수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했기 때문에 병 부부가 서면으로 이행최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병 부부에게 해제권이 발생했다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사실혼이란, 사실상 혼인의사를 가지고 동거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혼인생활을 하고 있으나 법률상의 방식, 즉 혼인신고가 없기 때문에 법률상 혼인으로서 인정되지 않는 부부관계를 말합니다. 사실혼은 “혼인에 준한 특별한 관계”이며, 법률상 혼인에 준하여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혼 관계에서도 일상가사 대리권이 인정되므로 위 사건에서 사실혼 배우자인 을이 빌라 매매계약에 있어 실질적 매수인 역할을 하였다면 계약상 매수인인 갑의 대리인으로 볼 수 있으므로 병 부부가 을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행을 최고한 것은 적법합니다. 계약상 매수인의 대리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병 부부에게는 적법한 계약의 해제권이 발생하였고 병 부부의 계약해제 의사표시에 따라서 본 사건의 계약해제는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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