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Young의 경제 흐름 꿰뚫어 보기] 유신 말기에 대학 신입생이었던 본인은 꽃피는 4월 어느 봄날 점심 시간에 학생회관 앞 계단에서 생애 처음으로 목격한 광경을 잊을 수가 없다. 아마 본교 학생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구호를 외치면서 유인물을 뿌리고 난 직후 바로 사복 경찰에 잡혀가는 모습이었는데, 그 주변에 있던 일부 학생들도 구호를 외치기도 하였다. 그 광경을 보면서 ‘그 사람이 잡혀가면 어떻게 될까’ 걱정이 들었고, ‘그 가족들은 얼마나 걱정을 하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후 아는 친구로 부터 들은 내용으로는 당시 학내 시위 중 경찰에 잡혀가면 정학을 당하거나 군대에 가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후 4년 동안 학교를 다니는 내내 수많은 학내 시위를 목격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 자신의 문제에만 골몰하고 있던 나는 ‘이 미래가 창창한 젊은 청년들이 어떻게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을까?’하는 궁금한 마음이 가시지를 않았다. 그 후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이타심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그들이 아마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우리 나라 사람들을 사랑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 대학생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유신 시대가 종료되고,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민주적 정부들이 들어서면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 운동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박정희 대통령의 강력한 경제 개발 정책으로 다른 나라가 보기에 놀라울 정도의 성장을 이루어냈다. 수많은 국민들의 희생과 노력이 바탕이 되었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부흥 업적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권위적인 정치는 권력층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게 되고, 비판적인 의견이 묵살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사회에 미치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

1960년대부터 경제 부흥을 위한 수출 대표 주자들을 키우기 위해 당시 정부는 재벌 기업에 많은 혜택을 주면서 중화학공업 위주의 수출 기업들을 육성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2014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GDP의 50%와 수출의 75%를 30대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GDP가 1,480조원인데 정부 예산이 380조원이니 정부 지출까지 생각하면 사실상 우리나라 경제에서 정부와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합하면 적어도 70~80%는 되는 것 같다. 지난 주 9월 4일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한국의 상류 10%에 집중된 부의 비중은 점점 늘어나서 2012년 기준 44.9%로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높은 비중이라고 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Crystia Freeland는 2013년 TED 강연에서 시장을 독식하는 대기업들이 늘어나게 되면 정실 자본주의가 득세하는 경향이 있고, 이로 인해 양극화가 진행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논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같이 대기업 및 정부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나라에서는 대기업 집중화 및 인맥에 의한 불공정 거래가 중요한 양극화 원인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14년에 제정된 경제 민주화 관련 법안들이나 이번 달부터 발효된 김영란법은 국회의원들도 이러한 불공정 거래 문제를 인정하고 만든 법안들인데 이 법안들이 기득권층의 불공정 거래를 줄이게 될지는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또한, 대기업들이 국가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대기업 경영진이나 해당 기업의 감독 기관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면 국가 경제를 순식간에 위험한 상태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최근 국가적 경제 문제를 야기한 국내 대형 조선사 경영진의 해양 플랜트 확대 전략이나 해운사 경영진의 용선료 계약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인 것 같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 영국 등 서방 선진국 주도의 무역 자유화 정책에 따라 한국과 같은 신흥국들은 급속한 성장을 하게 되었다. 세계화로 인해 노동 시장이 개방되어서인지, 민주화를 이루어낸 한국의 대학생들도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자신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쪽으로 관심이 돌아선 것 같다. 그렇지만 모든 국민들이 기득권층에 진입해서 노후에도 편안하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인생 목표로 삼고 있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늘어나게 될 수 밖에 없다. 자녀들의 편안한 삶을 걱정하는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좋은 학교를 나와서 그들이 기득권층이라고 생각하는 대기업, 공공직 및 전문직에 진입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우리 나라가 선진국 도약을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인재들이 꼭 필요한 상황임을 생각하면 심히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기적인 사람들만이 우리나라를 가득 채운다면 국가의 앞날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한 나라가 살기 좋은 곳이 되려면 이기적인 사람들보다는 이타적인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는데 한국의 지식인들은 이런 각자 도생의 분위기에서 어떤 사회적 의식을 갖고 살아야 할까?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지식인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관은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휴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심 있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세계의 모든 비극은 한 국가의 내부 문제만으로 일어나기보다는 강대국의 개입에 의해 장기화되고 문제 해결이 안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강대국들의 이해 관계로 인해 약소 국가들이 전쟁의 수렁으로 빠지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오늘날 세계 모든 나라는 강대국의 정치적 결정 및 경제 정책에 따라 큰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들의 어떤 결정들이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지, 혹은 빈곤층을 양산하게 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 어떤 국가의 정치인들이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초월하는 인류 공통 가치인 휴머니즘에 반하는 결정을 하는지는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국내 문제에 대해서는 일부 그릇된 기득권층들의 이기심과 불공정 거래 행위가 나라를 어떻게 좀 먹는지 계속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양극화가 상류층에 유리한 정책이나 불공정 거래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라면 정부 정책이 타당한 건지 분석할 수 있어야 하고, 각종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할 것이다.

최근 국내 경제 신문에서 우리나라는 각종 정책의 밑받침이 되어줄 씽크 탱크가 부족하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매우 훌륭한 분석 기사라고 생각한다. 주요 고위층 인사가 정실로 이루어지게 되면 비전문적인 사람들이 그 자리에 앉아 나라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정책을 내리게 된다. 고위층들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인정하고 전문가 층의 조언을 잘 참고해야 하는데 그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단기적 성과를 재촉하는 분위기라서 전문가 육성 자체가 제대로 안된다는 것이다. 인터넷 정보가 넘치다 보니 꾸준한 학습과 전문가 육성을 소홀히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한데 국가적으로 중대한 문제에 대해 정확한 결정을 내리려면 전문가 층이 두터워야 하고, 고위 결정권자들뿐 아니라 이들을 견제할 지식인들도 꾸준한 학습을 통해 세부 내용 및 관련 지식을 공부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지식인들이라면 일부 정실 인사의 잘못된 결정으로 나라가 힘든 상황으로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틈틈이 공부하면서 자기 나름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기득권층의 이기심과 탐욕은 국민들을 고통으로 몰고 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들을 감시하기 위해서라도 신문과 서적을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좀 더 사회의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은 코딩을 공부해서 정실 자본주의의 폐해를 방지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개 플랫폼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과 각종 사회 문제를 공유해보면 어떨까? 예를 들면 국회 입법이나 정부의 정책 결정에 시민들이 동참하는 플랫폼, 아파트 거주 및 재건축 관련 비교 플랫폼이나 법률 판례 비교 플랫폼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어떤 사회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필요하고 일반 시민들의 관심을 모을 수가 있어야 하는데 요즘 같은 디지털 기술 발전 시대에는 코딩과 같은 디지털 도구를 공부하려는 자세가 지식인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디지털 도구를 이용한 사회 운동은 해외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는데 정부가 공공문제에 대해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 시민이 나서서 문제를 풀어내려는 미국의 시빅 해킹 운동이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의 시빅 해킹 운동은 ‘코드 포 아메리카’라는 단체가 중심이 되어 2009년부터 열린 정부 활동과 공동체 활동의 형태로 시작되었고, 한국에도 ‘코드나무’와 ‘코드 포 서울’이라는 단체가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행정정보를 공개하면서 민간이 활용하도록 독려하고 있기는 하지만 비즈니스 목적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감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행정 정보 활용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미국 뉴욕대의 노벡 교수는 2009년부터 “많은 나라에서 정책 결정 과정이 폐쇄화되다보니 시대에 뒤쳐진 정책과 비효율적인 업무 처리가 만연하다”고 주장하면서, 열린 정부 혁명을 위해 국민들의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정책 입안 과정에 반영해야 하고, 이를 위해 많은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는 크라우드 소싱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노벡 교수의 주장은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을 돌아보면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도 필요한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민주화가 되었지만 아직 많은 문제들이 남아 있는 우리 나라의 현 상황에서 지식인들은 사회에 관심을 갖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그 해결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기 나름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제 단순히 구호를 통해 어떤 주장이 먹히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인터넷 발달로 인해 많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는 지식인들도 코딩이라는 디지털 도구를 공부해서 정실 자본주의에 의한 각종 사회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 모델을 만들 능력이 있다면 더 나은 사회로의 변화를 실천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이런 실천적인 노력이 사회적 자본 축적을 위한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으며, 동시에 지식인 각자의 개인적인 경쟁력도 균형 있게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영(Young) '영어스터디센터' 대표]
서울대학교 및 동 대학원 졸업
현)이대 앞 영어 토론 및 경제 스터디 모임 공간 '영어스터디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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