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이제부터 최고의 배우자를 어떻게 하면 고를 수 있는지, 그 기준에 대하여 살펴보려 합니다. 결혼 상대를 결정할 때 사람들이 흔히 빠지는 잘못 두 가지를 든다면, 우선 그 중 한 가지는 좋은 조건을 찾는 것입니다.​ “결혼은 현실이니까, 이것저것 잘 살펴봐야 한다”는 충고는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살펴봐야 할 것’을 상대의 성격이나 경제적 조건 등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 조건’이라면 ‘지금 얼마나 돈이 많은지, 아니면 앞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을 할 때 정말로 중요하고 또 그래서 장차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은 그처럼 외부적으로 확인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결혼할 사람이 가진 돈이 많다는 사실이 반드시 결혼 후에 내가 돈을 풍족하게 쓰면서 여유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만약 그가 대단한 부자라 하더라도 워낙 구두쇠라서 돈을 쓰는 데에 인색하고 더 모으지 못해서 안달이라면 어떨까요? 또 배우자의 부모가 막강한 재력가라서 경제적인 도움을 주거나 적잖은 유산을 상속할 줄 알았는데, 그 부모님이 백세가 넘도록 장수하다가 돌아가시기 전에 전 재산을 사회에 기증하겠노라고 선언해버리면 어떻겠습니까?​ ​이런 경우 비록 경제적 조건을 따졌다고는 하지만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결혼 상대가 부자라고 해서 편하게 살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상대의 좋은 학벌을 보고 똑똑하고 합리적인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 본' 환상에 불과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좋은 조건이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것, 없는 것보다 있는 것, 비관적인 것보다 낙관적인 것에 호감을 갖습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멋있고 많이 배우고 돈 많고 건강한 사람이 내 짝이 되기를 바랍니다.

물론 ‘좋은 조건’이 ‘좋지 못한 조건’보다 낫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 좋은 것은 어디까지나 ‘조건’일 뿐이며, 그 좋은 조건을 가진 사람이 정말로 당신과 함께 살기에도 좋은지는 알 수 없습니다. 즉 좋은 조건을 가진 사람과 결혼한다고 해서 그 조건이 당신 것이 되는 것이 아니며, 또 결혼은 ‘조건과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조건을 지닌 ‘사람과 사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건보다는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더 자세히 알아보아야 합니다. ​결혼 상대를 결정할 때 사람들이 흔히 빠지는 잘못 두 가지 중에서, 또 한 가지는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착각입니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