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좋은 조건을 찾고, 좋은 조건의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만큼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잘못이 있습니다. 바로 ‘좋은게 좋은거다’ 라는 고정관념입니다. 최근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겠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의 법칙’ 혹은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 중의 하나가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생활 태도’입니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람은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사람보다 역경을 더 잘 이겨내고 따라서 마침내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되더라는 말이지요. 그런데 '무엇에 대해서' 긍정하고 또 낙관할 것인지는 따져보지 않고, 무조건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태도가 좋다고 하는 것에는 분명하고도 위험한 맹점이 있습니다.긍정을 ‘맹신’한 나머지 오히려 비극적인 상황에 빠져드는 일들은 우리 주변에 아주 흔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기울여야 할 주의를 소홀하여 생긴 여러 사건과 사고들 말고, 남녀 커플들 사이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두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찬규씨는 여자 친구가 마음에 들어 좋은 곳을 다니고 또 틈틈이 선물을 사주다 보니 어느 새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찬규씨는 여자 친구와의 ‘폼 나는’ 데이트를 위해서 계속 카드 빚을 얻어 쓰고 있습니다. 그는 늘어나는 빚이 부담스럽지만, 지금까지 쏟은 자신의 정성이 아깝기도 하고 또 결혼을 하면 알뜰하게 살면서 빚 문제에서 벗어날 거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채영씨는 최근 남자친구가 자신을 피하려 한다는 느낌을 들었는데, 알고 보니 친구들과 놀거나 PC방에서 게임을 하느라 거짓 핑계를 대왔던 것이었습니다. 채영씨는 남자친구에게 헤어지거나 치료를 받을 것 중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자신이 알아서 할 거라며 두 가지 제안을 모두 거절하였습니다. 채영씨는 그런 남자친구와 결혼하기가 좀 불안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이유로 헤어진다는 것이 너무 까다로와 보일 것 같아서, 그리고 아마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남자친구도 가정의 소중함을 깨달아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위 사례들처럼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좋게 풀어가려는’ 사람들이 의외로 적지 않습니다. 자신이 조금만 참으면 되는데 싸움거리를 만드는 것은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골치거리'로 여겨질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이런 사람들은 그 문제를 직면하여 해결하기 보다는 ‘잘 될 거라고 믿으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의지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주위로 부터 착하다거나 사람 좋다는 평을 오랫동안 들어온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여기는 것은 일종의 ‘미신’에 불과합니다. 막연하고 근거 없는 희망에 매달려 일생을 거는 것은 미신을 믿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선택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기대를 가지고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십시오. 그들의 '좋게 생각한' 결과가 어떻게 끝이 납니까? 결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이런 ‘신기루’를 쫓다가 실패하지 않으려면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 능력을 스스로 단련해야 합니다.

무더운 여름 한낮에 사막을 가고 있는 당신의 물통에 물이 절반 정도 남아있다고 상상해봅시다. 이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긍정적 태도’에 대한 흔한 설명으로는 “아직도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여기는 쪽을 ‘긍정적’이라고 하고, 반대로 “반 밖에 안 남았네.” 라고 하는 쪽을 ‘부정적’이라고들 말합니다. 그리고 소위 ‘긍정주의자’들은 "성공하고자 한다면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봅시다. '아직도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 여기는 것이 정말 긍정적인 것일까요? 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물이 반 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보다 갈증을 덜 느끼거나 물을 더 많이 마시기라도 할 수 있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가와 상관없이 마실 수 있는 물의 양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입니다.

긍정적이라거나 부정적이라고 하는 두 가지 상반되는 태도는 단지 남아있는 물의 양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인식 경향과 정서적 반응의 차이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 차이 자체만으로는 사막을 벗어나는 데에 성공할 가능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면 과연 어떤 사람이 사막을 벗어나는데 성공할까요?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는 그 사람이 긍정적(낙관적)이거나 부정적(비관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즉, 자신에게 남아있는 물의 양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찾는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아껴 마시면서 목적지까지 갈 것인지, 한 입에 털어 넣고 과감한 도전을 시도할 것인지에 대해서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물론 만약 예상하지 못한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도 필요 하겠지요.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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