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황인선 교수의 함께 사는 세상이야기] 그 많던 구멍가게는 다 어디로 갔을까? 마지막으로 구멍가게에 갔던 날이 언제였는지 헤아리다 보면 그제서야 우리는 깨닫게 된다. 제법 먼 과거의 시간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조차 없다. 좁다란 골목마다 하나씩은 있었던 우리 동네 구멍가게들. 그 많던 구멍가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구멍가게들과 함께 사라진 우리 동네 특유의 정겨운 사람 냄새를 다시 느낄 순 없는 걸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9월 하순 햇살 좋은날 “말죽거리소상공연합회” 사무실을 찾았다.

▲ 서리풀 말죽거리 페스티발 운영회의 모습

사무실은 곧 있을 제2회 말죽거리페스티발 운영회의로 부산한 모습이었다.  시민운동으로 한국지역경제살리기운동본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김경배회장을 만나 그가 생각하고 있는 지역경제살리기운동이 무엇인지를 들어봤다.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프랜차이즈의 세 확장으로 골목상권이 시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 맞다. 대형마트 1개가 들어서면 그 지역의 7개 재래시장, 3,500개 상가가 문을 닫는다. 800억에 달하는 매출은 고스란히 본사로 올라가고, 지역경제는 점점 고사할 수밖에 없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저출산, 사교육, 양극화같은 산적한 문제의 출발점은 바로 골목경제로부터 시작된다. 생각해봐라. 골목길 가게가 제대로 장사가 되면 2대, 3대가 대를 이어 운영하는 가게들이 늘어난다. 그러면 청년 실업도 저절로 해소된다. 대기업에 취직하려 애쓸 필요가 없게 된다. 당연히 사교육에 목매지 않고, 아이 낳지 말라고 해도 낳는다. 골목경제가 활성화되면 양극화가 해소돼서 모든 문제가 실타래처럼 연쇄적으로 풀리게 된다. 유럽이나 일본에 가면 100년 넘도록 대를 이어 영업하는 작은 가게들이 골목마다 많이 있다. 대기업 독과점 규제를 엄격하게 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도 골목상권이 터를 잡아야 할 시점인데 여러모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언제부터 소상공인 문제에 관심을 가졌나.

"28년전 슈퍼마켓을 처음 시작했다. 당시에도 ‘갑을관계’가 문제였다. 물건을 팔아주는 사람보다 물건을 공급하는 사람이 갑이었다. 물건 진열부터 인기없는 상품 밀어내기까지 이루 말을 할 수 없었다.  뭔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 협동조합운동을 시작했다. 백화점 셔틀버스 문제, 주류 전문점 신설 논란, 카드 수수료 문제, 유통법 문제 등에 참여하고 해결했다.

-우리나라 소상공인협동조합운동을 들여다보면 김경배 회장의 족적이 그대로 보이는데 그 동안 소상공인운동에 참여하고 해결했던 일들 중 기억이 남는 것을 소개해 달라

“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을 이끌어낸 것이다. 법 개정으로 인해 대형마트와 SSM(대기업계열 슈퍼마켓)을 전통시장 1km 이내에는 입점할 수 없도록 했다. 24시간 영업 단축이나 휴일영업제한,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 저지 모두 그로 인해 가능한 일이었다. 골목상인들의 권익 보호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드렸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그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진실한 노력에도 오늘날 골목상권은 여전히 위기다."

(김경배 회장이 시작한 협동조합슈퍼마켓의 경우 한때 160,000개에 달하던 것이 이제는 45,000개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쌀가게, 정육점, 레코드 가게, 서점 등 몇몇 업종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직을 내려놓은 그는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그 첫 걸음이 바로 ‘한국지역경제살리기 운동본부’의 발족이다.)

-한국지역경제살리기 운동본부가 소상공인들의 권리를 찾아주는 일을 하게 되나

“ 하루에도 수백 개의 가게가 생기고 문을 닫는 것이 소상공업계의 현실이다. 정부의 대기업 위주의 정책은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켜 골목상권을 붕괴시키고 있다. 국내 568만 소상공인들이 신음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책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소상공인들 스스로 희망을 품고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고 싶던 차에 마침 주변의 좋은 분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함께 하면서 힘을 얻게 되었다.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어야 현재 저성장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원망과 절망이 아닌 희망을 위해 자생적인 시민운동단체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소상공인이 살아나야 대한민국이 활짝 웃게 된다.”

-왜 말죽거리골목상권에서 시범적으로 지역경제살리기운동을 전개하고 있는지?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20여년간 뿌리를 내리고 사업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말죽거리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강남 속의 강북’이라는 이미지가 딱 들어맞는다. 이 곳은 인접한 양재천, 시민의 숲, 청계산의 영향으로 상권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700미터 골목길에 식당 1,200여개, 편의점 60여개, 기타 서비스업체 300여개가 오밀조밀 들어선 현재 1일 유동인구 10만명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대표 골목상권으로 성장했다. 이 곳 지역상인들과 말죽거리소상인협회 모임을 운영하면서 시범적으로 지역상권활성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전국의 지역상권 대표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 김경배 회장인 운영하는 말죽거리의 수퍼마켓 전경

-현재 한국지역경제살리기운동본부가 정식단체가 되면 어떤 변화가 있나. 

"지역경제살리기운동은 소상공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에 협조를 바라던 형태에서 소상공인 스스로 나라경제를 걱정하고 새마을운동처럼 아래로부터의 순수 시민운동이다. 우리도 대를 이어 골목안 가게를 운영하는 100년가게들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들면, 아직 나도 협회 일을 하면서 슈퍼마켓을 동시에 경영하고 있다. 꼭두새벽에 나와서 가게 문 열고 가락시장에서 물건 사와서 가게에 진열하고, 오전에는 운동본부에 출근해 업무보고 11시 매장으로 돌아간다. 하루 4~5시간 밖에 잠을 못잔다. 하지만 큰 아들이 대를 잇겠다고 현재 유통을 공부하고 슈퍼마켓 일을 돕고 있다. 이런 소규모 상공인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치를 이끌어 내고 성공한 사례를 자꾸 만들면 우리가 안고 있는 양극화, 청년실업, 저출산 등 다양한 현안들이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는 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제2회 말죽거리 축제가 진행된다고 했는데 행사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지난해 ‘제1회 말죽거리 페스티벌’을 개최로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 2회 페스티벌을 계기로 박차를 가하려 한다. ‘제2회 서리풀 말죽거리 페스티벌’은 9월29일부터 10월1일 까지 열릴 예정이다. 젊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문화예술과 골목상권의 결합을 더욱 굳건히 하는 방향으로 기획 중이다.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지역상권으로는 처음으로 사진촬영대회와 이 지역 뿌리찾기사업의 일환으로 말죽거리 옛날사진 공모전도 열린다. 골목상권이 살아나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소상인들이 하는 축제다. 그 뜻 깊은 현장에 귀한 발걸음 해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김경배 회장은…

김경배 회장은 뼈속까지 골목길 인생(?)을 살고 있었고, 우리나라 소상공인 협동조합운동을 들여다 보면 김경배회장의 족적을 살펴볼 수가 있다.

1988년 39세의 나이로 전국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에 취임한 이래 총 여섯차례 연임으로 18년간 이사장을 역임했다. 경제직능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 이사, 부회장의 소임을 맡았고, 2013년 제6경제단체가 된 소상공인 연합회를 탄생시켰다. 이제 민간운동으로 한국지역상권살리기운동본부를 준비하는 그는 지난 25년동안  지역경제 활성화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진정한 대한민국 골목길(?) 상권의 대부였다.

▲ 황인선 교수

[황인선 교수]
사진작가, 문화예술콘텐츠 전문가
동국대학교 영화영상석사
추계예술대 문화예술경영학 박사수료
경기대학교 관광교육원, 호서예전 출강
전) 게임물등급위원회 사무국장
현) 미학적사진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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