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시효취득이란 물건에 대하여 특정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외관이 일정기간 계속되는 경우에, 그것이 진실한 권리관계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그 외관상의 권리자에게 권리취득의 효과를 생기게 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시효취득에는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가 등기함으로써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민법 제 245조 제 1항의 ‘점유취득시효’와 ‘부동산의 소유자로 등기한 자가 1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선의이며 과실 없이 그 부동산을 점유한 때’ 소유권의 취득을 인정한 동조 제2항의 ‘등기부취득시효’가 있습니다.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부동산을 점유하여야 하는데, 여기서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다는 것을 한자어로 표현하면 ‘자주점유’라고 합니다. ‘자주점유’는 ‘소유자와 동일한 지배를 사실상 행사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하는 점유’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자주점유’는 선의, 평온 및 공연한 점유와 함께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해 추정을 받아 인정됩니다. 그러나 시효취득을 주장하는 많은 사안들에서 가장 많이 항변으로 제출되고 촉각을 세워 다투는 부분이 바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었는지 여부’입니다.

최근 상대방의 시효취득 주장에 자주점유 추정의 번복을 항변으로 주장한 사안에서 남의 토지에 세워진 건물의 전 소유자가 토지 소유자에게 돈을 건넨 적이 있다고 하여도 ‘자주점유 추정의 번복’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갑은 A토지를 소유했고, 을은 갑의 A토지에 지어진 건물의 소유자입니다. 소외 병이 1965년 A토지에 4층 건물을 신축해 소유권보존등기를 한 후 여러 사람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다가 1978년 소외 정, 2000년 을에게 순차적으로 매도된 것입니다. 한편 갑은 1983년 소외 무로부터 토지를 매수해 계속 소유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은 을이 자신의 A토지를 권원없이 점유하고 있으므로 건물을 철거하고 점유했던 토지를 인도하면서 토지를 무단으로 사용한 대가를 지불하라며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에 을은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으니 토지소유권 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며 반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은 갑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을의 직전 건물주인 소외 정이 갑에게 돈을 준 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지지 않으므로 을과 소외 정은 합쳐서 20년 이상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토지를 점유했다고 추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어 "을이 소외 정에게 건물을 매수해 토지를 점유했다고 주장하는 2010년 8월 1일부터 거꾸로 20년 동안 토지 소유자는 갑이었고, 소유자가 변동된 적이 없으므로 을이 2010년 8월 1일 시효완성으로 건물이 점유하는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위 판결을 풀어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취득시효의 기초인 점유가 승계된 경우에, 점유자는 민법 제199조에 의하여 자신의 점유만을 주장할 수도 있고 전 점유자의 점유를 합산하여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전 점유자의 점유를 합산하여 주장하는 경우에는 전 점유자의 하자도 승계됩니다.

위 사안에서 갑은 ‘전 점유자가 토지소유자에게 돈을 준 적이 있다’는 것은 그 전 점유자가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이 아니라는 것의 근거가 되며, 현 점유자인 을이 전 점유자의 점유 승계를 주장하므로 이러한 하자도 함께 승계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 것입니다.

이에 관하여 재판부는 ‘전 점유자가 토지소유자에게 돈을 준 적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자주점유’가 번복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참고로 법원은 “점유자가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권원에 바탕을 두고 점유를 취득한 사실이 증명되었거나,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 즉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통상 취하지 아니할 태도를 나타내거나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경우 등 외형상·객관적으로 보아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아니하였던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증명된 경우”(대법원 1997.8. 21. 선고 95다28625 판결 등 참조)에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된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법원이 실제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었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자주점유에 관하여 법률적 추정을 강하게 인정하고 있는 것이 법원의 기본적인 태도입니다.

법원의 이러한 입장으로 미루어 볼 때 입증의 책임을 지는 자주점유의 추정 번복을 주장하는 자는 다소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다고 할 것인 바, 법원의 이러한 태도를 잘 숙지하여 갑과 같은 원 소유자는 자신의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잃지 않기 위해 평소에 자신의 부동산에 관한 현황 등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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