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김주혁 소장의 가족남녀M&B] 한국은 국내 외국인 배우자가 15만명, 국내 거주 외국인이 200만 명인 다문화 사회다. 그런 시대에 만일 내 자녀가 피부색이나 국적, 언어 등이 다른 사람을 배우자감이라고 데려오면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어디까지 받아들일까? 안 받아들인다면 이유는 뭘까?

영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그런 상황을 설정했다. 명랑한 백인 여성 조이(휴튼)는 여행 중에 만난 존(포이티어)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겠다고 집에 데려온다. 존은 유능한 젊은 의사이면서 전처와 아이를 사고로 잃은 돌싱이다. 진보적 상류층인 조이의 부모 맷(트레이시)과 크리스티나(헵번)는 외동딸이 신랑감이라고 데리고 온 흑인을 보고 깜짝 놀란다.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 그래도 크리스티나는 딸의 뜻을 존중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결혼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이는 이날 저녁 식사에 존의 부모도 초대한다. 며느리감이 백인이라는 사실을 이날 처음 알게 된 존의 부모도 내키지 않는다. 양가 부모들은 이 문제를 이성적으로서 해결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한다. 마침내 맷은 명쾌한 결론을 내린다. 자녀의 결혼 문제는 당사자인 두 사람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 이날 저녁식사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된다.

▲ 영화 <게스 후> 스틸 이미지

2005년 개봉된 ‘게스 후’(Guess Who, 케빈 로드니 설리번 감독, 베니 맥, 애쉬튼 커쳐 주연, 미국, 97분)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과 반대로 흑인 여성이 백인 남자 애인을 부모에게 선보이며 겪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부모는 평소 “피부색이 아니라 사람을 보라.”고 딸을 가르쳤지만 막상 희멀건 백인을 사위감으로 맞이하자니 기가 막힌다. 특히 아버지는 정상(?)적인 흑인 사위를 그리워하며 훼방작전을 펼친다. 결국은 파경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필자의 사위도 유럽에 사는 유럽인이다.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결국은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통계청 2014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과 결혼해도 상관없다는 견해가 63.2%다. 성별로는 남자 63.5, 여자 63.0%로 비슷하다. 연령대별로는 20대 74%, 30대 73.1% 등 젊은 층이 높다.

▲ 영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스틸 이미지

여성가족부의 '2015 국민다문화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을 이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31.8%로 나타났다. 이는 스웨덴(3.5%), 호주(10.6%), 미국(13.7%)에 비해 매우 높다. 외국인 범죄가 많아서일까? 경찰청에 따르면 외국인 범죄 건수는 2008년 2만 623건에서 2014년 2만 8456건으로 매년 수천 건씩 늘었다. 그러나 체류 인구 대비 외국인 범죄율은 2008년 1.78%에서 2014년 1.58%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내국인 범죄율 3.7%의 절반에 못 미친다.

법무부의 ‘국민의 배우자 지역별ㆍ국적별 현황’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 기준 국내 외국인 배우자는 15만 19명으로 2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065명 줄어들었다. 성별로 보면 외국인 여성 배우자는 같은 기간 12만 6000여명으로 2000명 가까이 감소한 반면 외국인 남성 배우자는 다소 늘었다.

▲ 영화 <게스 후> 스틸 이미지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국제결혼 건수는 지난해 2만 1274건이다. 2007년 3만 7560명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결혼은 같은 기간 1만4677건으로 절반 정도 줄어든 반면 한국 여성과 외국인 남성의 결혼은 8980건에서 6597건으로 다소 줄었다. 외국인 신부보다 10세 이상 연상인 한국인 신랑의 비중은 2012년 57.9%에서 2014년 50.4%로 2년 만에 7.5%포인트나 감소했다. 어린 외국인 신부와 결혼하는 나이 많은 농촌 남성은 줄어두는 반면 30대 남성은 늘어나는 중이다.

올해 1~7월 우리나라 전체의 혼인 건수는 16만 510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0% 감소, 관련 통계 작성(200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1~7월 출생아 수도 24만 9200명으로 지난해보다 5.9% 줄어 사상 최저다.

사람은 성별 국적 인종 외모 학벌 소득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존귀하다. 결혼 상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빙교수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전 서울신문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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