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부동산에 관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의 등기가 된 후 가처분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아 확정되면 그 피보전권리의 범위 내에서 가처분 위반행위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매수인이 매매계약에 기해 처분금지가처분을 한 다음 매도인이 제3자에게 부동산을 매도하거나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등의 처분행위를 하더라도 부동산매수인이 매도인을 상대로 매매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본안소송)에서 승소하면 가처분에 위반된 후속 소유권이전등기,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말소됩니다. 근저당권설정등기청구권에 기한 처분금지가처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처분금지가처분의 피보전권리에 의해 근저당이 등기되어 가처분이 말소되더라도 그 대항력은 인정된다는 판례가 있어 이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A사 소유의 건물(이하 ‘본건 건물’)에 관하여, ① 2009. 1. 5. 원고의 A사에 대한 저당권설정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처분금지가처분(이하 ‘본건 가처분’)의 등기가 마쳐지고, ② 2009. 12. 24. 소외인의 신청에 의한 강제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가 마쳐졌으며, 이후 ③ ‘A사는 원고에게 본건 건물에 관한 저당권설정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취지의 본안판결이 확정되어 ④ 2011. 1. 5. 본건 건물에 관하여 원고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지고, ⑤ 2011. 1. 17. ‘위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본건 가처분에 기초한 것’이라는 취지가 추가되는 경정등기까지 마쳐졌습니다.

A사는 2012. 5. 3. 본건 가처분 발령 법원에 가처분해제신청서를 제출하였고, 당해 법원의 촉탁에 따라 2012. 5. 7. 본건 가처분등기가 말소되었습니다. 이후 위 강제경매절차에서 본건 건물이 매각되어 배당이 개시되면서 원고의 저당권의 피담보채권과 경매신청채권자의 채권 사이의 우열관계가 문제되었습니다.

원심은 본건 가처분등기가 말소되어 순위보전의 효력이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저당권의 피담보채권과 경매신청채권자의 채권은 동순위로 안분 배당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부동산에 관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의 등기가 된 후에 가처분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아 확정되면 그 피보전권리의 범위 내에서 가처분 위반행위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0다65802·65819 판결 참조)”라고 하면서,

“따라서 저당권설정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처분금지가처분의 등기가 이미 되어 있는 부동산에 관하여 그 후 소유권이전등기나 처분제한의 등기 등이 이루어지고, 그 뒤 가처분채권자가 본안소송의 승소확정으로 그 피보전권리 실현을 위한 저당권설정등기를 하는 경우, 가처분등기 후에 이루어진 위와 같은 소유권이전등기나 처분제한의 등기 등 자체가 가처분채권자의 저당권 취득에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어서 그 등기가 말소되지는 않지만, 가처분채권자의 저당권 취득과 저촉되는 범위에서는 가처분등기 후에 등기된 권리의 취득이나 처분의 제한으로 가처분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게 된다”라고 판시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시의 논거로 “저당권 등 소유권 외의 권리의 설정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처분금지가처분의 등기 후 그 피보전권리 실현을 위한 저당권 등의 설정등기를 하는 때에는 가처분등기 후에 등기된 권리의 취득이나 처분의 제한으로 가처분채권자의 저당권 등의 취득에 대항할 수 없다는 점을 표시하기 위하여 그 설정등기가 가처분에 기초한 것이라는 뜻도 함께 등기하게 되어 있고(부동산등기법 제95조 참조),

이와 같이 가처분의 피보전권리 실현을 위한 등기가 되면 가처분은 목적을 달성하여 효력을 잃고 그 가처분등기는 존치할 필요가 없는 것에 불과하게 되므로 저당권설정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처분금지가처분의 등기 후 그 피보전권리 실현을 위한 저당권설정등기가 되면, 그 후 가처분등기가 말소되더라도 여전히 가처분등기 후에 등기된 권리의 취득이나 처분의 제한으로 가처분채권자의 저당권 취득에 대항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면서,

결국 원고 명의의 저당권설정등기는 본건 가처분의 피보전권리 실현을 위한 등기로서 본건 가처분등기 후에 등기된 강제경매개시결정에 의한 압류의 효력으로 원고의 저당권 취득에 대항할 수 없고, 이는 그 후 본건 가처분등기가 말소되었더라도 마찬가지이므로, 본건 건물의 매각대금에서 원고의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은 경매신청채권자의 채권보다 우선 배당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본 사안과 같은 경우 순위보전의 효력을 갖는 가처분등기가 말소되었다는 점에만 주목하면 원심과 같이 볼 여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본안 승소확정판결을 통해 가처분의 피보전권리 실현을 위한 등기가 되면 당해 가처분은 목적을 달성하여 효력을 잃고 그 가처분등기는 존치할 필요가 없는 것에 불과하게 되므로, 이후 그 가처분등기가 말소되더라도 여전히 가처분등기 후에 등기된 권리의 취득이나 처분의 제한으로 가처분채권자의 저당권 취득에는 대항할 수 없다고 보아야 가처분채권자의 신뢰를 보호할 수 있고 가처분제도의 취지와도 맞는다 할 것이고, 이렇게 보더라도 가처분등기 후에 소유권이전등기나 처분제한의 등기를 경료한 자에게 불측의 손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므로 대법원의 위 판시는 타당하다고 하겠습니다.

이 사건 사실관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초에는 가처분에 기초한 등기라는 점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아 그러한 취지를 추가하는 경정등기를 했습니다. 가처분에 기초한 등기라야 순위 보전적 효력을 인정받으므로 등기 과정에서 그러한 취지가 기재되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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