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신수식의 세상읽기] 세계의 주요 선진국가들을 중심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물경제위기에 의해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로 심각한 사회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가운데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들을 찾는데 심혈을 기울려 온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주요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바로 제4차 산업혁명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혁명, 즉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을 통해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 상호 소통체계를 구축하고 전체 생산과정을 최적화를 구축하는 산업혁명으로 인더스트리4.0이라고도 하는데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이용한 기기 간 인터넷의 발달과 개별 기기를 자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의 도입이 이를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모든 산업설비가 각각 인터넷주소(IP)를 갖고 무선인터넷을 통해 서로 연결하는 시스템이다. 제4차 산업혁명을 구현하기 위해선 스마트센서, 공장자동화, 로봇, 빅데이터처리, 스마트물류, 보안 등 수많은 요소들이 필요하며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서도 국제사회의 표준화도 필요한 것이다.

이전까지의 공장자동화는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생산시설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의미했다고 하면 제4차 산업혁명에서는 생산설비가 제품과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작업방식을 결정하여 각 기기가 개별 공정에 알맞은 것을 스스로 판단해 실행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 인간의 행동양식뿐 아니라 정체성까지도 변화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즉, 제4차 산업혁명은 정체성뿐만 아니라 프라이버시와 오너십에 대한 개념, 소비패턴, 일과 여가에 할애하는 시간, 경력을 개발하고 능력을 키우는 방식 등 정체성과 관련된 여러 측면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모든 문제는 사람과 문화, 가치의 문제로 좁혀지는 만큼 문화와 국가, 소득계층을 넘어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문명사회의 결과와 그 문제점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도록 노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새로운 인간세상을 좀더 구체적으로 그 모습을 알아야 하고 이에 잘 대비하여 준비해야 하는 것은 모든 인류사회가 지향해야 할 것이다. 이미 세계의 주요 선진국가들, 독일, 미국, 일본, 영국 등을 중심으로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해 준비해 가고 있으며 우리 정부에서도 몇 년 전에 다가올 미래사회를 소프트웨어 중심사회하고 명명하고 그 사회의 구체적 모습을 연구하라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를 세워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는 인공지능 등의 소프트웨어가 광범위하게 사용돼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세상이며 소프트웨어 능력이 개인, 기업, 국가, 사회의 경쟁력이 될 뿐만 아니라 혁신이 일상적인 현상이 되면서 우리 삶의 문제에 대응하는 해결책이 풍부한 세상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세상은 육체노동만이 아니라 정신노동까지 자동화되면서 일은 기계에게 시키고 인간은 더욱 많은 시간을 인간답게 사는데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의 수혜자는 이노베이터(innovator), 투자자, 주주와 같은 지적, 물적 자본을 제공하는 사람들로 빈부의 격차는 갈수록 더 커지게 될 것이며 이런 상황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향후 평생 동안 실질소득을 높일 수 없다거나 자녀와 후손이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절망에 빠지고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도 있다. 반대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생산성이 향상되어 전체인류의 의식주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직업이 없다고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고 촘촘한 사회안전망과 함께 혁신이 지속적으로 가능한 역동적 시장과 공정한 경쟁환경을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을 성공시키는 국가는 기존 생산과정의 비효율적 비용, 고임금, 고에너지 비용, 청년 생산인력부족 등을 동시에 해결하게 될 것이므로 지난 20년 동안 한국경제성장의 잠재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하여 왔기에 이대로 가면 6~7년 후엔 성장률이 0%에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우려스런 진단이 전문가들에게서 나오는 한국의 제조업은 분명 심각한 위기상황이다. 따라서 제4차 산업혁명은 심각한 위기의 한국제조업에 또 다른 부활의 길을 열어줄 희망이며 미래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에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준비와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는 것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국가정책이 되어야 한다. 이미 제조업 패권경쟁에는 독일을 비롯, 미국, 중국, 일본, 인도, 한국 등이 가세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가장 미흡하고 소극적인 상황이라 걱정스러운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독일은 공정기기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인공지능연구소는 물론 프라운호퍼 IPA(하드웨어연구소)등은 중국과 일본 산업계의 요청으로 해당 국가를 여러 차례 방문해 제4차 산업혁명에서 소프트웨어가 가진 의미를 설명하고 이미 일본기업과 공동협력과제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정부차원에서 수십 명의 탐방단이 방문하고 공동협력에 나서고 있으나 여기에 한국은 민간이든 공공이든 한국정부나 관련연구소가 협력을 타진해온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제조업이 취약하다는 싱가포르와 호주도 정부차원에서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실행방안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차원의 목표제시도 없이 국가, 국민을 위한다는 말만 무성한 한국과 대비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또 한심할 따름이다.

2018년이면 비즈니스 문서의 20%가 인공지능이 스스로 작성한 것이 될 것이고 이미 소프트웨어가 홀로 신문기사를 작성하고 야구중계보도를 스스로 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 인공지능을 상관으로 모신 사무원이 300만 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상황에서 기계와의 공생은 이미 현실이 됐다. 인공지능이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기계와 사람 간의 공생의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기계와의 공생관계는 아마도 아래 같은 다섯 가지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단순한 업무에서는 사람을 배제하고 인공지능이 업무를 전담하게 될 것이다.

둘째, 인간이 하던 업무를 잘게 나누어 기계와 협업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하나의 과업을 다수의 세부과업으로 나누어 그 중 의미가 있는 과업만을 사람이 하고 나머지는 기계가 하는 형태이다.

셋째, 사람이 일을 하다가 피곤해지면 나머지 일을 기계에게 맡기는 시간과 일을 분업하는 형태이다.

넷째, 사람이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을 기계의 도움으로 처리하게 되는 형태이다. 사람이 주도한다는 관점에서는 이 넷째 형태가 가장 바람직한 형태라 할 것이다.

다섯째, 사람이 전혀 일을 하지 않고 오직 기계가 다 전체과정을 처리하는 형태이다. 이 형태는 가장 발전된 단계의 기계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여 실행하는 형태이다. 이 형태는 인간은 명령으로 기계를 통제만 하는 단계라 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예측이 불가능할 변화의 속도, 범위, 깊이를 봤을 때 앞서 새로운 시대의 문이 열렸음을 미처 알아채기도 전에 변화의 거대한 물결이 세상 곳곳을 순식간에 덮치고 말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고 경고라고 할 때 이에 대비하는 국가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경제위기를 극복할 핵심적 방안, 인류문명의 발전과 변화 주도, 그리고 사회의 안정적인 발전과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4차 산업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앞으로 전개될 미래사회를 대비할 국가 및 정부정책이 필요한데 이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어떤 준비와 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답답하다. 더 나아가 인간이 인공지능을 지닌 기계와 공생해야 하는 미래사회에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기계가 비합리적이고 가끔은 이기적인 인간하고 같이 공존하기 위해서 필요한 미래사회를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도 필요한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