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테마토크] 오는 11월엔 특별한 멜로영화 2편이 관객을 만난다. 강동원의 매력을 최대한 앞세운 판타지 멜로 ‘가려진 시간’과 김유정 차태현 콤비의 판타지코믹 멜로 ‘사랑하기 때문에’다.

아직 뚜껑을 열기 전이지만 강동원은 극장가에선 흥행의 보증수표다. 이제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과 외모의 우월성에 더불어 영화에만 출연하는 희소가치까지 더해져 ‘오빠’로선 최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 시나리오를 볼 줄 아는 영악함까지 갖춘 그이기에 일단 믿어 의심치 않는 분위기다.

문제는 차태현 김유정, 혹은 김유정 차태현 주연의 ‘사랑하기 때문에’다. 한때 최고의 코미디 배우로 주가를 드높이던 차태현이 이제 KBS2 ‘1박2일’의 유닛 중 하나로 전락(?)한 게 핸디캡이라면, 김유정이 얼마 전 종영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역배우에서 성인연기자로 확실하게 변태했다는 긍정적 요소를 동시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스틸 이미지

김유정은 또래의 소녀배우와 비교할 때 가장 빼어난 미모에, 탄탄한 연기력, 그리고 소속사의 정확한 작품선택 등이 주효해 꼬투리를 잡기 힘들다는 게 강점이다. 그 덕분에 이제 만 17세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배우’로서 손색이 없다.

물론 ‘구르미~’에서 의도와 상관없이 여배우로서의 대결이 불가피했던 채수빈(22)과의 비교에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김유정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아직도 성장 중인데 반해 채수빈은 이미 모든 면에서 성인이다. 보편타당한 기준에선 채수빈이 더 아름답다는 의견이 많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배우로서는 매우 다르다. 이미 김유정은 ‘상장주’고, 그건 그동안의 풍부한 필모그래피와 그로 인해 쌓인 연기력과 탄탄한 지지세력이 받쳐준다. 그래서 고아성(24)과 김새론(16)의 중간 나이인 김유정은 단연 돋보인다. 게다가 그녀는 천편일률적인 미모가 아닌, 개성의 매력을 지녔다. 연기력은 다수의 사극을 통해 날고 기는 대선배들의 솜씨를 알게 모르게 빨아들인 ‘흡성대법’이 바탕이기에 눈부시다.

▲ 영화 <엽기적인 그녀> 스틸 이미지

차태현은 실질적인 영화 데뷔작 ‘엽기적인 그녀’(2001)로 비교적 쉽게 스크린에 입성했다. 물론 타고난 감각에서 우러나오는 코믹연기와 생활연기가 흥행의 요인임을 칭찬받아야 마땅하지만 이 영화를 오롯이 그의 힘이라고 보긴 힘들다. 아직 설익긴 했지만 풋풋한 전지현의 매력이 ‘그녀’라는 캐릭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고, 당시 생소했던 인터넷소설이란 원작이 가진 트렌드가 젊은 관객들의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켜줬다. 더불어 곽재용 감독의 연출력이 때마침 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태현이 뛰어난 코미디배우임은 이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숱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입증됐다. 하지만 코미디 배우로서의 그의 전성기는 2012년이 분기점이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드라마 ‘전우치’가 한시적 방점이었다. 이후 그는 ‘1박2일’로 기억될 뿐 몇 편의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데다 ‘엽기적인 그녀 2’의 참패와 혹평의 깊은 상흔만 남았을 뿐이다.

▲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스틸 이미지

이듬해부터 그가 ‘1박2일’에 들어간 것 역시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수순이라고 보는 게 어느 정도 합리적이다.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던가? 그렇다고 그의 전성기가 아주 끝난 것은 아니다. 흥행에 실패한다고 배우의 능력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희소가치와 캐스팅 우선수치가 하락할 뿐이다.

그런 면에선 멀티캐스팅을 즐기는 하정우는 매우 영악한 배우다. 차태현이 ‘사랑하기 때문에’에 이어 관객과 만날 작품은 ‘국가대표’의 김용화가 연출한 판타지 ‘신과 함께’다. 하정우 주지훈 마동석 등의 멀티캐스팅이다.

▲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스틸 이미지

최근 ‘럭키’의 예상외의 흥행성공에서 보듯 관객들은 웃음에 목마르다. 차태현이 코미디배우로서 매력적인 이유는 심형래의 ‘영구’도, 유해진의 아이러니도, 차승원의 허허실실도 아니다. 슬랩스틱은 없지만 차태현의 드라마엔 찰리 채플린처럼 웃음 속에서 페이소스가 넘쳐나고, 진지한데 웃긴다. 특히 연출이 과도하게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는 생활형, 생체적 유머감각과 연기력만큼은 단연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에 그 자리에 오른 것이다. 문제는 시나리오를 보는 혜안이다. 이제 그걸 알 만큼 경험은 했다.

차태현은 ‘딸’뻘 여배우와의 공연에 좋은 기억이 있다. 박보영을 스타덤에 올려준 ‘과속스캔들’이다. 김유정은 한창 귀엽고 아름답던 때의 박보영에 비교해 아쉬울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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