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신수식의 세상읽기] 취업난, 흙수저계급론 등에 좌절하고 있는 청년들이 등 떠밀리듯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고 기회와 여건만 주어지면 해외로 떠나려는 현상이 지금 한국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초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늙은 사회로 변한 대한민국에서 국가 및 사회의 미래이고 희망인 청년들마저 해외로 떠나게 되면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사회로 전락할 것인지는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한마디로 몰락하는 국가, 사회가 될 것이기에 이를 막을 방안이나 대책이 지금 절실하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이번 제20대 국회가 우선적으로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제안을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2015년 8월 대학졸업과 동시에 베트남으로 유학을 떠난 27세 박모씨는 현지 수출업체에 취직한 뒤 베트남에 눌러앉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의 꿈은 세계를 누비는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수많은 젊은이가 취업에 시름하고 있고 대기업에 취업해도 마흔 살도 안 돼 명예퇴직이나 그만두어야 하는 걱정을 하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꿈을 꾸기에는 전망이 너무나 불투명하고 가망이 거의 없기에 차라리 한국보다 더 큰 세상에서 도전하는 게 훨씬 낫겠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서울소재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30세 김모씨의 경우는 올해 초 주변 지인 4명과 이민계(移民契)를 만들어 한국을 떠나 북유럽국가에 정착할 밑천을 함께 모으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탄탄한 복지, 수준 높은 교육, 깨끗한 자연 등을 가진 북유럽국가에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인간답게 사는 방법이 바로 이민으로 생각하며 보다 확실한 기술이민을 위해서 주말마다 자동차정비학원에서 기술을 익히고 있다고 한다.

이미 잘 알고 있듯이 우리나라를 지옥에 비유한 헬조선으로 칭하고 흙수저계급론에 좌절한 N포세대청춘들, 자녀들의 교육문제와 자신들의 취업문제에 고민하는 4~50대, 세계에서 노인들의 삶이 가장 취약하다는 불안에 노출된 60대 이후 세대들까지 한국탈출을 계획하는 상황들이 여기저기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이민에 대해 20∼30대 청년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고 꾸준히 그 규모도 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최근 한 온라인취업포털 사람인이 성인남녀 1,655명을 대상으로 이민을 갈 의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78.6%인 1,301명이 이민을 갈 수만 있다면 가고 싶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결과를 접하는 대다수 국민들은 별로 크게 놀라워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작금의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상황이 매우 나쁘기 때문이다. 조사에서 이민을 갈수만 있으면 가겠다는 응답이 30대가 82.1%로 가장 높았으며 20대80%, 40대72.4%, 50대 이상59% 순이었다. 2~30대의 응답이 80%가 넘는다는 평가보다도 심각한 것은 50대 이상이 60%에 이른다는 사실에서 대한민국 대다수 국민들의 삶이 피폐하고 더 이상 희망이나 미래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기회와 여건이 되면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어한다는 사실이다.

조사에서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은 이유(복수응답)로는 일에 쫓기는 것보다 삶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56.4%로 가장 많았으며 근로조건이 열악하다가 52.7%, 소득불평등 문제가 심하다가 47.4%, 직업 및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47.4%,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 주지 않는 것 같다가 44.4%, 해외의 선진복지제도를 누리고 싶다가 30.7% 순으로 답변이 나왔다고 한다. 특히 응답자의 47.9%는 현재 이민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구체적으로는 어학공부62.8%, 해외취업준비32.7%, 이민자금마련31.9%, 경험자에게 조언 구하기21.8%, 생활양식과 문화관련 공부18.1%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해외이주인구는 1962년 관련통계를 작성한 이래 1976년 4만6,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서서히 감소해 오다가 2012년부터 급감해 2014년 7,250여명으로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다만 외교부통계는 해외이주신고자의 연령대별 구분을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20·30세대의 최근 이민증감여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민컨설팅을 하고 있는 관련기업의 현장에서는 최근에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젊은 층의 이민상담이 확연히 늘었다고 하며 2016년 올해만 해도 지난해보다 관련상담이 두 배 정도 많았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해외이주역사에서 과거에는 투자이민과 같은 중·장년층의 상담이 주로 많았다면 요즘에는 젊은 세대의 취업이민상담이 중·장년층의 상담을 이미 넘어섰다고 한다. 또 대학입학 대신 자격증을 취득해 20대 초반부터 이민을 시도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며 높은 청년실업이 한국의 젊은이들을 고통 속으로 내몰고 있어서 이민을 고민하는 청년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 슬픈 현실인 것이다.

1997년 IMF사태 이후 특히 2000년대 접어들면서 청년고용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정부는 청년들의 고용확대를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은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이 얼마나 효용성이 있었고 높은 청년실업문제를 얼마나 해결했는지에 대해서는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강조하고 이를 적용해서 정년이 다가오는 임직원들의 임금을 줄여서 그만큼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려서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임금피크제도를 시도한 기업들은 정년이 다가오는 임직원들의 임금만 실질적으로 삭감했을 뿐 채용은 물론 채용계획도 거의 내놓지 않았다. 결국 임금피크제도 도입은 무의미하게 되었고 실패한 제도가 되었다. 또 일자리 나누기도 말만 무성할 뿐이지 전혀 실효성이 없는 고용정책이었던 것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여전히 정책담당자들은 이들 제도가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며 계속해서 관제언론을 통해 호도하며 국민을 속이고 있다. 고용개혁법에서는 현 2년 계약의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는 법안을 4년으로 계약을 연장하게 하여 비정규직만 더 늘어나게 만들었다. 더욱이 노동유연성의 필요를 앞세워 노동개혁을 강조하여 해고까지 쉬워지는 제도를 제정하여 구직자나 노동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에게 쉽게 해고할 수 있게 혜택을 주는 개선안이 되었던 것이다.

이상에서 언급한 청년고용정책이 다른 선진국가들에서는 잘 적용되고 정착되어 나름대로 고용효과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고용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감과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며 여기에 기업의 윤리나 도덕 또한 전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직 한국의 기업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이익을 극대화하면 가장 성공한 경영이라고 여기기에 오히려 정부정책을 악용하고 이용해서 이익만을 취하는 부도덕한 경영으로 자신들의 부만 늘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롯데그룹사태(탈세, 횡령, 배임 등)에서 오너가의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의 범죄행위를 통해서, 그리고 정경유착으로 5년만에 자산규모가 110%가 늘어나는 인수합병, 계열사확대, 새로운 사업의 인허가 등을 통해서 부의 집중을 할 뿐이라는 사실을 잘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계속해서 청년고용대책방안에 대해 정부가 여러 가지를 준비하였지만 그 이름만 바뀔 뿐 내용은 물론 효과에는 전혀 변화를 기대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고용의 안정은 경제의 안정뿐만 아니라 국정의 안정 더 나아가 사회의 안정에도 매우 중요한 영역이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주요 공직선거가 있을 때마다 국회의원후보들, 대통령후보들의 선거공약에는 항상 청년일자리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말뿐이고 실질적으로 의미가 거의 없는 주먹구구식이 일반적인 행태였다. 이제라도 정부가 정신을 차리고 한국기업들의 행태를 감안하여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실효성이 보장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고용대책을 근본적으로 마련할 것을 강력하게 제안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여론조사에서 우리 2~30대 80%이상이 한국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여건이 주어진다면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겠다며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준비하는 상황은 정말 사회, 국가몰락이라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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