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부산행>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테마토크] 아이돌그룹 출신 배우의 드라마 및 영화 진출에 대해선 여전히 숙제다. 제작진 입장에선 손쉽게 티켓파워를 확보하는 경제적 이득이 있지만 관객(시청자) 입장에선 연기력 부족에 따른 몰입도 혼란이란 불만이 나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의 배우 전업은 여전히 거듭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은 자명하다. 더구나 그들은 아예 정든 그룹과 소속사를 떠나 ‘가수 노, 배우 예스!’를 외친다.

일찍이 소희는 원더걸스와 JYP를 떠나 배우 전문 기획사 키이스트에 둥지를 틀었다. 전술한 유형의 효시 격이다. 한선화도 시크릿과 TS에서 벗어나 화이브라더스에서 배우에 전념한다고 한다. 남지현은 포미닛과 큐브를 떠나 정우성과 이정재의 회사로 간다.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god의 윤계상과 에릭은 이미 배우다. 엠블랙의 이준도 비의 그늘에서 벗어나 이제 배우로서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다. 최근 흥행질주 중인 영화 ‘럭키’에서 유해진의 뒤를 튼튼하게 받치며 주조연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 영화 <결혼전야> 스틸 이미지

빅뱅의 최승현, 제국의아이들의 임시완, 슈퍼주니어의 최시원, 2PM의 옥택연 등 그룹(음악)과 소속사를 굳건하게 지키는 가운데 배우로서도 성공한 아주 바람직한 예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아이돌은 과거(아이돌, 음반기획사)를 지우고 배우전문 기획사에서 전문연기자로서의 새 출발을 선호한다. 이유는 뭣이고, 뭐가 중할까?

가장 큰 이유는 음악에 대한 타고난 자질 혹은 열정의 부족일 것이다. 잘된 아이돌은 죄다 10대 시절 대형기획사에서 오랜 시간 연습생 시절을 거쳤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연습생은 웬만큼 작곡 편곡 연주 능력을 갖췄거나 음악에 대한 신념과 열정도 별로 없이 오로지 ‘연예스타’가 되고자 입문했다. 그러니 그들은 소속사가 방향을 정한 대로 그저 노래하고 춤추거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잔재주를 뽐낼 따름이다.

SBS ‘K팝스타’에서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는 경연자들이 예상을 깨고 YG나 JYP를 외면한 채 안테나뮤직으로 진로를 잡는 이유다.

▲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 스틸 이미지

연습생을 거쳐 정식 아이돌로 데뷔한 뒤 스타덤에 올라 몇 년간 정신없이 활동하다 철이 들 무렵이면 대부분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고민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스타라는 건 그만큼의 무게감의 지탱능력은 물론 진보라는 유명세가 담보다. 트렌드의 변화와 치고 올라오는 신예들의 신선한 새 바람을 견뎌내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서른 살을 고비로 진로문제에 불안하고, 음악적 실력과 신념이 부족하다면 당연히 손쉬운 전업인 배우 쪽으로 강력하게 기울기 마련. 더구나 아이돌이란 프리미엄을 입고, 부족한 연기력과 경력에도 불구하고 쉽게 주조연으로 이미 진출했다면 유혹은 실력의 착각이란 마취제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타고난 가창실력과 음악성은 후천적 노력을 이긴다. 연기실력은 선천적 능력을 노력과 경험이 이겨내기 십상이다. 그래서 무명의 세월을 인내와 인고의 성실함으로 묵묵히 이겨낸 순혈 배우의 캐스팅 기회를 아이돌이란 프리미엄 하나로 단숨에 빼앗아가곤 하는 상황이 ‘피해자’들은 물론 시청자(관객)의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 영화 <치외법권> 스틸 이미지

임창정은 한때 가수은퇴선언을 하고 영화배우에만 전념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는 수년전 자신의 가수생활을 이끌어줬던 기획사와 다시 손을 잡고 가수로 컴백해 전성기 못지않은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배우로서의 현재의 그의 활동상황과 주가는 예전만 못하다. 무명배우시절부터 그의 가창력이 남달랐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고, 결국 음악을 향한 애정과 간절한 욕망이 컴백과 재기를 가능케 한 것이다. 회사를 옮기고 배우 변신을 선언한 아이돌 출신들이 눈여겨볼 만한 케이스다.

현재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20대 남자배우는 박보검이다. 그가 무명시절 아이돌을 꿈꿨다는 사실 역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일찌감치 ‘주제파악’을 하고 열심히 연기에 매진한 끝에 ‘벼락스타’가 아닌, 비교적 단계적으로 성장한 모델을 보여줬다.

▲ 영화 <내부자들> 스틸 이미지

20대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원기가 왕성할 나이지만 예술적 능력과 감각 면에선 농익기 힘든 시기다. 현재 ‘연기파’라 불리는 이병헌을 비롯해 거의 모 든 잘생긴 배우들이 그 시기 부족한 연기력과 배우로서의 완성도 때문에 자책하고 괴로워했다. 아이돌이 20대에 가수를 포기하고 배우에만 전념하겠다고 진로를 수정하는 것이 긍정적인 측면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이유다.

그 현상엔 음반시장의 흐름도 한몫 거든다. 현재 음반시장은 크게 봐 ‘그냥’ 아이돌, 자신의 음악을 하거나 최소한 하고자 하는 아이돌, 트로트가수, 그리고 싱어 송라이터로 구분된다. 냉정한 면에서 아이돌은 ‘유통기한’이 짧고, ‘그냥’ 아이돌일 경우 미래가 불투명하다.

▲ SBS<런닝맨> 현장 스틸 이미지

반면 유세윤 유재석의 예에서 보듯 배우나 예능인으로서 자리를 잡는다면 언제라도 손쉽게 음원시장에서 재미를 볼 수 있다. 왜냐면 소비자는 배우를 하는 가수의 연기력엔 냉정하지만, 배우나 예능인의 음원취입엔 비교적 관대하기 때문이다. 그건 일종의 해프닝 혹은 예능의 확장으로 여기는 경향과 가벼운 소비성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예전에 음악은 감상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즐긴다.

▲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 스틸 이미지

이런 여러 가지 사회적 흐름과 내면적 고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로 성장한 뒤의 변신은 부정적 요소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게 영원한 숙제다. 아직 수지나 설현만큼의 성숙한 미모에는 접근하지 못한 김유정이지만 아역부터 차근차근 배우로서의 아카데미 단계를 거쳐 만 17세의 나이에 그 어떤 20대 여배우도 범접 못할 연기력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김유정을 보면 그 문제와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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