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상수 청춘칼럼] 인도의 상징이라고 하는 갠지스 강. 갠지스 강을 따라 생겨난 도시 중에서 인도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도시가 바라나시이다. 강과 맞닿은 부분에 계단식으로 가트가 형성되어 있다. 도시 시작과 끝이 전부 계단식 가트이다. 이 가트는 ‘바루나’가트에서부터 ‘아시’가트까지 이어진다. 바라나시라는 도시의 이름 역시 처음과 끝인 이 두 가트, ‘바루나’와 ‘아시’가트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갠지스 강은 인도인의 삶 그 자체다. 모든 생활을 강에서 해결한다. 빨래, 목욕, 심지어 장례 까지. 외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갠지스 강은 인도인의 눈에는 한없이 성스럽기만 하다.

갠지스 강은 인도의 신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수많은 신을 섬기는 인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신으로 대표적인 세 명의 신이 있는데 창조의 신인 ‘브라마’, 유지의 신 ‘비슈누’, 현세와 파괴의 신 ‘시바’ 이다. 바라나시는 이 세 신중 시바신이 살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브라마신이 가지고 있던 물병의 물이 나락을 지나 바루나가트와 아시가트를 거쳐 바다로 흘러간다. 물병의 물이 지구로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자칫하면 물난리가 날 뻔 한 상황에서 현세의 신 시바는 머리로 물을 한 번 받아내어 지구가 물로 뒤덮이는 것을 막았다. 창조신 브라마는 사람들에게 이 물과 함께 내려온 신을 숭배할 것을 요구했는데, 그 신이 ‘강가’ 여신이다. 그래서 인도인에게 갠지스 강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강가 강’이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바라나시에서는 강가 여신에게 올리는 기도, 뿌자 의식을 매일 밤 거행한다.

이 강을 어머니 신으로 숭배하는 인도인들은 어머니 강가에서 모든 생활을 해 나간다. 어쩌면, 고대 인더스 문명에서부터 갠지스 강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머니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어머니에게 인도인은 전적인 신뢰를 보낸다. 어머니 강에서 몸을 씻으면 그동안 쌓인 업을 씻을 수 있다고 믿고, 그 물을 마시면 건강해진다고 생각한다. 또한, 모든 사람은 죽으면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갠지스 강 근처에서 화장을 하고, 남은 뼈를 강에 빠뜨린다. 갠지스 강에 가면 시체가 떠내려가는 것이 보이고, 그 근처에서 사람이 동물들과 하나 되어 목욕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이다.

죽은 아들, 딸들을 어머니의 품으로 되돌려 보낼 때 인도인은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한다. 대표적인 장례 방법은 화장이다. 장작을 쌓아두고 시신을 그 위에 올린 후에, 바라나시가 생긴 후부터 지금껏 한 번도 꺼진 적이 없다는 신성한 불을 이용해 불을 붙인다. 3시간여에 걸친 화장이 끝나면 그 자리에 남은 뼈를 강에 빠뜨린다. 이로써 현세의 업을 마친 사람은 비로소 어머니의 품에 안겨 천국으로 향한다.

다른 방법은, 시신을 태우지 않고 수장시키는 것이다. 7세 이하의 어린이, 임산부, 수행중인 브라만교 사제 그리고 뱀에 물린 사람이 죽으면 이 방식을 택한다. 필자도 여행 중에 뱀에 물려 운명하신 분의 장례식을 지켜봤다. 나무를 쌓아 화장하는 대신 시신을 배에 태운 후에 돌을 묶어서 그대로 어머니 강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시신을 돌에 묶어서 수장시키기 때문에 시체가 강 위를 떠다니는 것은 거의 볼 수 없다. 다만, 현지 사람의 말을 빌리면, 간혹 시체가 부패하는 과정에서 가스가 방출되고, 돌과 시신을 묶은 끈이 끊어져 버리면 시체가 강 표면으로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갠지스 강에서 시체와 함께 목욕하는 사람을 본 목격자는, 아마 간혹 있는 경우를 목격한 것이 아니었을까.

바라나시는 삶과 죽음이 만나는 도시이다. 죽은 사람은 한 줌 재가 되어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고, 그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은 그들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갠지스 강에서 목욕을 시킨다. 현세의 죄를 씻고 싶은 사람 역시 갠지스 강에서 목욕을 한다. 물론, 물은 굉장히 더럽다. 과학자들이 갠지스 강의 물 성분을 조사한 결과, 엄청나게 많은 수의 박테리아가 사는 등, 절대 건강에 좋지 않은 수질의 물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물에서 목욕을 하고, 그 물을 마시고 건강에 이상이 생겨 죽은 인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듣지 못했다. 그 더러운 물을 마시고, 몸에 묻혔는데 건강하게 잘 살아간다. 어머니 신을 믿는 신앙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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