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현장 스케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테마토크] 지난 7일 시작된 SBS 새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구르미 그린 달빛’ 등의 경우 주로 주연 혹은 주조연 배우의 매력이나 그들이 맡은 캐릭터와 유치한 대사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다면, ‘낭만닥터’는 주인공의 연기력과 작품 자체에 대한 찬사가 물결친다는 점에서 차원이 좀 다르다.

주인공은 김사부(한석규) 강동주(25-30살. 유연석) 윤서정(28-33살. 서현진). 동주는 어린 시절 가난한 아버지가 의료체제의 도움을 못 받고 죽어가는 걸 지켜본다. 이때 김사부가 나타나 “복수하려면 저들보다 나은 사람이 되라”고 조언한다. 두뇌가 명석하고 오기도 강한 그는 의대 6년간 줄곧 수석을 지켜 수련의와 전공의를 거쳐 외과전문의 자격증을 전국 1등으로 따내 굴지의 거대병원에 취업한다.

노력파 의사 서정은 거대병원에서 인턴 동주와 악연으로 만난다. 그러나 그녀의 진심을 알아챈 동주는 갑자기 입을 맞추며 사귀자고 제안한다. 그런 그를 뒤로 하고 서정은 선배의사 문태호(태인호)의 승용차에 탄다. 차안에서 태호는 서정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며 청혼하지만 서정은 동주와의 해프닝 때 설렜다며 거절한다. 그 순간 교통사고로 태호는 죽고, 서정은 오른손에 외과의사로서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영상 캡처

부용주는 국내에서 유일한 트리플 보드(일반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외과의사로 한때 ‘신의 손’이라 불렸지만 한 환자를 못 살린 자책감에 스스로 거대병원을 떠나 시골 한적한 돌담병원에 정착해 김사부라 불리고 있다. 그는 야간등반길에 쓰러져있는 서정을 발견하고 응급처치한 뒤 돌담병원에 자신의 보조의사로 고용한다. 그렇게 5년의 세월이 흐른다.

사라진 서정을 못 잊는 와중에도 어떻게 해서든 출세하고 싶었던 동주는 도윤완(최진호) 원장의 음흉한 계략에 휘말려 성공 확률이 희박한 VIP 환자의 수술을 맡았다 실패한 뒤 돌담병원으로 좌천된다.

이 드라마가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동력은 고난을 딛고 성공해 복수한다는 전형적인 무협지의 서사구조와 더불어 자본주의의 천박한 이면에 대한 비판과 풍자다. 동주는 하늘로부터 재능을 타고나지만 환경 탓에 고행을 겪다 절세고수인 김사부를 만남으로써 무공(의술)이 절정에 이르고, 중간급 고수인 서정과 사랑을 이룸으로써 정신적 용기까지 얻는다.

▲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영상 캡처

동주가 출세와 인술 사이에서 고뇌하는 것은 정파와 사파 즉 출세(명분)와 복수 사이에서 방황하는 무협지의 갈등 시퀀스다. 결국 그에게 올바른 판단력을 주는 이는 능력과 도덕보다는 배경과 비즈니스로 병원의 실권을 쥐는 천박한 출세지향적 자본주의 구조가 판을 치는 거대병원을 뛰쳐나온 뒤 돌담병원에서 오로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매진하는 진정한 ‘구세주’ 김사부다.

거대병원이 ‘최순실 게이트’로 시끌벅적한 현실이라면, 돌담병원은 욕심과 비리와 비열한 경쟁이 없는 낭만의 유토피아다.

미스터리와 서스펜스가 존재하고 메디컬 드라마 특유의 긴박감이 출렁이면서도 기존 작품과는 차별화되는 고뇌와 철학이 드문드문 담겨있고, 수준 높은 유머도 쏠쏠하다.

▲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현장 스케치

윤완과 거대병원의 대주주 신 회장(주현)이 풀어나갈 정재계 혹은 폭력조직과의 연결고리, 윤완의 아들 인범(양세종)과 송현철(장혁진) 과장 대 동주와 서정 커플과의 대결구도 등이 미스터리의 재미를 줄 것이다. 죽은 태호가 한 여간호사와 수상쩍은 관계였음을 암시한 장면도 변수 중 하나.

돌담병원을 처음 찾은 동주를 텅 빈 1번 창구와 2번 창구에서 번갈아 맞아 민원처리를 해주며 허술한 병원의 구조를 애써 감추려하는 행정실장 장기태(임원희)와 간호부장 오명심(진경)은 벌써부터 시청자를 웃길 태세.

뭣보다 인기도를 떠나 연기력과 더불어 배역과의 조합에 집중한 캐스팅이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극대화해주고 있다. 한석규가 얼굴보다 먼저 특유의 씹어 삼키는 듯, 혹은 뱉어내는 듯하는 툭툭 끊기는 화법의 목소리로 등장했을 때부터 이미 ‘왜 한석규인가’는 증명됐다.

실력만큼이나 신념이 강하고, 다수의 의사들이 추구하는 형식보다는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실리적 실존적 철학은 그만이 소화해낼 수 있는 캐릭터의 산물이었다.

▲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영상 캡처

서현진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이제 그녀가 크게 성공하지 못한 걸그룹 밀크의 멤버였다는 과거는 싹 지우고 순수하게 배우로서 평가받아야 할 마땅한 이유는 거대병원 재직시절 보여준 유머와 진지함을 오가는 말괄량이의 모습부터 태호의 청혼에 당황하고 미안해하는 표정연기에서 이미 충분했다.

이어 돌담병원에서 동주를 만난 뒤 다시 태호에 대한 트라우마에 괴로워하면서 오른손에 자해하는 장면으로 대단한 연기파 여배우의 탄생을 널리 알렸다. 유연석은 지나치게 미남이거나 툭 불거져 나오는 외모가 아니어서 드라마에 현실감을 채워줬다.

▲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현장 스케치

1회부터 동주와 서정이 입맞춤을 하고 교통사고 뒤 서정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산속을 헤매다 김사부와 만나고 세 사람이 돌담병원에서 재회하는 등의 빠르고 작위적인 전개는 미니시리즈라는 특성상 나쁘지 않았다. 마치 ‘미니시리즈라는 건 말이지’라고 다른 작품 관계자들에게 훈계하는 듯 스피디한 전개와 별로 맥락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듯하진 않지만 자꾸 빠져들게 만드는 각 시퀀스의 맞물림은 애써 구구절절 설명하려다 오히려 억지가 되는 기존 드라마 같지 않아서 오히려 신선했다.

드라마의 첫째 목표야 당연히 시청률이다. 하지만 시청률만 의식한 캐스팅과 완성도에 맞춘 캐스팅이 각자 어떤 시청률의 결과를 보이는지 모범사례를 보인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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