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짱구 박사의 행복한 교육] 내일이면 전 국민적 관심사인 “2017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실시됩니다. 매년 이 날이 되면 국가의 비상사태에 준하는 진풍경이 전국적으로 펼쳐집니다. 은행과 주식시장의 개장시간이 늦춰지며 지하철, 버스의 배차 간격이 조정되고 심지어 듣기 평가 시간에는 항공기의 이착륙 시간까지 변경되거나 제한됩니다. 그 만큼 국가적으로 이 시험이 갖는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대학을 가고자 원하는 수십만명의 고등학생들은 이 날의 시험을 위해 초중고 12년의 장기 마라톤을 달려 왔습니다. 수능 성적의 결과로 자신이 원하는 대학의 입학이 좌지우지되는 만큼 그 파급 효과도 실제 만만치는 않습니다.

작년 3월로 기억합니다. 필자에게 “아버지, 어머니! 앞으로 대학 입시에 대해서는 절대 관여하지 마세요! 제가 다 알아서 할께요!”라고 장담했던 자존감 대마왕인 필자의 딸도 어느덧 이제 고3이 되었고, 수능 시험 일자가 점점 가까워 오니 나름 약간의 걱정은 되나 봅니다. 온 가족이 모인 아침 식사 시간에 “이제 며칠만 지나면 야자(야간자율학습)도 안하고 좋겠네!” 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딸의 대답은 “10일만 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합니다. 그 만큼 자신이 완성하고자 했던 어떤 그림보다 무언가 좀 부족함을 느낀다는 의미로 생각됩니다. 수능이나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세뇌시키듯 강조하는 집안에서 자란 아이도 이렇게 부담을 느끼는 판국에 그렇지 않은 집안의 학생이라면 현재 심경이 어떠할 지 눈에 선하게 다가 옵니다.

대부분의 고3들과 재수생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근심과 걱정이 어느 정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분들보다는 좀 더 긴 인생을 살아본 선배로서 “수능”에 대한 근심과 걱정의 관점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희망과 시작을 얘기하는 다른 관점의 시각도 좋을 것 같아 수능에 대한 몇 가지 새로운 의견을 조심스럽게 피력해 봅니다.

수능 성적의 결과가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항간의 교훈들, 특히 수능에 특화된 교육을 하는 일부 인터넷 강사들의 무분별한 학벌 우선주의는 절대 믿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궤변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긴 세상 살다 보면 수능 점수나 학벌이 우리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0.001%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필자의 나이 즈음에 돌아보면 ‘그게 뭐라고’ 하는 잔잔한 미소만 남을 뿐입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본인 삶에 대한 자존감, 특히 인성입니다. 참고로 인성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1998년 워싱턴 대학교에서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의 초청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 한 학생이 물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부를 쌓은 비결을 알고 싶습니다.” 워렌 버핏의 대답은 매우 간략했습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비결은 좋은 머리가 아니라 인성입니다.” 그러자 빌 게이츠가 그의 말을 거들었습니다. “100% 동의합니다.” 부(富)는 금전적인 부만 있는 것이 아님은 물론입니다. 좀 비약된 말이긴 하나 그 함의를 들여다보면 진실에 가깝습니다.

현재의 수능 시스템은 언어력과 수리력을 측정하는 수능 최초의 의도와는 달리 본질이 많이 변질되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남들과 다른 탁월한 능력과 끼에 대해서는 사실 제대로 평가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들이 현재의 시스템에서 원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좋은 대학”, “명문대”, “인서울대” 라는 세간에 알려진 키워드보다는 그 곳이 어디든 간에 “내가 가장 잘하는 것”,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 “나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 지 생각해 보고 그 길을 따라 뚜벅뚜벅 걸어갈 때 여러분들에게 기회가 찾아 옵니다. 그 길이 가장 아름다운 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번 수능시험 성적이 너무나 아쉬워서 재수나 삼수를 결심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반드시 그 대학에 들어 가야겠다는 욕심만 버리면 생각 외로 많은 것들을 채울 수 있습니다. 대학을 원하지 말고 대학에 상관없이 공부하고 싶은 학과를 원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어디를 졸업하더라도 취업/대학원 진학 걱정도 덜하게 되며 좋아하는 분야의 지식과 지혜를 쌓고 그 분야의 혜안을 얻을 수 있는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세상은 늘 변해왔고 앞으로도 변할 것입니다. 지금 취업이 잘 된다고 해서 미래도 잘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부모님께서 취업이 잘되는 대학으로 가라는 언질이 있으시면 곰곰이 생각 해보세요. 유사 이래 큰 인물이 된 위인들은 항상 부모님의 말씀을 거슬러 왔습니다.

한 번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앞으로 남은 100년의 여러분들 인생을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어떤 변화와 혁신의 시대가 도래하고 함께 할 지 아무도 예측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번 수능이 어떠한 결과로 여러분들에게 다가오더라도 당당히 맞서 즐기십시오. 여러분들의 인생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 김승환 박사

[김승환 박사]
한양대 공대 기계공학사
충남대 대학원 법학석사 / 법학박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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