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영훈의 Arts & Respect] 현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는 것이 내키지 않아, 이달 예술과 존경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두려 했으나, 이번 주제인 전통예술의 상품화와 현재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난잡한 국정운영과 그로인한 망국을 향한 사태와도 연관이 있는듯하여 필자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나라가 어수선한 중에도 성숙된 집회 문화를 선보인 국민들과 어른보다 어른스러움을 보여준 10대 청소년들, 그리고 집회 현장에서 예술의 진정성과 힘을 보여준 예술인들에게 무한한 신뢰와 존경을 보낸다. Art&Respect...

▲ 사진=Mnet <판스틸러> 방송화면 캡처

몇 주 전일까? 무심코 TV채널을 서핑하다 M-net <판스틸러스>라는 프로그램을 스치게 되었고, 전통예술 TV프로그램과 상품화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M-net은 <슈퍼스타 K>를 시작으로 TV에 오디션 프로그램을 정착시켰으며, 그 후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 비주류 장르였던 랩음악(힙합)을 대중 속에 주류 장르로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 또한 <댄싱9>에 이어 <힛더스테이지>를 선보이며 방송댄스, 순수무용 등을 퍼포먼스로 부각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제 비주류 장르의 대명사인 전통예술을 상품화(대중화)하기 위해 이하늬라는 방송인이자 국악인을 전면에 내세워 <판스틸러스>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타전문 분야처럼 예술분야에서도 전문성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각자 맡은 역할이 있고, 또한 그 역할에 대한 충실한 이행은 결국 전문성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맥락으로 볼 때 M-net의 전통예술에 대한 행보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지난 글에도 언급했듯이 전통을 잘 보존하고 이어야 하는 역할이 있듯, 새롭게 창조해서 후대에 더욱 풍족하게 물려줘야 하는 역할도 있다. 좋은 연주를 대중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직접 무대 위에 서야 하는 역할이 있듯, 뒤에서 좋은 연주를 올리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역할도 있다. 또한 좋은 예술정책을 내고 균형감 있게 판을 구성하는 역할이 있는 것처럼, 좋은 예술 작품을 상품화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그것은 기업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M-net의 행보가 반갑다.

따라서 필자는 현재 우리사회에 벌어지고 있는 개탄할 만한 상황도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며, 전문성의 부재로 인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통치의 역할을, 관료들은 보좌의 역할을, 검찰은 법이라는 잦대 앞에서 정직함의 역할을...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의 역할에 충실했다면, 현재의 상황이 이렇게 까지 암담했을까하는 생각을 다시금 해본다.

▲ 사진=Mnet <판스틸러> 방송화면 캡처

어찌되었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과거 국악 TV 프로그램에 대해 잠시 회자해 보았다. 필자가 학창시절에 접할 수 있었던 국악 TV 프로그램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그 중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것이 KBS의 <국악한마당>이고, 다른 하나가 MBC의 <샘이 깊은 물>이다. MBC 샘이 깊은 물은 분명히 국악 대중화를 목적으로 한 프로그램이었으며, KBS는 전통국악 전문프로그램을 목적화한 TV프로그램이었다. MBC 샘이 깊은 물은 1994년 시작하여 1996년 폐지된다. 물론 후속으로 <퓨전콘서트 가락> 등의 프로그램을 시도하지만,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되지는 않았다. 여기서 잠깐 현재 비주류 장르를 주류화 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M-net(CJ E&M)의 세 경우를 비교하여 시사하는 바를 추론해 보고자 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각자의 역할과 연결된다. 필자는 그 역할이 곧 전문성이라고도 생각한다. 예를 들어 KBS, MBC는 흔히 공영방송이라고 표현한다. 곧 그들의 역할은 국민 대다수의 공익을 위한 방송을 해야 한다는데 있으며, 그들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KBS의 <국악한마당>은 계속 이어져 오고 있지만(그들의 역할을 어느 정도 잘 수행했다고 생각함), 반면 MBC <샘이 깊은 물>의 경우 비주류 장르의 대표격인 전통예술을 대중화하기에는 제작비나 그에 따른 시청률(시청률은 광고 수익 등 수입으로 연결된다고 가정)을 고려했을 때 운영이 매우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영리를 목적으로 한 거대 기업자본인 CJ의 M-net은 충분히 그들의 프로그램을 상품화하는데 모든 면에서 수월했을 것이다. 왜? 그들의 존재 역할이 곧 기획, 홍보, 마케팅 등 제작 전반에 대한 상품화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필자가 그랬던 것처럼 그동안 수많은 전통예술인들은 오랜 기간 동안 국악의 대중화에 매달렸다는 것이다. 물론 순수하게 국악을 알리고자 했던 간절함도 있었겠지만, 더 이상 그들이 생활할 수 있는 무대(일자리)가 없어서 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들이 대중을 상대로 새로운 판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중화는 곧 상품화를 의미하는데, 대중이 구입하기에 전통예술은 아직 상품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상품화에는 앞서 언급했듯이 많은 물리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예술인들의 마음만으로는 큰 벽에 부딪혔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거대 기업자본인 CJ의 판스틸러스 기획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역할의 명확함은 방송뿐만 아니라, 공연장에도 적용된다. 문화체육관광부를 포함한 문화예술기관, 국립극장, 국립국악원,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 국공립 극장, 민간예술단체 등 각자의 역할에 맞는 사고와 행동, 운영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이번 국정농단 사태로도 충분한 학습이 되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기업 입장에서 자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M-net 판스틸러스 제작진과 국악 대중화 선두에서 자기 역할을 잘 인지해 주고 있는 이하늬, 그리고 성숙한 시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국민 및 예술가들에게 다시한번 무한한 신뢰와 존경을 표한다. Respect...!

▲ 김영훈 세종문화회관 예술단공연지원팀

[김영훈 PD]
추계예술대학교 및 동대학원 졸업
공연기획자, 문화예술학 박사
전)네오(NE5) 크리에이티브 대표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기획담당
현)세종문화회관 예술단공연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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